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사건 판결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오늘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소위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1심 재판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는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 결국 ‘유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소위 ‘RO’ 모임의 총책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조작의혹을 제기했다며 양형을 가중했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18대 대통령선거 불법관건개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모아지던 당시 국정원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표되었다. 국내수사권 폐지 등 대통령조차 국정원 개혁을 언급하던 시점에 터졌던 사건이었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쉽게 통과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심판이 정부에 의해 제청되는 등 대대적인 공안 한파를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진실을 찾아가던 대통령선거 불법관건선거에 대한 진상규명이 공안정국에 묻혔다. 매카시선풍으로 사회 전체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방적 '종북 몰이'에 희생당했다. 구속자 가족들은 '간첩'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했고, 관련자들의 수사에서 최소한의 인권기제는 무시되었다. 한국사회 민주주의가 순식간에 마녀사냥 당할 정도로 허약함을 우리는 경험했다. 사회적 공론장은 언론 재판과 빨갱이 사냥에 유린당했다. 인권단체들은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이 무차별적으로 공표되고 국정원에 의한 압수수색과 수사과정상 인권유린이 심각한 사건에 대해 줄기차게 의견표명을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소위 ‘내란음모’라는 프레임 앞에서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돼버렸다. 그리고 오늘 판결은 이러한 몰이성과 자유의 죽음에 면죄부를 발부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사회적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시와 체포, 구금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역사가 반복 될 것이다. 해체와 개혁의 대상이었던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또 다른 마녀사냥의 빌미를 제공한 판결인 것이다.

사법부는 소위 '내란음모'로부터 법과 국가를 지키는 판결을 내렸다 자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전체주의와 혐오에 내주는 판결일 뿐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한 사회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판결을 내릴수록 한 사회는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그 책임은 온전히 사법부에 있다. 우리는 사법부가 무엇을 말했든,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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