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인권을 말할 자격조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


지난 8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각계의 비판이 계속되었다. 수많은 언론에서 안창호 후보자의 문제점을 보도하고, 인권시민사회단체에서 안창호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절차를 강행하고 있으며, 9월 3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 계획서도 채택됐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인권을 부정하는 여성가족부 장관,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없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반노동 관점의 고용노동부 장관 등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일궈 온 최소한의 사회적 가치들을 부적격·무자격 정부 인사 지명으로 하루아침에 무너트리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안창호 전 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기본적 가치인 인권마저 부정하고 훼손하려는 행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미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으로 지명한 김용원, 이충상에 의해 인권위는 주요한 역할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김용원 위원은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 구성원들에게 막말을, 이충상 위원은 소수자와 사회적 참사에 대한 혐오발언을 일삼아 왔다. 두 위원은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서 보이콧으로 인권위 업무의 정상적 수행을 막기도 했다. 그 결과 인권위의 올해 상반기 진정사건 처리 건수는 지난해 대비 21.4%까지 감소했다.


안창호 후보자의 인권위원장 내정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 안창호가 소속된 ‘복음법률가회’는 인권위에 대한 비난 성명을 수차례 발표했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혐오를 반복했다. 안창호 후보자의 낮은 인권 감수성은 처참한 젠더 감수성에서 도드라진다. 안 후보자는 저술과 강연 등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인해 HIV/AIDS가 확산될 것이라거나, 신체 노출이 늘어나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차별적이고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쳐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위 정상화가 시급한 지금, 이와 같이 인권에 대한 감수성 없는 인물의 내정은 국가인권기구를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을 인정하며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었다. 비록 인권위가 역대 정권들에 의해 흔들리는 과정이 있었지만 존엄을 침해당했으나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이 진정이나마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차별에 맞서 싸우고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시민들을 옹호하는 독립적 국가기관으로서의 자리를 지켜 왔다. 이제는 더 나아가 차별금지법 제정, 지역인권보장체계의 구축 및 강화 등의 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실현해 나가야 할 때다. 높은 인권감수성을 가진 인권위원장,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권위원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창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의 자격은커녕, 인권을 말할 자격조차 없는 인물이다.


인권은 우리 사회가 현재보다 더 하향되어서는 안 된다는 최저선의 약속이며, 차별당하는 이들의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 인권을 부정하는 국가인권위원장을 인정할 수 없다. 정부는 인권위를 흔들기 위한 시도를 중단하고, 안창호 후보자의 내정을 지금 당장 철회해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시민사회와 함께 국가인권위 무력화에 저항하고 윤석열 정권의 반인권 행보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2024. 8. 29.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