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
반노동 반인권 문재인정부 규탄한다
비정규노동자 김수억에 대한 영장청구를 기각하라!
1월 20일 새벽 3시, 검찰은 청와대 앞 신무문에서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김수억지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김용균 사망 진상규명’ 등의 손현수막을 들고 1분도 안 되게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현행범 체포요건이 되지 않음에도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체포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현재, 구속영장이 웬 말인가! 아무리 그 이전에 김수억 지회장이 조사받고 있는 집회시위 사건을 모두 통합했다고 할지라도 구속사유가 될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이 병합했다는 이전 사건은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중 벌안 청와대 앞 집회와, 불법파견 범죄자 기소에 대한 고용노동부 행정개혁위의 권고를 이행하라며 고용노동부 서울지청에서 농성한 사건이다. 실정법을 위반한 점이 있을 지라도 모두 평화로운 집회였다. 그런데도 엄청난 범죄행위인 양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때도 이런 사안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우려스럽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2017년 5월 20일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입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고, 지난해 12월 사망한 청년비정규직인 고 김용균 님의 죽음을 애도한 만큼 무언가 변화가 있을 거라고 1%의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일말의 기대마저도 저버렸다.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자리에 앉으면 그렇게 재벌의 입맛에 맞추고 노동존중은 한낱 휴지조각처럼 버리게 되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불법파견 범죄행위와 노조파괴 범죄의 수사대상인 삼성전자 이재용과 현대기아차그룹의 정의선을 비롯한 재벌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규제완화와 산업지원 등을 지시했다. 박근혜 씨가 대기업총수를 불러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한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재벌이 수십 년간 저지른 범죄행위는 눈감으면서 비정규직노동자는 고작 집회시위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위반의 내용이나 정도, 공익성을 고려하더라도 재벌의 범죄는 엄청난 것이다. 반면 김수억 지회장이 한 행위는 엄청난 범죄행위가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약칭 유엔 자유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인권기구는 노동자․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실에 대해 '평화로운 집회시위는 보장하라‘고 수차례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대통령이 경찰의 집회시위 자유 침해와 공권력 남용에 대해 쓴소리를 한 후 2017년 경찰개혁위가 만들어졌다. 그 후 경찰은 경찰개혁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1년 반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현수막을 들고 구호 몇 번 외쳤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팔이 꺾이며 강제 연행됐다. 심지어 주거가 분명하고 인멸할 증거도 없는 집회시위 사안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했다. 인신의 자유는 근대사회에서 큰 형벌이기에 우리 형법과 헌법도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시간 끌기 조사를 하더니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것이 노동존중인가. 이것이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가!
더구나 작년 12월 11일 사망한 고 김용균 님은 아직까지 장례를 치르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반쪽짜리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것으로 모든 일이 다 끝난 것인 양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인을 죽게 한 비정규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대해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동료들과 시민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절규하고 있다. 김수억을 비롯한 6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행동은 이러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절규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 외침에 대한 답은 정녕 구속영장 청구란 말인가! 비정규 노동자들이 왜 고 김용균님의 죽음을 자기 일로 여기며 죽음의 제도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외치는지, 문재인 정부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2013년 6월 13일, 박근혜는 쌍용차 김정우 전 지부장을 구속했다.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리고,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쳤던 상주가 구속된 이유는 단 하나, 대선기간 전태일 동상을 찾은 박근혜 후보를 막았다는 ‘괘씸죄’였다. 2019년 1월 21일, 문재인 정부는 기아차 비정규직 김수억을 구속하겠다고 한다.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외쳤던 비정규직을 구속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 본인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에 파산을 선고하는 것인가. 역사의 시계를 2013년 6월 13일로 되돌려 노동자를 짓밟고, 인권을 후퇴시키려는 것인가.
김수억 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부의 반인권 반노동 행보에 따른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 반인권 행보에 코드를 맞추더라도 적어도 사법부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법원은 공정한 법의 잣대에 따라 김수억 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 이번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사법부 개혁을 앞둔 사법부의 행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이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노예제도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기 위해 꾸준히 실천할 것이며, 고 김용균 님의 사망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다.
2019년 1월 21일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외 200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190121보도자료_비정규직구속규탄기자회견최종수정.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