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19일(월), 아침부터 옅은 구름이 끼었다가 오후에는 많이 흐림
오늘은 기독교인들이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가지는 날입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이신 김영락 목사님과 여성교회 안상님 목사님, 새민족교회 이근복 목사님, 기장생명연대 총무 조정현 목사님, 수원 고등교회 박희영 목사님, 새만금 생명교회 손은하 목사님을 비롯하여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생명연대, 대한성공회, 예장농민목회자협의회, 일하는예수회,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사회선교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환경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사업국,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신대 신학대학전문대학원 학생회, 현대신학연구회, 기독청년의료인회 등에서 일흔여분에 달하는 목사님과 기독교 관계자들이 참여하셨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김영락 목사님은 "삼보일도를 해보니 생각보다 힘들고, 근육이 아파오지만 마음은 숙연해지고 가라앉는다. 개신교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도에 비교적 적게 참여하여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종교가 하나되어 생명을 살리려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삼보일도에 참여하신 느낌을 말씀하셨습니다.
기독청년의료인회 간사이신 석미경님은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신데,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가 아프면 온갖 기도를 다 하는데, 또 다른 생명이 아프다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참여하게 되었다. 올 때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가슴이 많이 두근거렸는데, 막상 하니까 할만 하다. 땅을 잡고 기도하는 느낌으로 절을 했다. 아이가 아프면 부여잡고 기도하는데 땅이 아프다니 붙들고 위로라도 해줘야지"라며 삼보일배에 참여하셨습니다.
전주에서 오신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강실 공동대표님은 삼보일배를 하시며 "삼보일배를 해보니까 오십여일을 해오신 성직자들이 얼마나 힘드시겠는지 느낄 수 있다. 오늘 전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올라왔다.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신구상기획단을 만들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실제로는 전북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으며, 전북의 모든 사람이 다 사업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기독교계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런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여 전북지역의 여론을 바로잡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에서 목회와 선교활동을 하시는 외국인들도 몇분 오셨는데, 호주에서 오신 로한 잉글랜드씨는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일하면서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에 대해 알게되었다. 지금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중인데 이것은 환경을 파괴하고 수질을 오염시킬 것이다. 호주에서는 이처럼 여러 종교가 함께 환경문제나 사회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 없는데, 한국에서 교회가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니 아주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만금갯벌에는 봄철에만 20여만 마리의 도요새와 물떼새가 찾아오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날아온다는 것과 상원의원인 밥 브라운을 비롯하여 많은 호주 사람들이 새만금 간척사업에 우려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더니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같았습니다.
오전에는 리영희 경희대 명예교수님께서도 순례단을 찾아오셨습니다. 아침 신문에서 순례단이 지나간다는 기사를 보고 나오셨다는 교수님은 성직자들의 손을 꼭 붙잡고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지팡이에 의지하신 채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데도 '철저하게 반환경적인 자본의 논리'를 비판하시는 노교수님은 순례단 옆에서 함께 걸으며 성직자들을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보셨습니다.
오후에는 가수인 이현우님께서 삼보일배에 동참하셨습니다. 평소에도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싶었다는 이현우님은 "이분들은 두 달 가까이 하시는데, 잠시 와서 느낌을 말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다만 너무너무 고귀한 일을 하고 계시며, 꿈꾸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연예인들은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이며, 특히 청소년들은 연예인의 행동을 많이 따라한다. 사람들이 '저 사람은 왜 저기 갔을까?' 생각하다가 이런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태에까지 다다를 정도로 목숨을 건 이 행진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한참동안 삼보일배를 함께 하셨습니다.
연예인이 이런 활동에 참여한다고 하면 대부분 형식적으로 와서 얼굴만 내비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말씀하시고, 얼굴이 새빨갛게 되도록 삼보일배 고행에 참여하시는 이현우님을 보면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3월의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시상자로 선정되었던 배우 윌 스미스가 시상식 참석을 거부하였고, 많은 수상자들이 소감을 이야기할 때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호소하는 연설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그런 연예인들이 드문 실정인데, 오늘 오신 이현우님이나 지난 번에 오셨던 장선우 감독님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앞으로는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에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유명인사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점점 날씨가 흐려집니다. 짙은 구름이 몰려오면서 습기를 머금은 촉촉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와 함께 수경 스님의 속도가 무척이나 떨어졌습니다. 성큼성큼 걸어가시다 가장 먼저 몸을 굽히시고, 가장 먼저 일어나시던 스님께서 이제는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이십니다.
그러다가, 일어나실 때 잠시 휘청거리시는 모습에 흐린 하늘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도 흐리고 우중충해집니다. 좀 쉬셔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오늘은 기독교인들 외에도 마산교구에서 박창균 신부님과 세 신부님, 부산교구에서 고원일 신부님과 여섯 신부님, 익산 마동성당의 김병희신부님과 팔봉성당의 권순호신부님, 화가 신영식 화백님, 인덕원성당 신자 여러분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고, 청주에서 충북환경연합 김학성 대표님과 청주환경연합 손영배 대표님, 이홍원 화백님을 비롯해 실무자 등 열다섯분도 오셨습니다.
오늘 아침은 전진상복지관, 점심은 경기중앙교회, 저녁은 서울 구룡사에서 각각 준비해주셨고 안양 인덕원성당에서는 잠자리를 내주셨습니다. 평촌오토정비공장에서는 음료수를 주셨고, 안양의 어느 개혁국민정당 당원께서는 맛있는 녹차와 과자를 가지고 순례단을 방문하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내일은 원불교인 삼보일배의 날입니다. 오전 8시 30분에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출발할 예정이니 많은 참여바랍니다.
※지금 전북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지역주민 고은식님께서 홀로 삼보일배를 하고계십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한 계화도의 삼보일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http://nongbalge.or.kr
※오늘 온 길 : 경기도 안양시 유한킴벌리 앞 - 대우아파트 사거리 (5.7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78.1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안양시 - 과천시 정부종합청사(5월 20일) - 남태령(5월 22일) - 서울 사당동 - 서울대 입구(5월 23일) - 보라매공원 앞(5월 24일) - 여의도(5월 25∼28일) - 신촌 - 아현동(5월 29일) - 서울역 - 명동(5월 31일) - 조계사 - 광화문 - 시청(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