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주청년노동자 故강태완(TAIVAN)의 산재사망사고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지난 11월 8일 오전, 전북 김제시 백산면의 산업단지에 위치한 특장차 생산업체 에이치알이앤아이(HR E&I) 공장에서 32세 노동자 강태완씨(몽골명 TAIVAN)가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새로 개발하던 장비를 시험하던 중에 장비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겪게 되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하지만 회사 측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진상규명 등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족 측은 사고 발생 1주일이 되었음에도 장례식을 미루고 회사 측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회사 측의 사과와 관계당국의 엄중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회사 측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거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회사는 사고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이와 같은 산재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번 사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비롯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6월 김제의 다른 특장차업체에서도 노동자 1명이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가 김제 백구 특장차단지 업체들에 대한 산재예방 점검을 실시하고 시정지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같은 지역에서 다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사고발생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만큼 위법 사항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진상규명 과정에서 유가족 측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사회가 이주민 정책을 다시 재고해야 한다. 고인의 서류상 신분은 몽골인 이주노동자지만 8개월 전 입사하기까지 26년을 한국 이름으로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정착해 살아가려 했던 사람이었다. 고인은 1998년 어머니와 함께 온 이후 강태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미등록 이주민’일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언제든 출국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삶을 살았다. 고인은 어머니와 함께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살고자 2021년 자진 출국 후 지난한 과정 끝에 다시 재입국하여 대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올해 대학 졸업 후에는 거주비자인 지역특화형사증(F2R) 취득을 위해 연고가 없는 전북지역의 회사에 취업해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입사 8개월 만에 그 꿈은 이뤄질 수 없게 되었다.

고인의 삶 자체가 미등록 이주아동이 한국사회에서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 역시 한국사회의 구성원임에도 체류자격에 얽매여서 일상생활도 장래도 꿈꿀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 미등록 이주아동들과 가족들에겐 인간답게 살 권리를 말하는 것조차 사치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출생률 급감과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필요’와 ‘인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들이고 제한적인 혜택만 주고 있다. 그러는 한편에선 인간사냥 식의 단속으로 쫓아내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이제는 미등록 이주아동과 가족에게 한시적·한정적으로 체류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고인을 추모하며, 노동·이주·시민사회와 함께 사고 진상규명과 처벌, 재발방지가 될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다.

2024. 11. 14.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