치료의 명분으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형기 없는 인신구속을 정당화하는
법무부의 ‘보호치료에 관한 법률’ 반대한다.


법제정 자체부터 위헌성을 가지고 있었던 사회보호법은 이제 그 폐지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 동안 사회보호 혹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치료라는 미명하에, 피감호자들에 대한 이중처벌과 사회격리를 용인해왔던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두고 국회에서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호감호 집행중인 자와 보호감호가 병과되어 대기중인 자에 대해 경과규정을 두어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에도 보호감호를 계속 집행한다는 법무부의 입장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나 법무부의 ‘보호치료에 관한 법률’은 사회보호법내의 치료감호제도를 그대로 옮겨온 내용에 지나지 않아 도저히 개정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이는 사회보호법의 폐지가 아닌 부분개정 수준밖에 되지 않는 상황임에 실망을 금할 길 없다. 이는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수치요, 인권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낸 상황임에 우리는 이를 묵도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법무부의 ‘보호치료의 관한 법률안’은 사회보호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수용기간의 제한이 없는 절대적 부정기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데 그 반인권적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법무부의 법안중 제16조 제2항에는 심신장애자의 경우에 그 치료기간에 대한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보호치료위원회의 보호치료 종료결정이 있을 때까지 보호치료처분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치료감호소가 단순한 정신병원이 아니라 명확히 구금시설이며, 치료감호제도는 국가에 의한 인신구속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막연한 치료의 필요성과 근거 없는 사회적 위험성을 들이대며 정신장애를 가진 피보호자의 신체자유를 무제한으로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법무부의 법안은 기존의 사회보호법하의 치료감호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치료라는 명분으로 언제까지 국가가 개인을 사회로부터 격리, 구금하는 것을 정당화할 것인가? 이러한 발상은 법무부의 구태와 의식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자들의 형법상 책임이 없고, 다만 치료를 목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법의 취지에서 봤을 때에도, 법무부 보호치료 법안은 제한 없는 인신구속으로 헌법상의 위헌일 뿐 아니라, 국제협약에 의해서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절대적 부정기형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법무부에 명확히 경고하고 싶다.  

따라서 치료감호가 치료와 구금이라는 두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치료감호소는 일반병원과는 달리 구금시설이라는 점에서 구금이 가지고 올수 있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치료감호의 기간제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 안에는 보호치료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불분명하고 보호치료 종료결정의 기준에도 ‘치료의 필요성’이라는 것 외에 어떠한 기준도 없다. 보호치료의 계속이나 종료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타당성이나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신병리학적, 심리학적 근거나 법률적 근거없이 전적으로 결정권을 사법적 판단이 아닌 보호치료심의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는 것은 결국 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피보호자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해주는 꼴이다. 더욱이 잘못된 결정에 의해 피보호자의 피해구제에 대한 규정도 없을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들의 재범율이나 장기치료의 불가피성이 대한 실증적 근거자료 제시도 없이 상한선도 없는 구금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호치료의 상한선 뿐아니라, 치료계속 여부 심사를 사법적 판단으로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 동안 정신장애인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혹은 언제든지 범죄를 저지를 집단으로 낙인되어 왔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이 일으킨 사건이 있을 때 마다 언론은 범죄자가 정신질환자임을 집중보도하며 낙인을 조장 했고, 그 결과 모든 정신장애인들을 범죄집단화하여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집단으로 매도해 왔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신장애인의 법죄율은 비정신장애인의 법죄율에 비해 현격히 낮으며,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가 보호해야할 사람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법무부의 보호치료에 관한 법률은 법무부가 장애를 바라보는 후진적 관점과 편견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으며,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는 핑계로 10년, 20년씩 인신이 구속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임에도 인권을 말하지 못한 사각지대의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차별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무리 범법 정신장애인이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인신구속의 보호치료형은 반드시 그 상한선을 정해 반인권적 장기구금을 막고, 치료의 필요성 판단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치료를 위한 최소한의 구금만이 허용되어야 함을 밝힌다. 차별을 철폐하고 약자들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인권국가로서의 조건이며, 이를 위해 피치료감호대상인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국가보호의 책무로써의 치료를 위해 제대로 된 ‘보호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길 기대한다.


2005년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