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지역을 바꾸고, 내 삶을 바꾸는 일,
우리 직장에서 출발하자.
전북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문
직장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동료관계와 교우관계 등 다양한 관계가 교차하는 삶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건강한 사회, 건강한 삶을 위해서 건강한 일터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 일터의 현실은 어떤가. 잊을만하면 계속 터져 나오는 재벌 일가의 행태는 사회적으로 ‘갑질’이라는 신조어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땅콩 때문에 움직이던 비행기가 돌아섰고, 광고에 대한 열정 때문에 직원에게 물병을 던졌던 사장님의 갑질에 온 사회는 분노했다. 그러나 이는 몰상식한 재벌 일가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폭언, 성희롱, 임금체불 등 각종 권리침해에 시달리면서도 이슈조차 되지 않는 수 많은 노동자들의 문제다.
전북직장갑질119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다양한 직장 내 갑질 사례들을 접수받았다. 짧은 시간, 부족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150여 명이 상담방에 참여하여 3070건의 톡이 오고갔다.
이렇게 채팅방에서 오가고, 접수된 사건들은 한국 사회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법을 판단하는 법원의 구내식당에서 일했던 노동자 앞에서 법은 무력했다. 구내식당 하청업체는 추가수당은커녕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4대보험료는 회사가 축소신고 했지만, 문제가 제기되고 나서도 1달이 넘게 경과되도록 지급하지 않았다.
삼양화성이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을 교대제 생산직 업무로 일방 전환시킨 것에 대해 법원은 전보를 중단하라했고 지방노동위원회도 부당전보라고 판단했다. 법원과 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회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다른 사업체에서는 회식자리에서 술버릇이 나쁜 사장의 술시중을 강요한다던지, 업무 실적을 근거로 퇴사를 강요하고 직장에서 따돌리는 등,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넘나드는 하소연도 들려왔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담배심부름을 전담하고 있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사회이고 법치주의 국가라지만 이렇듯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직장 문 앞에서 멈춰있다. 불과 십수개월전 광장에 모인 수많은 촛불이 대통령을 끌어내렸고, 모두가 좀 더 민주적인 사회가 왔다고 축하했지만 정작 ‘내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쓴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이런 현실의 영향이다.
전북직장갑질119는 오늘 출범 이후 직장을 바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한 상담은 물론, 갑질 사례를 유형화하고 지역 사회내에서 직장 내 갑질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욱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노동자들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역을 바꾸고 삶은 바꾸는 일은 해고, 임금체불, 괴롭힘, 폭언욕설, 성희롱 등 온갖 갑질에 시달리는 직장을 바꾸는데서 출발한다.
2018. 6. 18
전북직장갑질119
20180618 전북직장갑질 기자회견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