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미 누더기가 된 현장실습제도, 더 이상 존속 안돼

전북교육청은 현장실습 제도개악 중단하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끝내 현장실습 제도를 개악하려 한다. 교육청은 현장실습위원회를 개최하고 변경된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지침”을 결정한다. 변경안은 현장실습 운영 기간을 현행 최대 4주에서 최대 12주로 연장하고, 연중 운영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수십년 동안 현장실습제도는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불안정한 신분의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통로로 활용되어 왔다. 실습생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고, 가혹한 환경의 노동조건에서 목숨을 잃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2017년 전주 통신업체 콜센터에서 발생한 실습생 사망사건도 그 중 하나였다. 2017년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이후 전북교육청은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해 현장실습 기간을 4주로 제한했다.

전북교육청이 추진하는 실습 기간 연장은 현장실습 제도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현장실습이 이루어지는 사업체 중 40%는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 현장 교사를 배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채용 사이트에 상시 채용공고가 올라와 있는 현장실습 사업체도 수두룩하다. 이런 사업체에서는 실습은 명목일 뿐 실습생을 곧바로 작업에 투입하기 일수다. 현장실습 기간 연장은 실습생들의 노동자성을 유예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또한 이미 현장실습제도로 인해 직업계고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은 엉망이 되어 있다. 그런데 실습 시기를 기존의 “9월 이후”에서 “연중”으로 변경하면 3학년 1학기에 편성된 보통ㆍ전문 교과마저 수업 결손이 발생할 것이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다.

정말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면 현장실습이라는 변칙적인 통로가 아닌 정식 지원 체계를 만들라. 현장실습 참여율 증대는 좋은 일자리로의 취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로 취업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 나아가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취업을 최우선시 하는 교육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직업계고 졸업자 중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한 학생이 48.0%에 이르고 취업자는 26.3%에 불과한 실정이다. 직업계고 진학과 취업을 동일시하는 시대착오적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당국은 현장실습 대신 진학 진로 지도를 강화해야할 것이다. 직업계고를 졸업해도 계속교육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보통 교과 성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현장실습 제도 개악 중단하라. 현장실습 대신 제대로 된 취업지원제도 마련하라.직업계고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라.

2025년 7월 9일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ㆍ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