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밀양송전탑공사중단.pdf
<밀양송전탑공사 중단촉구 전북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사람이 먼저다!
폭력적인 밀양송전탑공사 중단하라!
지난해 9월부터 주민들의 반대로 약 8개월 동안 중단되었던 경남 밀양의 765kV 송전선로 공사가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되며 20일부터 재개되었다. 그 후 1주일 동안 한국전력의 야만적인 공사강행과 함께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하는 폭력이 주민들에게 자행되었다. 대다수가 70~80대인 주민들이 맨몸으로 공사를 저지하면서 경찰과 한전과 용역직원들로부터 갖은 모욕과 부상을 당하고 있으며, 30도가 넘는 날씨에 실신을 하여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한전은 주민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공사하겠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하며 주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이 비가 와서 공단을 중단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공사현장에서 비를 맞으며 밤새 공사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공사현장에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극한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2012년 1월 밀양 공사에 항의하며 분신하던 故이치우님이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는 국민들의 걱정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는 형식적 민주주의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송전선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한전과 정부를 규탄한다.
현재 밀양에 들어서려고 하는 765kV송전선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송전선로(154kV) 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보내는 초고압 송전선로며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송전선로가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과 논밭을 지나가게 되며 이럴 경우 환경파괴는 물론이거니와 주민들이 입을 피해는 막대하다. 그러함에도 한전은 극히 협소한 지역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설령 송전선로 주변지역까지 보상을 한다하더라도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밝힌 것처럼 송전선로 통과지점 좌우 1㎞ 안의 주민들 90%가 보상에 관계없이 현재 살고 있는 곳에 계속 거주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여론을 호도하면서 밀양 주민들의 이기주의로 인해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전은 향후 발생할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인 신고리3호기가 올 12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송전을 해야만 하며, 이를 위해선 밀양의 송전선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김제남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기존에 만들어진 송전선로를 사용해서도 신고리3호기의 송전을 할 수 있다고 밝혀졌다. 또한 신고리 3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량은 전체 전기량의 1.7%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밀양의 송전선로가 없다하더라도 전체 전력수급에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실제로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있다. 현재도 한국의 전체 23개 원전 중에 9개의 원전의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전력문제가 심각하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문제를 대비한다면 수요관리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전력 공급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발전을 활용해야 한다.
밀양을 비롯한 주민들은 정부와 한전에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요구했고, 전문가협의를 통한 송전선로 해법 마련 등 문제해결을 위해 대안들을 제시하였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대한불교 조계종 환경위원회 역시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중단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한전과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안중에도 없으며, 송전선 지중화 등 대안을 모색하는 전문가협의체 구성에 동의하는 척하면서, 공사는 강행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공사강행을 위해 송전선로 배치나 보상문제를 가지고 마을 간의 편가르기를 하며 공동체의 갈등과 불신을 조장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이다. 그리고 이는 밀양만이 아니라 한전에 의해 송전선로 공사가 강행되는 대다수 지역주민들의 바램이다.
비록 밀양과는 먼 이곳 전북에 있지만 우리는 밀양의 문제가 결국 우리의 문제이며, 밀양의 폭력적인 공사가 자행된다면 똑같은 만행이 우리를 향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한전과 정부에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이다.
하나. 한전과 정부는 송전선로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력을 철수시키고,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
하나. 나아가 밀양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송전선로 공사 문제 역시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
하나. 우리는 폭력적인 송전선로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전북지역의 양심적인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여 맞설 것임을 결의한다!
2013년 5월 29일 수
밀양송전탑공사 중단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