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법부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검찰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 전주지법의 안도현 시인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사건 판결 선고연기에 대한 논평 -


지난 10월 28일 전주지방법원에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도현(52·우석대 교수)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인 형사2부(재판장 은택)는 국민배심원단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선고를 연기했다.

안도현 시인은 지난해 12월 대선 기간 중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보물 제569-4호인 안중근 의사 유묵의 소장자이며, 박 후보가 유묵을 소장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안중근의사숭모회에서 발간한 발간도록 사진을 그 증거자료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지난 6월 13일 전주지검은 이러한 글의 내용이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유묵을 훔쳐서 소장하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했다고 암시·함축하고 있다면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안도현 시인을 불구속 기소하였다. 이 사건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한 것이다.


선거 기간 중의 표현의 자유와 허위사실공포죄 위반 혐의의 부당성
공직선거는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며 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따라서 선거과정에서는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의 정책과 신뢰성 등에 대한 적절한 검증이 이뤄져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자유로운 정보의 교환과 의견의 표현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가는 국민의 대표로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정의 수행을 위임받는 관계에 있으므로 이와 같이 정치적인 역할이 크고, 존경을 요구할 인물인 경우에는 그에 대해 허용되는 공개나 폭로의 범위도 특히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가는 상이한 정견의 지속적인 대결 속에서 자신이 견해를 실행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타인의 신랄한 공격에 대해서도 자신을 세워야 하는 지위에 있게 되고, 자기 인격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노출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서울고등법원 1993. 10. 7. 선고 93노1519 판결) 그렇다고 후보자가 가지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권 등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되지만, 대통령 선거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대통령선거후보자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공정한 평가를 위한 정보제공의 측면이 있으며, 이에 대해 당사자가 바로 반박할 수 있고 언론을 통해 전달되므로 그것이 반드시 당사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비춰 보면 대표 선출을 위한 정보의 교환과 이에 대한 평가는 표현의 자유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일정한 사실에 기초한 의견은 비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도 하며,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이라거나 부정적 평가를 수반하는 발언이라고 하여 이를 언제나 비방이라고도 할 수 없다.

안도현 시인의 트위터 글은 일정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을 한 것이고,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을 요구하는 취지이므로 검찰의 주장처럼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유묵을 훔쳐서 소장하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했다고 암시·함축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해명요구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관련 후보자가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즉시 반박할 위치에 있었다는 점, 선거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위법하다고 보는 것은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법률을 해석‧적용하여야 할 의무에 위반되는 법률해석‧적용이라고 할 것이다.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일정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은 허위사실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일반인의 상식적인 추리에 의하여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면 이는 당연한 것이며 이것을 허위사실의 공표행위라고 보는 것은 선거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적시된 사실의 내용 가운데 허위인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한다면, 이를 들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선거가 매우 치열한 사실과 평가에 관한 공방이 이뤄지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배심원의 판단은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서 매우 타당한 평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와 배심원단 평결에 대한 존중 필요
이번 인도현 시인에 대한 기소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자유권인 표현의 자유를 검찰이 짓밟기 위한 시도다. 이미 MB정권 아래에서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되어졌다. PD수첩 제작진을 비롯한 언론 노동자들이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고, 트위터를 비롯한 SNS 등에 대한 검열 등이 이뤄지며 이에 대해 국제사회까지 우려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공권력이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위협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법부마저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이를 주저하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평결이 구속력을 가지지 않으므로 무죄평결에 대해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지만 법관은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상충점이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결 선고 연기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결 결과는 존중되어야 하며 그 동안 이뤄진 국민참여재판에서도 법관이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따르지 않은 경우는 전체사건의 7.5%에 불과할 정도로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해 왔다. 또한 법무부 역시 배심원의 평결결과에 구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개정안을 마련하였다는 점도 각별히 고려되어야 한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존중해야 하며, 헌법·법률·대법원 판례에 위반되는 경우나 논리법칙에 위반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배심원 평결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하여 배심원 평결에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당초 국민참여재판은 직업법관의 판단이 국민의 그것과 달라 발생하는 문제점을 시정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도입되었다. ‘법률에 대해 문외한인 일반시민이 무슨 법적 판단을 제대로 하겠는가’라는 의심을 하는 이들도 있으나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배심원의 진지한 숙고의 결과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법관이 자칫 법률의 틀에 가로막혀 형식적 법해석을 함으로써 시민을 설득할 수 없는 판단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자는 것이 국민참여재판이고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는 사건에서는 시민에 의한 판단의 장점을 잘 살려 재판을 하는 것이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선고 연기를 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보낸다.

다수의 국민들은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광경과 작가의 양심이 권력에 위협받는 상황을 처참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판결을 통해 공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2013. 11. 3 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논평]131031_안도현선고연기.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