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학생 멱살잡은 교사에 대해 징계가 아닌 인권교육만 받게 한
전북학생인권센터(제3기 학생인권심의위원회) 규탄한다.
작년 7월 15일, 모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무릎 꿇리고, 목덜미를 잡고, 의자를 집어 던졌다는 요지의 구제신청이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됐었다. (사건명 19-학인-0004폭력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의 개요는 학생이 우유를 창밖으로 던진 것에 대해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교사는 정황상 학생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학생에게 폭력 등의 인권침해를 한 것이다.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의 주장은 교사가 피해학생(이하 A)를 상담실로 가게 하여 우유 사건을 묻다가 소리치면서 멱살을 잡아 흔들고 무릎을 꿇게 하고, 손들고 있게 했다. 그리고 교사는(A의 모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난 후) 엄마가 때려도 된다고 말했고, 우유를 던졌던 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신발장까지 A의 목을 잡고 끌었다. 교사는 재연하고 다시 상담소로 A의 목을 잡고 끌고 갔고, 복도 중간쯤에서 너무 기분이 나빠 A가 욕을 했더니 교사가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다시 상담실로 와서 교사는 A에게 “욕했냐고?” 말해서 A가 욕했다고 답했더니, 교사가 우유를 바닥에 던지고, 이후 의자를 바닥에 던졌고, 화를 내며 A를 무릎 꿇게 했다는 것이다.
가해자(교사)의 주장은 상담실에서 처음부터 멱살을 잡은 것은 아니고 피해 학생의 어깨를 잡고 무릎을 꿇리고 손을 들게 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상담실에서 신발장까지 오가며 신체접촉은 없었으며 A의 뒤에서 따라가면서 약간 밀었던 것은 있지만, 목덜미를 잡지는 않았다고 했다. 상담실에 도착해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며 A의 멱살을 잡았는데 멱살이 잡힌 A가 “씨x”라는 욕을 하여 상담실 안으로 밀어 넣었고, 감정적으로 흥분해 우유를 바닥에 던지고 의자를 A의 반대편 쪽으로 던졌다고 주장했다.
다시 제3기 학생인권심의위원회의 결정문에 따르면 목을 잡고 끌었는지 아닌지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다르고 목격자 또는 목을 잡아끈 상처 등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여 피해 학생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 부분 관련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교사가 피해 학생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강제로 무릎 꿇게 하고 손을 들고 있도록 한 행위는 ‘간접체벌’에 해당하고, 피해 학생의 거짓말을 지적하면서 목덜미를 잡고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상담실로 밀어 넣은 행위는 ‘직접체벌’에 해당하며, 상담실 바닥에 우유와 의자를 집어 던진 행위는 정신적 폭력으로 볼 수 있다며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한, 이 폭력행위로 학생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런 심각한 학생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공감하며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선 피해 학생과 교사가 서로에게 사과하고 화해하였고, 사건 발생 직후 교사가 학생의 부모에게 바로 전화를 해 폭력을 행사한 것을 알렸다는 이유로 가해 교사에 대해 신분상 처분이 아닌 특별인권교육(4시간)의 방법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학교장에게는 학교 교직원 대상 인권 교육과 별도의 대책 수립과 시행할 것을 권고하였고, 학생 대상으로는 교사의 생활교육 권한과 (교사)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는 이 결정문을 보며 학생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해 설치한 학생인권센터(학생인권심의위원회)가 과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진행된 제3기 학생인권심의위원회 회의록(2019.8.20.)을 보면 심의위원들은 이 사안이 가해 교사를 징계로 다뤄야 할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교육공동체 회복을 이유로 가해 교사에 대해 인권교육을 수강하는 것으로 결정 낸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학생이 학교에서 인권침해 및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한 창구로 만들어진 것이 학생인권센터(학생인권심의위원회)이다. 전북지역 학생들의 인권신장을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할 학생인권센터가 이 사건에 대해서 학생인권침해라는 결론을 내리고선 교육공동체 회복을 이유로 가해 교사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지 않고 감싼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결정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뒤늦게라도 규탄할 수밖에 없다.
1. 이 사건은 학교에서 교사가 생활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화를 이기지 못하고 학생의 멱살을 잡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의 인권침해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공동체의 회복을 거론하기에 앞서 피해자가 그 당시 상황에서 겪었을 트라우마를 돌보고 가해자와 분리조치 했어야 한다. 하지만 회의록을 보면 교사가 자기 잘못을 인식하고 바로 사과한 것에 대해 학생과 교사가 바로 화해했다는 표현이 등장하며, 이것이 진짜 화해인지 한 명의 위원 말고는 지적하는 위원이 없었다. 폭력 발생 후 교사가 사과한 후 학생이 욕한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이 교사의 폭력행사에 대한 위협을 느껴 두려움에서 나온 상황 모면용 사과일 수 있는 여지가 큰데도 그것을 화해라고 보는 것은 권력자 앞에 놓인 약자의 인권을 대하는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본다.
