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망스러운 국가인권위원회 개인정보인권 보호 조치 권고,
□ 보다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작년부터 문제가 제기되어온 공공도서관의 무인좌석발급기, CCTV설치사용, 컴퓨터 모니터링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정보인권 보호 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권고안에는 개인의 정보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인권위는 권고안에서 △무인좌석발급기 이용에 있어 주민번호 대신 개별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용등 대체 방안을 강구할 것, △CCTV를 설치한 도서관의 경우 불필요한 CCTV장비는 회수하고 자체 규정이나 운영방안을 수립할 것, △디지털 자료실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컴퓨터 화면의 모니터링을 중지할 것, △도서대출회원증에 주민번호표기 대체방안을 마련할 것, △전국 공공도서관에 개인정보 보호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의 권고안은 '가능한 한 주민번호를 쓰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근절해야 할 인권침해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보다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용자에 한해서만 조정방안을 마련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보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또한 '주민번호 대신 개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라'는 권고는,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에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미리 입력하여 '회원가입'을 해야만 한다는 강제성을 오히려 강조하는 식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데에, 시민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데에, 개인정보를 도서관에 입력할 필요가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CCTV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4년 5월 국회의장과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CCTV에 대한 법령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면서 "CCTV 등 무인단속장비의 설치.운영은 촬영되는 사람들에 대하여 △초상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헌법 제10조) △사생활, 가정, 주거의 자유와 이를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헌법 제17조,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제17조)를 제한하고 침해할 수" 있으며, 법률이 아니라 단체장의 재량에 따르는 것은 "△적법절차원리(헌법 제12조 ; 모든 국가작용은 정당한 법률을 근거로 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발동되어야 한다) △법률에 의한 제한 원칙(헌법 제37조 ; 기본권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을 위반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전에 밝힌 인권위의 입장에 비해, 인권위원회의 이번 권고는 매우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의아하다. "불필요한 CCTV 장비는 회수하고, CCTV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이라도 이에 관한 자체 규정이나 운영 방안을 수립해 시행할 것"이라는 권고안은 CCTV가 거의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적일 뿐이다. 인권침해상황을 적극적으로 구제할 법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규정이나 운영방안만 만든다면, CCTV를 어느 곳이나 설치해도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모든 국민에게 생년월일과 성별, 출신지까지 드러나는 전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지금의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은 본인을 항상 증명해야 하는 것을 강제하고 감시를 내면화한다는 데서 인권을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민주적이다. 더구나 이 주민등록번호가 본인인증이나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심지어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곳에까지 쓰이는 현실은 모든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이 기록에 남고 감시되고 순간순간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인권상황을 반영하여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권고안을 내야 한다. 또한 공공도서관은 미흡한 현재의 권고안이라도 조속히 시행하고, 개인의 정보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최대한의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5년 4월 7일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불교인권위원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