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
박은희 (4.16가족협의회)
“우리는 왜 아이들을 가만히 있게 내버려두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있지도 않은 특혜시비로 가족들을 폄훼하더니 세월호 인양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벌써 1년이 다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는 그 곳에 추모공원을 짓자고 합니다. 거기 사람이 죽어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거기에 말뚝을 박자고 하는 이야기하고 뭐가 다릅니까. 이게 사람이 사는 세상입니까. 진실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잘못된 시행령을 폐기하려고 했더니 이제는 돈다발을 들고 와서 집어던지면서 생색내기를 하려고 합니다. 정말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우롱하는 짐승 같은 나라를 더 이상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이 입이 되어주시고 올바른 펜이 되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십시오. 사람이 주인이고, 국민이 주인이며, 무엇보다도 생명이 귀한 여김을 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진실과 거래하려는 배상은 모욕이다!
진실은 인권이다. 모욕을 중단하라!
최현모 (세월호참사 인권실태조사단)
“무수히 많은 언론과 정부가 국민들의 눈과 귀, 입을 막고 있을 때 참사로 인해 피해입고 고통 받는 사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일반인이라 불리던 유가족과 생존자, 화물기사, 잠수사들을 만났습니다.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내기 위한 과정에서 그 어느 곳에도 국가는 없었습니다. 배상과 보상, 지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치 가족 팔아서 돈 번다는 이야기를 너무도 쉽게 했습니다. 부추긴 것 또한 언론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더욱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숨죽일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이 상황을 그대로 이용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마치 구걸하러 온 사람 취급하고, 피해자들은 그 분노를 어디서 풀어야 할지 어디에 요구해야할지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저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이 나라에 정부가 있는가. 얼마나 더 많은 국민들을 우롱하고 힘들게 하려는 건가. 시간이 지날수록 떼쓰는 유가족으로 비춰지게 되었습니다. 정당한 요구조차도 다 묻혀버렸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특별법이 통과되고 약간의 희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누더기 같은 법이었지만 피해자들의 요구가 조금이라도 반영될 수 있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우롱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충분히 당신들을 챙기고 있으니 내 말 잘 들어라, 국가는 처음부터 책임질 게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제주, 인천, 안산, 서울에서 시행령 설명회가 진행되고 될 예정입니다. 지금도 치료를 받아야 하고, 앞으로도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사회구성원으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1년 치료 지나면 배상금 받아서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부가 정한 배상, 보상 해 줄테니 더 이상 문제제기 하지 말라고 합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차라리 국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한 분이 이제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사회와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나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고 합니다. 존엄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들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도대체 이 국가가 어디까지 그들을 내몰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피해와, 정부로부터 당한 무시, 존엄에 대한 짓밟힘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딱 한 가지, 피해생존자들이 바라는 딱 한 가지, 1년 전 상황으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하고 그 때처럼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를 다시 리셋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국가로부터 기만당할 것입니다.”
유해정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1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만나고, 제 발로 다리를 딛고 서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1년 동안 우리사회의 모습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참담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고이후 과정에서 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것, 그리고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이 피해자들이 그들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그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도록 사회가 새롭게 변화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 이후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해야 할, 그리고 아직도 바닷 속에 갇혀있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죽은 생명이라고 해서 생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지금 온몸으로 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증언을 하고 있는 몸입니다. 그 몸을 끌어 올리는 건 단순히 시신을 수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존엄을 다시 한 번 회복해주는 것이고, 생명은 죽었지만, 그가 갖고 있는 증언을 통해서 사회에 다시 이야기를 건네는 과정일 것입니다. 또한 진상을 규명하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사회적, 국가적, 그리고 시민의 책무입니다.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마지막 책임을 다했다는 것. 가족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며 약속입니다. 지난 수많은 재난 참사 동안 수많은 유가족들이 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수 없는지 물었을 때 가장 많은 대답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93년 씨랜드 화재 때 유치원생을 잃었던 부모님들은 아이를 잃고 30일 만에 진상규명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가족들이 보기에는 분명 누전으로 인한 화재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기향 사건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고, 왜 그렇게 안전허가를 내줬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지만 몇몇 인솔교사의 책임으로 사건을 매듭지었습니다. 대구 지하철 사건으로 수많은 목숨들이 사라져갔을 때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군 병력을 동원해서 참사현장을 물청소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진실은 이렇게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진실을 찾지 못하고,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을 때 가족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라는 고통과 무기력과 슬픔 속에서 참담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존엄한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저에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것처럼 나치에 의해 학살이 일어났을 때, 그 학살의 최고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이 법정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자기는 죄가 없다. 명령에 따랐을 뿐. 세월호 선장은 자기에게 죄가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선처를 구원합니다.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니까. 자기는 그 중에 재수 없게 걸린 사람일 뿐이니까. 우리의 삶은 이렇게 일상적 부정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진상규명을 하지 못한다면 이렇게 도처에 괴물과 같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활보는 바로 내가 언젠가 그 괴물이 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사회 속에서 삶을 지속시키는 우리의 존엄을 빼앗는 과정과 동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가족들의 존엄을 확보하는 것이고 저희의 삶을 조금 더 존엄하게 할 수 있는 과정과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상과 보상으로 죽음의 의미를 기리는 사회는 굴욕적이고 피곤한 사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와 안산에서 어떻게 안산에서 안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실제로 재난과 방제에 쓰일 수 있는 예산이 1억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청은 안전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예산으로 23억이 예치되어 있는데, 20억을 안전교육을 하는데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나눠 입고, 자기가 앞 다투어 살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질서 있게 앞에 있는 생존자부터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안전 불감증에 대한 교육이 아닙니다. 안전한 사회는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안전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사고가 났을 때 그 원인에 대한 진실을 찾아갈 권리가 있음을, 적절한 정신적, 물리적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보다 안전한 사회를 구축해나갈 권리가 있음을, 선언할 때 만들어집니다.
지금 잠시 호흡을 멈추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보장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멈추고 충분히 애도하고 충분히 공감하고, 그리고 아직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찾아나갈 때만이 이 사회에서 서로의 삶이 인간성으로 발현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진실보다는 권력을, 회복보다는 배제를 명백하게 선택하고 있는
이 정부에 맞서서 싸우는 것입니다!
강문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부가 일사분란하게 구조했던 것이 아니라 대피방송도 제대로 하지 않은 엉성한 대처로 이러한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정부를 옹호하고 방관하는 사람들 또한 그러합니다. 인권이 무너진다고도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사람 자체가 흔들립니다. 피해자들의 비통함을 달래고 땅에 남은 부모님들의 한을 씻고, 그 옆에 있는 우리들의 통분을 드러낼 수 있는 조치들이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1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고,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많은 양보 끝에 특별조사위가 꾸려졌고, 인양에 대한 약속을 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호소합니다. 대통령, 여당, 정부 우리가 호소할 때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여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호소다음에 무엇이 있을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지금이 사람을 살릴, 더 많은 희생을 막을 기회입니다."
4.16 특별법 무력화하는 시행령안 폐기하라
우리는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생명을 구조 받을 권리, 진실에 다가갈 권리, 치유와 회복을 받을 권리들을
더 이상 종잇장 안에 잠들어 있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도자료]세월호1년존엄의훼손앞에분노하는인권옹호자기자회견(20150408)_최종_후속.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