그리고 분리조치를 하고서도 얼마 안 되어 교사와 학생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다시 가해 교사의 반에 피해 학생을 넣었다고 하는데 학교의 조치 또한 매우 인권감수성이 없는 조치였다.
2. 학생인권심의위원회 결정문 소결대로 (“학교 생활교육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 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더라도 교사의 교육방법은 교육목적에 맞아야 하며,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이어야 한다.”) 행하지 못한 가해 교사에 대한 적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권을 침해한 가해 교사를 징계해 일벌백계로 삼고, 학교 생활교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을 의논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학생이 평소 교사와 갈등 관계에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들로 이번 사건이 교사-학생의 권력 관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희석하고, 교사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에 감정 이입해 이런 솜방망이 처벌도 안 되는 수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교사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학생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학생을 이분화하여 낙인찍는 효과를 가진다. 교사와 갈등 관계에 없는 학생이었다면 신분상 처분을 했을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에 차별의 소지도 있다. 이 대목에서도 이 결정문이 교사들에게 어떤 신호를 줄 것인지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
3. “학생들도 교사의 생활교육 권한,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인권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는 의도의 문제.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했던 것은 우유를 던진 것에 대해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교사는 학생이 거짓말을 한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재연시키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해당 결정문을 통해서는 교사가 멱살을 먼저 잡았는지, 교사의 생활교육에 학생이 먼저 욕을 했는지 사실확인은 어렵지만, 교사의 주장을 보면 학생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해 무릎을 꿇리고, 손을 들게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학생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은 실수라고 했는데 무릎을 꿇고 손을 들어야 한다면 억울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재연하는 과정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멱살을 잡히면 위협을 느끼고 감정이 격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기에 이 과정에서 학생이 욕을 한 것도 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인권침해에 대한 학생의 정당방위로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교사가 올바른 생활교육을 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교사에게 욕을 한 것에 대해 교사의 생활교육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학생들에게도 교사의 생활교육 권한을 침해하지 않도록 인권 교육을 권고한 것이다. 인권침해 가해자가 교사이니 교사들 대상으로만 인권 교육을 시행하면 되는 일인데 학생들에게 교사의 생활교육 권한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인권교육을 시키라니. 인권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런 사유에 대해 학생들이 알게 되면 오히려 피해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질타를 받는 등의 곤경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4. 학생인권심의위원회 모집과 구성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3월 14일, 제3기 학생인권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끝나고 제4기 위원회가 시작됐다. 그러나 위원회 모집이 공고된 날짜는 2월 20일이고 2월 28일까지 접수 마감이었고, 심의 및 결과 발표는 3월 2일이었다. 공고날짜와 접수 마감일까지 기간이 매우 짧은데도 모집이 완료 될 수 있었다는 것은 공개모집형태가 아닌 추천방식의 모집형태가 아니었는지 의심 가는 부분이다.
위원회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총 15명을 두게 돼 있는데 교사비율이 4명이나 된다. (교육 전문가로 교사 2인, 교장 1인, 인권교육 연구 교사 1인)
또 학생위원은 3명으로 학생의 의견을 대표하지만, 회의록을 보면 각 학교에 존재하는 규정개정심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학생위원의 발언은 매우 적고, 교사를 비롯한 비청소년 위원의 발언이 다수를 이룬다. 나이에 따른 위계 문화를 더한다면 평등한 회의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학교 사정에 밝지 못하다 보니 교사위원들의 의견에 휩쓸리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문제가 있는 결정이 나오게 되지는 않았는지 우려스럽다.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모집 공고일을 늘리고 공개모집을 통한 모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생위원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 위원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청취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평가하고, 회의의 운영 방식에서부터 학생 의견을 중심에 놓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특히 교사위원이 4명이나 되는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 교사위원을 줄이고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위원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전라북도 교육감에 이 사건 관련 총체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 한다.
2020년 4월 1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전북지부(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노동당전북도당(노동당비례대표0번 조민), 정의당전북도당(청소년위원회(준)), 참교육학부모회전북지부,교육행동앵그리맘연대, 전주여성의전화, 전북교육연대,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조례만드는청소년, 정의당경남도당청년학생위원회, 어린이책시민연대김해지회 (무순)
보도자료200401_전북학생인권심의위원회_규탄관련(수정).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