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주시청의 10.29 이태원 참사 전주분향소 자진철거 요청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문
10.29 이태원 참사의 추모의 권리가
전주에서도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일요일(11.5),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전주시청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주시 도시정비과 담당자들은 '풍남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전주분향소의 자진철거 요청'을 구두로 전달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전주분향소에 대한 여러 차례의 민원이 있다는 게 요청의 주요한 사유였습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전주시의 이번 요청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참사 1주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주시의 자진철거 요청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에 유가족들과 대책위는 전주시가 사회적 참사의 추모의 권리를 보장하길 바라는 입장을 밝히며, 아울러 사회적 참사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시민들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호소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159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백 명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긴 도심 한복판의 참사가‘누구에 의해, 어떤 잘못이, 어떤 이유로’발생하게 됐는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답을 알 수 없습니다.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지 않으니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이도 없습니다. 경찰의 수사는 꼬리 자르기 식으로 되고, 검찰은 기소를 미적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역시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서울이라는 특정한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 각지에 연고를 둔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로서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주를 비롯한 전북을 연고로 하는 열 명의 희생자 유가족들도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참사가 어느 곳에서도 발생되지 않도록 함께 추모와 회복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29일 전주 분향소가 설치되자 전주시는 곧바로 자진철거를 통보하는 계고장을 분향소에 부착했습니다. 전주를 비롯한 각 지역, 각계각층의 문제제기에 시청은 분향소에 대한 철거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우리는 전주시가 10.29 이태원 참사에 있어 전주 분향소를 민원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참사의 해결과 시민의 권리의 실현을 위한 공간으로 보장해주길 바랍니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사회적 참사로부터 국민을 구조하고 생명과 존엄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할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합니다. 나아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기록, 희생자 추모를 통해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참사예방의 적극적인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편적 가치인 헌법상의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국가만의 고유권한도 아니며, 단위를 불문하고 모든 공권력의 주체가 행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이태원 참사는 정쟁의 대상도 아니며, 민관이 함께 해결해가야 하는 사회적 과제입니다.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가야 합니다. 국제사회 역시 유사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3일, 한국의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하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 설립, 유책자 사법처리,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적절한 배상, 재발 방지”를 한국정부에 권고했습니다.‘이제 그만’이라는 폭력이 멈춰지고 유가족을 비롯해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윤석열 정부와 국회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겨울, 거리의 분향소가 잘 마무리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온한 환경에서 기억하고 일상이 회복되길 바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사회적 참사의 해결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추모와 애도, 기억과 다짐의 공간인 이태원 참사 분향소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전주시가 전주 분향소를 비롯해 10.29 이태원 참사의 추모의 권리를 보장하기를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에게도 호소 드립니다. 이태원 참사의 해결은 유가족과 피해자들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안전과 미래 세대가 살아갈 사회를 위한 길입니다. 어려운 시기마다 함께 해주신 시민들께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참사 해결을 위해 함께 손잡아 주시길 호소 드립니다.
2023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