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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언제까지 국민의 생명을 우습게 여길 것이냐?

구멍나고, 갈라지고, 부식된 위험천만 방호벽!

한빛 3호기를 당장 폐쇄하라!!

지난 3월 10일 주민제보에 의해 한빛 핵발전소 3호기 콘크리트 격납건물 외벽이 떨어져나가 철근이 노출되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출된 철근은 격납건물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수평철근 3개와 수평철근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방사전단철근 175개이다. 철근 노출의 원인은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의 부실 시공으로 인한 철근피복 두께 부족과 사용년수 증가에 따른 콘크리트 경년열화로 추정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14년 가동중 검사에서 이미 30여개의 철근 노출 사실을 확인하였음에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철근 노출을 발견한 주민이 한빛원전환경안전감시센터에 제보함에 따라 외부로 공개된 것이다.

콘크리트 격납건물은 핵발전소 비상 상황 시에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시켜주는 최후의 방호벽으로써 핵발전소 안전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설이다. 이렇게 중요한 격납건물에서 드러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까지 한빛 3호기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구멍만 124개이며 이 중 20cm 이상의 대형 구멍은 57개에 달한다. 한빛 3호기는 우리나라 핵발전소 중에서 가장 많은 구멍수를 보이고 있으며, 한 호기만의 구멍비율이 전체 구멍비율의 42%로 압도적으로 높다. 더군다나 격납건물의 구멍은 앞으로 얼마나 더 발견될 지 알 수 없다.

구멍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격납건물의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한 텐돈 그리스 누유가 수 십 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격납건물의 구조적 균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방호벽 안쪽에서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시켜주는 철판의 부식 또는 두께 감소 지점도 255개소에 달한다.

한편 지난 해 6월에는 격납건물 종합누설률시험(ILRT) 수행을 위해 격납건물 내부에 공기로 시험압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격납건물 관통부에 대한 누설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중대사고시 격납건물 내부에 증기와 방사성물질이 가득차면서 압력이 높아지고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격납건물 압력누설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격납건물의 결함이 이처럼 심각하고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은 하지 않고, 계속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구조건전성 평가를 바탕으로 보수방법을 결정하여 ‘완벽’하게 정비해서 가동하겠다고 한다.

완벽한 정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한수원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애초에 격납건물의 공극을 100% 찾아내는 기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구멍을 찾아내는 기술로는 건물 안과 바깥쪽 20cm까지만 가능하므로, 두께 120~160cm에 달하는 격납건물 모든 부분의 구멍을 원천적으로 찾아낼 수가 없다. 따라서 발견된 구멍만 보수한다고 하더라도 찾아내지 못한 수 많은 구멍들이 있는 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설령 모든 구멍을 다 찾아내어 보수를 한다고 치더라도 사고 시 약한 접합부분부터 파열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미국 산디아 국립연구소의 격납건물 고압 실험은 사고 시 격납건물의 가장 약한 부분부터 파열되며 폭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빛 4호기에서 사람크기 만한 대형 구멍이 발견된 이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과학정보통신위원장이 대책협의회를 구성해서 진상을 파악하라는 요구가 있은 뒤 원안위를 중심으로 사업자인 한수원,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 시공사인 현대건설, 콘크리트 학회 등이 모여 한빛 3호기 격납건물 공극 관련 유관기관 협의체가 구성되었다. 협의체는 격납건물의 구조건전성을 평가하고 이를 외국의 제3자 기관에 검증을 의뢰하여 그 결과를 원안위에 제출하고, 이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검토한 뒤 콘크리트학회가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수 방법을 결정하고 보수하여 재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원인을 따져 묻고,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 마땅한 부실공사 및 부실운영, 부실규제의 당사자들이 그들만의 협의체를 만들어놓고 가능하지도 않은 구조건전성 평가를 하고, 가능하지도 않은 ‘완벽한’ 정비를 하겠다는 것에 기가 막힐 뿐이다. 그들만의 기만적이고 혹세무민하는 협의체는 구조적 안전성평가를 방패삼아 핵발전소 재가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가동 핵발전소 전체 격납건물의 공극과 철판부식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비용만1,655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한빛 3·4호기의 점검과 보수에만 586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막대한 보수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아무리 보수를 한다 해도 한빛 3호기는 최후의 방호벽으로서의 역할을 결코 할 수 없다. 구멍나고, 갈라지고, 부식된 한빛 3호기 격납건물에서 ‘완벽’한 정비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한빛 3호기를 당장 폐쇄해야 할 이유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이 수많은 결함과 위험의 징후들 외에 얼마나 더 많은 징후가 드러나야 안전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폐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후가 될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평화를 무책임하고, 뻔뻔한 그들의 손에 맡길 수 없다. 전라북도와 도의회는 전라북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당장 한빛 3호기 폐쇄를 촉구하고, 핵발전소 주변 지자체의 재가동 승인권을 요구하여 반드시 3호기 재가동을 막아야 할 것이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핵발전소의 가동률과 경제성보다 제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 한빛 3호기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무의미한 보수를 할 것이 아니라 폐쇄하는 것 만이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재가동을 위한 한빛 3호기 유관기관 협의체를 해산하고, 하루 빨리 3호기를 폐쇄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재가동 합리화시키기 위한 유관기관 협의체 해산하라!

전라북도는 한빛 3호기 재가동을 반드시 막아내라!

완벽한 점검도, 완벽한 보수도 불가능하다. 누더기 한빛 3호기 당장 폐쇄하라!

2020.03.17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공공성강화 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 김제정의평화행동, 노동당전북도당, 민주노총전북본부, 부안군민회의, 부안시민발전소, 생명평화마중물, 생명평화정의전북기독행동,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아이쿱전주생협, 원불교환경연대, 유쾌한작당IN정읍, 전교조전북지부, 전북녹색당, 전북녹색연합, 전북불교네트워크,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정의당전북도당, 진보광장, 진안YMCA, 천주교전주교구정의구현사제단, 한국YMCA전북지역협의회, 전북YWCA협의회, 한살림전북생협, 한울생협, 핵없는세상을위한고창군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