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살인업무로 유명을 달리한 故 홍OO 양을 추모합니다.

지난 1월 22일,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LB휴넷)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 홍OO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이 업체에서는 2014년 10월에도 한 노동자가 실적압박과 감정노동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며 “회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명을 달리했습니다.

故 홍OO 양은 2014년 자살한 노동자가 일했던 세이브팀(해지방어부서)에서 일했습니다. 해지방어부서는 고객센터 내에서도 가장 인격적 모독을 많이 당하는 부서로, 소위 ‘욕받이’ 부서라고도 불립니다. 그래서 이 업체에서 일했던 전직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그곳은 사람 일할 곳 아니다’. 전화 상담을 하다 울음을 터트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故 홍OO 양도 회사에서 울다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친구들에게 울면서 전화하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고객들의 폭언을 참으며 해지를 막아야할 뿐만 아니라 실적에 대한 압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회사는 상품을 해지를 방어하는 데 실패한 ‘해지등록율’을 집계한 뒤 순위를 매겨 사무실 입구에 게시해놓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상담노동자들에게 목표 해지등록율을 할당하고 이 목표치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두고 성과급을 매겼습니다. 예를 들어 블루2 그룹의 해지 등록률은 평균 10%에 못 미칩니다. 10명에게서 해지 전화를 받으면 그 중 9명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상품 판매 실적도 강요받았습니다. 매일매일 팀 별로 판매할 상품이 할당되었고, 할당량을 다 팔지 못하면 남아서 ‘공부’를 하고 가야했습니다. 팀 별로 판매 실적을 비교하고 압박하는 것도 일상이었습니다. 해지방어를 하면서 역으로 상품까지 판매해야한다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 업무입니까. 재ㆍ퇴직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영업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시작한지 몇 개월 만에 그만두었다고 증언합니다. 얼마나 쉽게 사람이 그만두면, 업체는 새로 일할 사람을 소개하면 소개해준 사람에게 소개비로 25만 원을 준다고 홍보하는 지경입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업무에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회사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문제를 덮으려고 듭니다. 회사는 저녁 6시가 넘으면 모두 퇴근하고 강제적인 연장근무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상담노동자들은 그 날 할당된 콜 수를 다 채우기 위해서 저녁 7시까지 전화예약을 잡아놓고 업무를 했습니다. 바로 어제인 3월 6일에도 저녁 7시가 넘었지만 사무실에는 많은 상담노동자들이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감정노동에 대한 적절한 심리상담을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700여 명이 일하는 회사에 상담사는 단 1명뿐입니다. 게다가 회사는 이번 달에 거둔 영업 실적에 대한 성과급을 다다음달에 지급하면서 지급일 이전에 퇴사하는 노동자들의 성과급을 떼어먹고 있습니다. 홍OO 양 역시 기대했던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서 속상해했었다고 가족들은 기억합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은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업무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대거 투입되었다는 점입니다. 작년, 해지방어부서에는 십 수 명의 학생들이 배치되었고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단 2명만 남아있습니다. 전체 부서를 통틀어서는 30여 명이 이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갔지만 채 지금 현재 1/3도 안 되는 10명만 남아있을 따름입니다. 남아있는 이들 10명에 대한 최근 진행한 상담 결과를 보면, 이들은 한 결 같이 감정노동에 대한 스트레스,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업무 탓에 겪는 진로의 불안정함을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특성화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사회적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현장실습에서 이들의 전공은 고려되지 않았고, 실습을 나가서 어떤 일을 겪는지도 관심 밖이었습니다. 실제로 교육청은 아직까지도 몇 명이 LG유플러스 고객센터로 실습을 나갔는지, 몇 명이 중간에 되돌아왔는지, 이들이 왜 되돌아왔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도 질타에서 빗겨갈 수 없습니다. 2014년 자살한 노동자는 유서를 통해 회사의 불법행위들을 꼬집었고 큰 사회적 논란이 되었습니다. 노동부는 이후에도 이 업체에서 문제가 이어지지는 않는지 면밀히 관리감독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노동현장은 변한 것이 없었지만 노동부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망자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라!

비인격적인 노동환경,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라!

❍ 전라북도교육청은 철저한 진상파악에 나서라!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대책 마련하라!

❍ 노동부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드러나는 위법사항 처벌하라!

홍OO 양의 유가족은 홍OO 양이 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는지 그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가 즉시 진상규명,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우리는 홍OO 양의 죽음을 추모하며,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힙니다.

2017. 3. 7.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엘비휴넷)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