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기반한 다문화가족 자녀 모독 발언, 정헌율 익산시장 규탄한다!

지난 5월 11일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 운동회’ 축사에서 정헌율 익산시장은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는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며 "'당신들은 잡종이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 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다"라고 해명한바 있다. 이날 대회는 중국과 베트남 등 9개국 출신 다문화가족 600여명이 참석하였고, “다문화 가족을 위한” 자리로 마련된 것이었다.

정 시장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표현하였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발언이 인종주의적 편견에 입각한 심각한 차별과 혐오의 발언이라는 인식을 못한다는 점이다. 익산시장과 공무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즉각적인 사과가 없었다. 이후 여론을 통해 문제가 되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문화 가족의 자녀를 더욱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평소 정 시장이 다문화가족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깊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문화가족과 이주여성 관련 단체들의 항의 행동이 예고되자 6월 20일에 발표한 사과문도 차별적인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과문에서 다문화 가족 아이들이 머리가 좋다는 덕담의 표현이었다면서 단순히 용어선택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으로 자라는 다문화가족 자녀 전체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대상일 수 없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족 자녀의 특수한 점을 강조하고 나서 자신의 업적을 늘어놓는 방식은 형식적인 사과문의 전형에 가깝다. 정 시장의 발언은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다. 일부 언론사가 아니라 여기에 참여한,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민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정헌율 시장의 발언에 대한 규탄과 함께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진행되어 온 다문화가족 행사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대규모 다문화가족행사가 한국 선주민 사회에 보여주기식 동원 행사가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다문화가족을 위한 축제였다면 단체장의 행사성 축사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장이었을 것이다. 다문화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의 생색내기 행사가 진정 목적에 부합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전라북도에서 가장 많은 결혼이민자가 생활하는 익산시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임에도 단순히 말실수로 취급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의 일상적으로 차별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말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다문화가족과 이주민 관련 업무를 하는 지자체 수장의 인식은 곧바로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행정을 구현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지자체의 수장은 국가와 함께 모든 주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인권감수성과 다문화 감수성의 향상을 위해 지자체 수장과 같은 고위 공직자들이 먼저 교육받아야 한다.

정 시장 같은 사람들이 지자체 수장으로 있기에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아직 그대로이다.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민자의 사회적 차별 경험은 2012년에 41.3%, 2015년에 40.7%이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다문화 수용도는 2015년 53.9%, 2018년은 52.8%로 50%를 간신히 넘을 수준이다. 여전히 일상에서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주민 차별, 다문화가족 차별에 대하여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 시장의 발언과 같은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 시장 같은 발언을 처벌할 수 있다.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혐오 발언이 문제임을 인정하다면 정 시장은 사과의 의미로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

용어 선택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이주민 당사자에게 제대로 사과하라!

다문화가족 혐오발언 책임지고 사퇴하라!

2019년 6월 25일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협회,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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