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위험한 것은 동성결합이 아니라 조배숙 의원의 차별·혐오 발언이다.


지난 10월 22일부터 시작된 <2025 인구주택총조사(이하 총조사)>에서는 한국의 동성 커플/부부 역시 이성 커플/부부처럼 동등하게 관계를 입력할 수 있다. 총조사는 국가정책 수립에 필요한 실질적인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였지만 그 동안 동성 커플/부부는 배제되어 있었다. 성별이 같은 경우 가구원과 가구주의 관계를 '배우자'라고 선택하면 '오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총조사부터는 성별이 같더라도 관계를 '배우자' 또는 '비혼동거(함께 사는 연인 등)'라고 응답할 수 있다. 이는 성소수자 시민의 존재가 국가 통계에 제대로 기록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성소수자 혐오 세력들이 공격하고 있으며 정치권조차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 선두에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

지난 24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배숙 의원은 법제처장에게 질의하며 성소수자 차별·혐오 발언을 했다. ‘헌법 상 혼인은 양성의 결합’이라며 ‘(총조사에) 단순히 자료 입력이 가능하도록 한 것일 뿐 동성 부부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을 하는데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동성 커플/부부에 대한 차별을 넘어 ‘사회적 위험’이라 낙인찍는 근거 없는 혐오 선동이다. 우리는 조배숙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며 시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양성 결합만 혼인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존엄과 평등의 입장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의 동성동본 혼인금지에 대해 위헌판결에서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해당 판례에서 해당 헌법 조항에 대해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스스로 혼인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고 혼인을 함에 있어서도 그 시기는 물론 상대방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동성 혼인신고는 제도적 관행으로 막고 있을 뿐 민법 상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하는 명시적 조항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조배숙 의원은 혐오·차별의 입장에서 헌법의 내용을 호도한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들은 가족을 구성하고 교육과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성소수자 시민들의 현실과 삶은 배제되어 있었다. 지난 8월에도 2023년 혼인한 동성부부가 전주시 완산구청에 혼인을 신고했지만 불수리 되었다. 제도와 행정이 관습을 핑계로 시민들의 평등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정치는 헌법 상 평등권이 보장되기 위해 나서야 한다. 그것이 12.3 내란에 맞서 광장에서 민주공화국을 지킨 시민들의 목소리였다. 따라서 조 의원은 국감에서 ‘(성소수자의)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고,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법제처장의 답변보다도 못한 ‘비현실적 발언’일 뿐이다.

조배숙 의원은 본인의 위험한 발언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라. 의정 활동을 핑계로 허상에 근거한 혐오차별 선동을 중단하고 현실의 성소수자 시민들의 삶을 살피고 공부하라.

2025.10.26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