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주민의 집과 땅을 빼앗아 미군에게 바치려는가.
국방부는 우리 땅을 직접 관리하라!
군산시 옥서면 끝자락에 자리한 하제마을은 통일신라시대의 최치원이 걱정과 근심을 달래며 책을 읽었던 자천대가 있던 바닷가 마을이다. 한국전쟁 때조차 옆 마을은 큰 피해를 보았어도 하제마을만은 바다가 지켜줘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던 하제마을이다. 하제 포구는 군산에서 가장 활성화 포구로도 유명했던 이곳은 갯벌이 발달해 노랑조개, 생합 등 조개잡이만으로도 활기차고 풍요로운 삶을 이룰 수 있었던 마을이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 이후 바다가 막히고, 마을은 생기를 잃어갔고 2001년부터 시작된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사업은 주민들로부터 집과 땅마저 빼앗았다. 그 땅을 국방부가 이제는 미군기지에 넘겨주겠다고 한다. 주민의 피와 땀, 역사와 문화가 깃든 마을을 빼앗아 없애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 땅을 미군에게 넘겨주려는 국방부를 규탄하며, 당장 그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주민의 집과 땅, 공동체를 빼앗아 미군에게 바치는 것이 국방부가 할 일인가!
국방부는 하제마을을 비롯해 5개 마을, 644세대의 땅과 집을 매입해왔다. 2002년부터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됐고, 2019년까지 600세대가 넘는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다. 지금 하제마을에는 단 두 가구의 주민들과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군산시 보호수 2그루(소나무, 팽나무)가 남아있다.
3월, 국방부는 하제마을 곳곳에 펜스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현수막을 게시했고, 이에 우리는 공사를 진행하지 말 것을 국방부와 군산시청에 요구했다. 이 문제에 군산시가 즉각적으로 나서면서, 31일 국방부와 군산시청이 만나 현장 방문을 한 후 펜스 공사를 중단하고, 이후 양자가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는 군산시가 보여준 노력을 환영하며, 공사를 중단하기로 한 국방부와의 약속이 지켜지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하제마을 일대를 미군기지에 넘겨주려는 계획이 있음을 확인했다. 탄약고 안전거리를 확보한다며 20여 년에 걸쳐 주민들에게 빼앗은 땅을 고스란히 미군기지에 바치는 국방부의 행위는 주민을 포함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하제마을 일대가 미군기지로 넘어가면 배타적 사용권이 미군에게 넘어가고, 한국 정부 및 군산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국가 안보와 시민 안전을 명분으로 주민들의 토지를 국민의 혈세로 빼앗아, 미군에게 바치는 것이 국방부가 할 일인가!
80년대 말 국방부는 군산 매그넘(구 목장탄약고) 탄약고 주변의 토지와 마을을 탄약고 안전지역권으로 확보하였지만, 철조망 공사를 하지 않았고, 토지를 주민들에게 임대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오고 있다. 또 2002년 LPP 협정과 2004년 LPP 협정 개정 어디에도 안전지역권을 미군에게 공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하제마을을 미군기지에 넘기는 목적이 안전거리 확보가 아니라 더 많은 탄약고를 지으려는 것은 아닌가? 국방부는 주민들에게 빼앗은 토지를 미군기지에 넘기지 말고, 직접 관리하라!
군산시는 하제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지켜온 보호수(200년 소나무, 600년 팽나무)를 시민과 함께 지켜내야 한다.
하제마을에는 역사, 문화,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당산나무 두 그루가 있다. 수백 년 동안 그 자리에서 마을을 지켜온 200년 소나무와 600년 팽나무가 그것이다. 군산시는 이 두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보호 및 관리를 해오고 있다. 군산 시민들 또한 자발적으로 지킴이 모임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방문해 나무를 관찰하고, 보호수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를 발굴 및 기록하는 등 그 가치를 보존하려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땅이 미군기지가 되면 보호수 관리뿐만 아니라 나무에 대한 접근조차 어려워진다. 주민들이 이주하고, 폐허가 된 마을을 보호수인 소나무와 팽나무가 지키고 있다. 시민들이 언제든지 방문해 보호수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군기지에 의해 시민들의 접근권이 가로막혀서는 절대 안 된다.
하제마을에는 아직 주민들이 살고 있다.
군산시는 주민들이 국방부와 미군기지에 의해 고통받지 않도록 적극 나서라!
하제마을에는 아직 두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그동안 펜스 공사 알림 현수막 게시 외에도 마을 입구에 차량이나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막을 설치하고, 마을 안 곳곳의 길을 끊어 다니지 못하게 만들거나, 농사를 짓지 말라는 안내판을 곳곳에 설치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마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주민의 동의조차 없이 건물을 철거하거나, 남아있는 주민들에게는 토지와 주택을 점유하고 있다는 일방적인 이유로 여러 차례 변상금을 청구했고, 올해는 남아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토지인도소송(토지인도소송 재판 4월 21일 오전 10:50 군산지청)을 시작했다. 이런 국방부의 행위들은 주민들에게 커다란 심적 고통을 주고 있다.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국방부의 여러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국방부와 제대로 된 합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을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명분 쌓기용 소송을 하고, 마을길을 부수고, 길을 가로막는 차단막을 설치하고, 철조망 공사 플래카드를 설치하면서도 국방부는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나가라는 요구만 할 뿐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안전과 안보라는 논리로 생계와 집, 공동체를 빼앗긴 주민들의 희생이 억울함과 고통으로만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군산시는 국방부에 의해 하제마을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이 문제에 대해 군산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시민들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 국방부는 주민들에게 빼앗은 우리 땅을 지켜라!
/ 군산시는 수백 년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군산시 보호수를 지켜내라!
/ 하제마을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군산시는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켜라!
2020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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