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18일(일), 맑은 날
오늘부터는 4대 종교가 번갈아가며 삼보일배 수행에 참여합니다. 그동안 고행에 참여해오신 네 성직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생명·평화를 위한 염원을 각 종교계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해 다른 성직자들의 참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첫날인 오늘은 불교인 삼보일배의 날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현고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전 총무부장 원택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 원행 스님, 봉은사 주지 원혜 스님, 승가대학연합 의장 각산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응 스님, 봉녕사 상일 스님 등 2백여분에 달하는 스님들이 오셔서 삼보일배 순례에 함께 하셨습니다.
조계사·봉은사·염불암·청계사·반야사·영원사·신흥사·도선사 신도 여러분과 자양사회복지관 관계자 여러분, 불교환경연대 회원과 실무자 여러분 등 4백여분에 달하는 일반인들도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삼보일배를 직접 하면서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떨치고 생명과 평화의 새로운 문명을 염원하는 고행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앞에 계신 네 성직자가 무릎을 꿇으실 때마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파도처럼 무릎 꿇는 스님과 신도들의 길다란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졌습니다. 옅은 구름이 조금 끼었지만 아스팔트는 여전히 뜨겁게 달아올랐고, 스님들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실 때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셨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의 온갖 미물들에게도 자비심을 가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스님들의 용맹정진은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물결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도정일 교수님과 도서출판 문학동네 강태형 사장님, 한겨레 최재봉 문화부장님, 북하우스 김정순 사장님, 영남대 영문과 이승렬 교수님, 시인 이문재님, 도서출판 호미 홍현숙 사장님 등 많은 문인들도 함께 하셨습니다.
가톨릭 노동장년회 마산교구 임홍길 회장님과 백남해 신부님, 해바라기 쉼자리 선생님과 아이들도 멀리서 와서 삼보일배에 동참하셨습니다. 백남해 신부님은 무릎이 좋지 않으시다면서도 다른 분들은 수십일 동안 해오신 것을 당신은 오늘 하루만 하는 것이라며 삼보일배 수행을 계속 하셨습니다.
이삼 주만에 만난 해바라기 쉼자리의 은지는 "삼보일배를 직접 해보니까 좋아요. 약간 힘들긴 하지만 방조제 공사를 중단시키려는 뜻에 참여해서 보람있어요. 얼마나 많이 갔나 궁금해서 다시 왔어요"라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삼보일배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었는데, 여전히 밝고 착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아침에 수원을 출발한 삼보일배 행렬은 점심 무렵 의왕시로 들어왔다가 이제는 안양시로 왔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4시 30분쯤, 안양시내로 점점 들어오는 가운데 수경 스님께서 갑자기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으셨습니다. 앞서 가는 길잡이가 쉬어가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갔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한번 주저앉으셨습니다.
오늘은 옅은 구름이 끼어 쨍쨍한 햇볕은 조금 피할 수 있었지만 계속 진행된 무리한 일정과 체력 저하 때문에 무척이나 힘이 드셨나 봅니다. 아무리 힘이 드셨어도 이를 악물고 가시던 스님이셨는데 이제는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시는지... 다들 불안과 걱정이 앞섭니다.
다행히 근처에 유한킴벌리 공장이 있어서 순례단은 얼른 그곳으로 이동하고 쉴 수 있었습니다. 공장 관계자들은 친절하게 순례단을 맞아주셨고 전기를 설치하고 미숫가루도 내주셨습니다. 저녁에는 환경문제에 아주 많은 지식과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계시며 실제로 여러 환경단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하시는 문국현 사장님께서 오셔서 성직자들의 안부를 물으시고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기업활동을 하는 다른 분들도 환경경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기업활동과 환경보전이 조화를 이룬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할 것입니다.
오늘 아침은 수원 북수동성당, 점심은 수원포교당, 저녁은 수원 반야사에서 각각 준비해주셨고 유한킴벌리에서는 잠자리를 내주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마용운(환경운동연합)>
※오늘 온 길 : 경기도 수원시 국가전문행정연수원 - 안양시 유한킴벌리 앞 (6.2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72.4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안양시 - 과천시(5월 20일) - 남태령(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