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국회의원 후보를 반대한다.

-무슬림 혐오에 찬동하는 정운천 후보에 반대한다-

 

오늘날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190만 명에 육박하고 이주노동자 수도 100만 명을 넘었다. 이는 전체인구의 3%에 달하는 수치다. 매년 이주민 수가 증가하는 만큼 인종의 분포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는 외국인에 대한 인식, 특히 특정국가 이주민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예를 들어, 최근 분당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예비군 사건 기사에는 ‘직장 동료 가운데 조선족, 동남아인이 없는지 확인해 보라’는 댓글이 도배될 정도다. 차별의식과 혐오가 가득한 이 댓글은 아직까지 어떤 조치 없이 인터넷을 누비고 있다. 인종차별 의식이 도를 넘었고 혐오가 극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전북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전북 익산시에 할랄식품전용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할랄식품은 무슬림들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식품∙의약품∙화장품 등을 뜻한다. 이러한 식품이 필요한 이유는 무슬림에게 금기식품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랄식품이 무슬림만 대상으로 하는 종교 상품은 아니다. 할랄식품의 생산과 판매는 기업이 특정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생산․판매하는 기업 활동의 일환으로 특정 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속적 기업활동인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에서는 할랄식품이 무슬림에게 허용된 식품이라는 이유로 할랄식품전용단지를 조성하면 한국사회에 무슬림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무슬림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또는 ‘범죄자’라고 낙인찍고 줄기차게 할랄식품전용단지 설립 반대운동을 펼쳤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 전주시 덕진구 교육문화회관에서 반사회정책저지국민행동과 충효예실천운동전북연합 주관으로 ‘이슬람 테러 예방 국민운동 전북대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운천 전 농수산부 장관은 “정부의 할랄단지 조성계획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할랄식품전용단지 조성 계획을 부정했다. 뿐만 아니라 “할랄단지가 가져올 문제점들은 국가적 재앙수준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며, 전북도민들이 이와 같은 진상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줄 것을 부탁한다”고 발언하였다. 할랄식품단지 조성이 테러와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입증하지도 못하면서 할랄단지가 어찌 국가적 재앙을 몰고 온다는 것인가? 이것은 특정 종교인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의심하는 것으로 인종차별의식과 혐오를 조장하는 말이다.

할랄식품은 이슬람 테러와 아무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이 모두 테러리스트인 것도 아니다. 할랄식품은 무슬림에 허용된 식품일 뿐이며, 할랄식품전용단지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세속적인 활동을 위한 장소일 뿐이다. 할랄식품전용단지에서 기업이 무슬림 노동자를 고용할 의무도 없다. 더구나 국내 할랄인증기업은 이미 100~200개 정도며, 가장 많이 수출 하는 기업은 농심이다.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에서 주장한 내용과 전혀 다르다.

할랄식품전용단지 설립반대는 오직 인종차별과 혐오, 소수자 배제로 가득찬 편견의 소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는 사실을 왜곡하여 거짓말을 유포했으며 편견과 혐오를 선동했고, 결국 할랄식품전용단지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류됐다. 매년 증가하는 이주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고민해야 할 지금, 편견이 낳은 오해로 인종차별과 혐오에 기한 행위가 증가될까 우려된다.

4․13 총선을 앞두고 차별의식과 혐오를 표방하였던 정운천 전 장관이 20대 전주을(서신동, 삼천1동, 삼천2동, 삼천3동, 효자1동, 효자2동, 효자3동, 효자4동) 국회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진 것은 평화로운 사회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의원이란 다양한 의견과 출신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책임을 지닌 국민의 대표이다. 조화와 공존보다는 차별과 근거 없는 혐오를 바탕으로 소수자를 배제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이러한 의식은 반인권적이기 때문이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반인권적인 정운천 후보에 반대한다. 우리는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후보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한 행위는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심적인 시민들과 전주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운천 후보의 낙선을 목표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6. 3. 30.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인권연대16-01(차별혐오조장하는국회의원후보반대).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