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삶을 마감한
22세 청년노동자 서**님을 추모합니다.
지난 3월 17일 밤, 오리온 익산 공장에서 근무했던 22세의 여성노동자 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고인은 유서를 통해 일터를 ‘사람이 다닐 곳이 아니다’며 절망했고, 관리자 등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고인이 주변인들에게 그동안 일터에서 겪었던 따돌림ㆍ유언비어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하소연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진실규명을 원하는 유가족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회사 측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것과 관계기관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합니다.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유서를 통해 호소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의혹을 회사 차원에서 철저하게 파악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입니다. 2019년 7월에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개정 근로기준법)>에도 회사는 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의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강력히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책임감 없는 자세로 문제를 무마하려 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유가족을 찾아가 제대로 된 위로조차 하지 않은 채 퇴직금 관련 언급만 하며 서류 처리 등을 하며 유족의 분개를 일으켰습니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서야 사측은 ‘자체조사를 해보니 고인이 일터에서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았으며, 유서에 지칭된 이들에게도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입장만을 밝혔습니다. 또한 고인이 배치되어있던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제품불량과 관련하여 고인의 실수만 문제가 아님에도 반복해 시말서를 요구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다가 고인이 작성한 시말서가 확인되고 나서야, 직원교육 차원의 면담이 있었다고 하는 등 석연치 않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고인은 전남 순천의 직업계고 실습생으로 전북 익산의 공장에 가게 되었고, 2018년 졸업 후 4월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음엔 같은 학교에서 30명 이상이 함께 실습으로 갔다가 고인을 비롯한 소수만 회사에 남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회사는 진상규명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더 취약한 입사 2년 차의 20대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일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교대 근무와 청년 여성에 대한 위계적인 조직문화 및 편견 어린 시선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린 것은 아닌지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일터 내의 연령과 직급이 낮은 노동자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밝혀졌습니다.
지금이라도 회사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자체 조사 내용 공개 등을 통해 진상규명 및 사건 해결 과정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발견된다면 관련 대책과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유서를 통해 일터에서의 고통을 호소했던 고인의 억울함이 남지 않게 특별근로감독 등을 비롯한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합니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엄중하게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을 다시 한 번 추모하며,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을 다 할 것임을 밝힙니다.
2020.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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