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년의 땅 위에 무지개가 뜬다”
전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문
한국사회의 현 주소, 성소수자 혐오
지난 2017년 9월, 전북지역 일부 기독교단체들은 전주에서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세미나 및 기도회를 개최하였으며, 전북대학교 정모 교수는 ‘동성애 · 동성혼 개헌의 위헌성’ 이라는 제목으로 그 자리에 참석하여 공식발표를 하였다. 전주 외 지역에서도 ‘동성애 옹호·조장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전북 지역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과 혐오가 결코 작지 않음을 시사한다. 성소수자들은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존엄한 존재이지만, 전북이라는 지역사회 내에서 자신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를 부정당하고 수많은 혐오·차별을 겪으며, 폭력에 노출되어 왔다. 이로 인해 성소수자들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현 사회가 정해 놓은 젠더의 특성 안에 갇혀 살아가기도 한다. 차별·혐오 선동은 비단 성소수자에 그치지 않고 여성,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청소년, 세월호 유가족 등에 대한 혐오로 전이되었다.
차별·혐오를 넘어 자긍심의 축제, 퀴어문화축제
차별적인 현실 속에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의 축제로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고 권리와 자긍심을 외쳐왔다. 한국에선 2000년부터 시작된 서울퀴어문화축제와, 2009년부터 시작된 대구퀴어문화축제와 더불어 작년 부산과 제주에서도 최초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면서 점점 많은 자긍심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에 전북 내의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성소수자들의 존엄과 자긍심이 빛나도록 전주에서도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고자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전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를 구성하게 되었다. 조직위는 다음과 같은 지향으로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고자 한다.
성소수자의 자긍심이 가득한 축제
조직위는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혐오세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커뮤니티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했던 전북지역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축제를 만들 것이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신의 정체성이 부끄럽지 않은, 퀴어 프라이드(QUEER PRIDE)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긍심의 날을 만들 것이다. 타지역에서만 개최되었기에 퀴어문화축제를 및 기타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지역의 성소수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차별과 혐오에 저항할 힘을 얻는 축제를 만들 것이다.
다양한 소수자의 특색이 빛나고 연대하는 축제
조직위는 성정체성, 성지향성, 성별, 지역, 피부색, 나이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과 폭력에 즐겁게 저항하는 축제를 만들 것이다. 차별의 이유였던 소수자성이 곧 자신을 빛내는 특색이 되는 축제, 차별·혐오 세력이 이 사회에서 존재를 지우려했던 다양한 소수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차별과 혐오에 맞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연대하는 광장을 만들어 가겠다.
혐오와 폭력이 없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
조직위는 축제 당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을 지양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갈 것이다. 이를 위해 기획단과 자원봉사단, 조직위 내에서 인권감수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이와 관련되어 모든 노력을 기울어 갈 것이며, 전북권의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성소수자와 여성,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모두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한 축제를 꾸려 나갈 것이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조직위는 지역사회 내 민주주의의 발전과 평등을 위하여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단체 및 정당 등 다양한 단체와 함께 조직위를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제1회 전주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비롯해 향후 전주퀴어문화축제의 지속적인 개최, 차별과 혐오 선동을 넘어 평등한 지역사회 만들기,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위해 지속 가능한 연대를 해갈 것이다.
끝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는 도민들에게도 호소한다. 차별과 혐오보다 다양한 시민들이 존엄한 존중받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전주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2018.3.12.
전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후속보도자료]2018전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출범.hwp
<전주퀴어문화축제 사전행사 일정>
* 성소수자 부모모임 토크콘서트: 3월 17일 오후4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전주시 진북동 416 3층)
* 영화 <런던프라이드> 무료 상영회 : 3월 20일 오후5시, 전주교육지원청 대강당
* 작가 은하선 초청 강연회 <투명망토를 쓴 성소수자> : 3월 23일 저녁7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