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씨에 대한 서신 검열 규탄한다!
전주교도소는 불법적인 서신 검열을 당장 중단하라!
오늘 국가보안법으로 전주교도소에 갇혀 있는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씨가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주교도소는 이씨가 월간 <작은책>에 연재하기 위해 보낸 원고의 발송을 일부 불허했고 지난해만해도 115건의 서신을 검열했다. 올해 들어서도 인권사회단체와 언론사 등에 보낸 편지까지 최소 30통의 서신을 검열했다.
감옥 수용자가 글을 쓸 때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서신은 원칙적으로 검열 당했다. 그러나 이미 자유를 박탈당한 수용자로부터 편지를 쓸 자유마저 박탈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드디어 2007년 전면개정된 형집행법은 서신 무검열 원칙을 선언했다. 시설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서신 검열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이는 개별 서신에 대해 극히 예외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 정당성에 대한 입증 책임도 소측이 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른바 ‘공안사범’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보내고 받는 모든 편지를 무제한 검열하는 것은 현행법도 허용하지 않는다.
전주교도소는 개인 앞으로 보내는 서신은 검열하지 않지만 사회단체나 기관에 보내는 것은 검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다. 결국 서신 검열의 목적이 교화나 사회복귀가 아니라 이씨에 대한 동향 파악임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그 존재 자체가 반인권적인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양심수를 차별하는 것이다.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형집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소측은 이른바 ‘공안사범’에 대한 서신 검열 규정마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미 2012년 헌법재판소는 수용자의 발송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놨다. 그럼에도 소측은 공안수들은 서신을 검열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서신을 개봉하여 제출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위헌 결정 이후 이씨에게 서신을 개봉하여 제출하도록 강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도 이를 강요한 것은 헌재의 위헌 결정마저 무시한 것이다. <작은책> 연재 원고의 경우 이미 1심과 2심 재판부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도 소측은 대법원에 상고하여 시간만 끌고 있다.
이씨는 수용 기간 내내 서신 검열을 당했지만 그 사실을 처음으로 통보받은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고 한다. 소측은 검열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통보 방식도 문서 통보가 아니라 구두 통보였다. 수용자가 서신 검열의 부당성을 법적으로 다투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서신이 무슨 이유로 검열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이씨가 이후 지속적으로 문서 통지를 요청했는데도 소측은 올해 들어서도 구두 통지만 하여 서신 검열에 관해 법적으로 다툴 이씨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교도관이 수용자를 대면하여 구두 통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수용자에게 위축효과를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씨와 이번 소송의 담당 변호사 사이에 오가는 서신마저 검열되고 있다. 담당 변호사가 소측에 따로 서신을 보내 서신 개봉과 검열의 금지를 요청했는데도 소측은 검열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소송 전략을 소송 상대방이 알 수 있는 상황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에 감옥 수용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씨가 석방되는 그날까지 함께할 것이다.
양심수에 대한 불법적인 서신 검열을 당장 중단하라!
공안사범 서신 검열 규정을 공개하라!
반인권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2014년 5월 12일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의 석방 추진 모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전북인권교육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군산/김제/익산/전주),
평화와 통일을 열어가는 오산 노동자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