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알게 된 국가보안법 관련 내사와 사찰!

국가정보원의 장기간 내사·사찰을 규탄한다!


- 국가정보원, 전북지역 농민단체 전 임원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약 10년 동안 내사·사찰한 것에 대해 최근 통지.

- 전북민중행동, 당사자들의 통지서 내용을 취합해 국정원의 자의적인 내사·사찰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

- 시민들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을 침해하는 국정원 대공수사권·국가보안법 즉각 폐지가 필요.


지난 2월 초, 전북지역의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전·현직 임원 등 농민들은 2023년 1월 30일자로 작성된 국가정보원의 통지서를 우편으로 받았다. 통지서에 따르면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사건 수사를 이유로 2013년부터 각 개인들에 대한 통신기록 확인을 비롯한 내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10년 동안 개인들의 통신기록을 당사자들 몰래 들여다보고 자료를 갖고 있으며, 특정인에 대해서는 감청까지 하는 등의 내사를 진행했다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10년 동안 국가보안법으로 전북지역 도민들을 사찰하고 내사한 국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

전북민중행동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국정원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은 전북지역 당사자들은 총 8명이다. 이중 7명에 대한 통지서는 국가정보원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각 개인의 이메일 주소의 가입자 정보 일체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정보가 아니다.「통신비밀보호법」의 정의에 따르면 개인이 며칠 몇 시에 어느 곳에서 이메일에 로그인하고 메일을 보냈는지, 휴대전화 기지국을 통해 개인의 위치를 추적하는 자료 등이 해당한다. 또한 7명과 달리 A씨의 경우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내사를 진행하고 혐의없음으로 불입건 결정을 했다는 통지서였다. 그러나 그 내용 역시 국정원의 광범위한 개인의 통신기록에 대해 사찰을 진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2013년과 2014년에 걸쳐서 A씨의 3개의 전자 우편 계정,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통해 통화내역, 위치추적자료, 이메일 접속기록, IP추적자료를 확인했다. 또한 2014년에는 이메일을 비롯하여 SNS 계정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집행했으며,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인 통신제한조치까지 집행했다.

국가권력에 의해 이와 같이 심각한 기본권 침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10년 만에 보낸 받은 통지서를 통해서 비로소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통지서 내용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수사가 근거며 어떤 개인정보를 확인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만 있을 뿐이었으며 구체적인 사유와 사찰의 범위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이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전북민중행동은 피해자들의 통지서 내용을 취합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국정원의 사찰과 내사의 문제점과 비공개의 문제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했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연유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12조는 수사과정에서의 적법절차의 원칙을,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에서 연유하는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각종 법령에서는 수사절차에서 수사권의 남용으로 인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종 의무와 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입건 이후의 수사 뿐 아니라, 범죄인지 또는 입건 전 단계에서 범죄혐의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내사의 경우에도 범죄혐의와 관련한 증거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므로 위와 같은 원칙과 절차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게다가 내사의 경우 통상의 수사절차에 비해 밀행성이 강하여 피내사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개연성이 크고 광범위하다. 특히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수사기관의 조치가 있는 경우 피내사자에 대한 통신의 자유나 사생활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더라도, 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기본권 제한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원칙에 따라 기본권 제한의 사유가 명백하더라도, 그것이 국가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집행되어서는 안 되며, 개인은 기본권 제한의 사유와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과거 경찰의 국가보안법 장기간 내사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에 대해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인권위는“자의적인 내사개시 및 내사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크므로 6개월 이상 내사가 계속되는 경우 그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 내사가 부당하게 장기화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내사와 사찰을 10년 전부터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와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에 대해 조속한 조사와 판단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의 이와 같이 광범위하고 장기간 내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보안법에 있다. 국가보안법은 형법의 대원칙에서 벗어나 사람의 행위가 아닌 사상을 처벌한다. 국가보안법은 국가권력에게 어떤 사람의 행위의 배경, 즉 사상이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고 판단하여 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명백히 법치주의와 인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내용이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비롯하여 시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이다. 이번 사례 전에도 국정원이 장기 내사를 통해 인권침해 문제를 일으켰던 것을 돌아보면 국가보안법의 해악성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국가보안법이 올해로 제정 75년을 맞았다. 지난 20여 년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국제인권기구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의 서명자가 10만 명을 넘어 청원안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공안몰이 사건을 일으키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공안통치라는 낡은 칼을 휘두르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시도는 민중들의 저항에 부딛힐 것이다. 우리는 지역을 넘어 전국의 민중들과 연대하여 윤석열 정부의 공안통치를 중단시키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도록 투쟁할 것이다.


2023년 2월 23일


전북민중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