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른바 ‘자동기각’ 운영규칙 개정은 인권위의 소멸이다! 인권위의 의미를 없애는 운영규정 개정 시도 즉각 중단하라!
10월 30일(월)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인권위원 제출 접수보고 및 결정의 건>을 의결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의안은 운영규정의 개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현재의 운영규정에 대한 해석과 관행은 소위원회의 구성위원 3인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이를 전원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것인데, 규정을 개정하여 소위원회 위원 1인만 반대를 해도 안건을 기각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권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시도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으로 규정하고, 운영규정 개정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임을 요구한다. 아울러, 이러한 운영규정의 개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용원 위원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
이 사태가 왜 벌어지게 되었는지 그 발단을 살펴보자. 지난 8월1일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집회에 대한 혐오세력의 방해사건 진정에 대해 김용원 침해1소위 위원장은 소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다른 인권위원이 전원위에서 이 안건을 심의하자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기각 선언’을 하며 회의를 종료하고 퇴장하였다. 이에 더하여 이날 이후 침해1소위는 현재까지도 개최되고 있지 않은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용원 위원은 소위원회 담당 인권위 직원들이 인권위원장만을 “맹종”한다며 그 직원들을 교체할 때까지 소위를 열지 않겠다며 자신의 직무유기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먼저 이와 같은 김용원 위원의 행실은 그 자체로서 인권위원으로서의 자격을 다시 한 번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처사임을 밝힌다. 김용원 위원의 독단적 행동으로 인하여 지난 세달 여간 인권침해 진정사건들이 처리되고 있지 않고 있고 그로 인하여 인권침해 구제를 기다리는 피해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용원 위원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김용원 위원이 주도하는 운영규정 개정은 국가인원위원회의 설립취지와 조직의 성격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매우 문제적이다. 먼저 근거법의 내용을 살펴보자.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소위원회의 의사 및 의결과 관련, 3인 이상이 출석하고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규정한 취지는 소위위원회에서 3인 사이에 토론을 통한 충분한 합의를 진행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의안을 전원위원회에서 심의토록하는 것이다. 즉, 인권위원회의 의사구조는 전원위원회가 원칙이며 다만 사건 진행의 신속을 기하기 위하여 일부 사안에 따라 소위원회를 둔 것일뿐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라 지난 약 20년의 기간 동안 전원위원회와 소위원회 논의 구조가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해석과 관행이 형성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의 설립 목적과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인권의 보장과 그 수준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권위원회라는 조직의 특성상 다른 합의제 행정기관과 다르게 위원들 간의 충분한 토론을 요구한다. 인권 자체가 매우 포괄적인 것이고 그 보장과 수준의 향상을 두고 여러 해석과 입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권 사안은 개인의 삶과 한 사회의 인권가치와 연관된 만큼 신중하고 다각도로 모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소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합의를 꾀하여 보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를 전원위원회에서 보다 폭넓게 논의하는 것은 인권위의 역할과 기능과 직결되는 핵심적 의결구조라 할 수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기간 숱한 파행을 겪으면서도 이와 같은 의결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김용원 위원이 꾀하고 있는 운영규칙의 개정은 바로 이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소위원회에 배정된 사안은 소위원회의 구성원 3인의 의사에 따라 처리될 것이다. 민감한 사안, 특히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일수록 위원들간에 의견대립이 발생할 수 있고 소위원회에서 합의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이 운영규정이 개정된다면 전원위원회에서 토론에 부쳐지지도 못하고 해당 의안이 소위원회 배정됨으로써 그 의안의 결과가 결정되게 될 것이다. 사실상 '자동기각'되는 셈이다. 이렇게 된다면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반대 의견만으로 진정사건에 대한 논의 자체가 가로막힐 것이며, 빠르게 사건처리만 하는 관료적인 기구로 인권위를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되고 유연한 구제기구로서 사법적 수단과는 별도로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은 피해자가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다. 지난 20여 년간 소위원회와 전원위원회를 통해 처리되어 온 수많은 진정사건을 통해 한국의 인권이 조금씩 진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만일 운영규정이 김용원 의원의 주장처럼 개정된다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하고 누구도 찾지 않는 기구가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역사와 가치가 사실상 소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인권시민단체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운영규정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우리 인권사민사회단체는 김용원 위원의 규칙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 사퇴를 촉구한다!
2023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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