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는 지문정보 남용말고 지문날인제도부터 폐지하라(6/18)
행정자치부는 국민의 지문정보를 남용하지 말고 지문날인 제도부터 폐지하라!
       -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시스템에 반대한다

  14일 행정자치부는 9천9백여 만원을 들여 '주민등록증위변조식별시스템'을 개발, 전국 읍·면·동 사무소 등에 보급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시스템은 지문인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최근 주민등록증 위변조 사건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로, 행정자치부는 이 제도가 주민등록증의 위변조 여부를 판별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자치부가 지문을 비롯한 주민등록정보에 대한 전산화를 시작할 당시부터 이에 꾸준히 반대해 왔다. 법률적 근거도 없이 국가가 국민의 열손가락 지문을 강제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일 뿐더러 이를 전산화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경찰 등 국가가 맘대로 이용하는 것 역시 국민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문원지를 경찰이 전산화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이미 1999년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무엇보다 주민등록증위변조식별시스템은 법적 근거도 충분치 않다. 행정자치부는 올초 논란이 일었던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의 도입과 더불어 신설된 주민등록법 제19조를 이 시스템의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19조 2항에서는 '주민등록 전산조직에 의하여 주민등록증의 진위확인이 필요한 경우'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민등록사항의 진위를 확인하여 줄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확인할 때 응한다는 언급조차 생략한 모호하고 포괄적인 이 조문이 행정자치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국민 어느 누구도 행정자치부가 자신의 지문 정보를 비롯한 주민등록정보를 자의적으로 이용할 것에 동의한 바 없다. OECD나 UN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국제 원칙에서는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는 애초의 수집 목적과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목적명확화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증위변조식별시스템은 국민의 정보인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주민등록 전산자료를 은행 등 민간에게도 제공하겠다는 행정자치부의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는 기왕에 구축된 국민의 지문 등 주민등록 전산자료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자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사태를 조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는 데 점점더 많은 생체정보를 요구하는 최근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지문날인은 매우 굴욕적인 행위로서 지문날인을 요구받는 것 자체가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민등록증위변조식별시스템이 확산되면 국민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로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거리를 걸을 때에도 지금보다 더 자주 지문날인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손쉬운 통제 수단이 곁에 있으면 권력자는 그것을 사용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감시통제사회의 도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증위변조식별시스템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지문날인제도를 즉각 폐지하라. 오늘 모인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들 또한 지문날인제도의 폐지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04년 6월 18일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불교인권위원회, 안산노동인권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원불교인권위,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북평와와인권연대, 지문날인 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