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전북도의회의 전북학생인권조례 개악안 폐기를 촉구한다!
전라북도교육청은 2022년 12월 27일 「각종 위원회 정비를 위한 전라북도교육청 학생안전관리 지원 조례 등의 일괄정비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2월 전라북도의회에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조례안에는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이하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개악안이 포함되어 있다. 조례안 중에는 전북학생인권조례 제41조의 학생들이 인권보장에 대한 의견을 토의하고 교육청에 제안하는 ‘전라북도 학생 참여위원회(이하 학생참여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북교육청은 학생의회가 학생참여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학생인권 정책의 퇴보일 뿐이다. 우리는 지난 입법예고 기간에 청소년·학부모·교직원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의를 강행한 전북교육청을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전북도의회가 전북학생인권조례를 발의하고 제정한 의결기관으로서 전북교육청의 개악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전북교육청 발의안은 학생인권 보장 의무의 축소다!
지방자치단체는 인권 보장의 의무주체다. 따라서 교육청은 학교 안의 상대적 소수자인 학생에 대한 인권보장의 의무를 지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2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보장은 주체들에게 권리가 있다는 법의 선언만으로는 성립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인권보장을 위한 구체적 제도로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고, 조례에 따른 인권보장 기구에 학생의 참여를 보장했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참여하는 기구를 폐지하는 교육청 발의안은 어떤 사유든 인권보장 의무를 퇴보시키는 일이다. 또한 교육정책 내에서 학생의 위치를 축소시킴으로서 자치와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일이다.
현장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인권기구가 필요하다!
전북교육청은 이번 조례안의 발의를 통해 학생참여위를 없애고 ‘학생의회’의 의원이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참여위와 학생의회는 성격과 구성이 다르다. 학생참여위는 학생인권보장의 의무주체인 교육청이 권리의 주체들에게 직접 학생인권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었다. 반면 학생의회는 기능 중 하나로서 ‘학생인권보장에 대한 제안’이 있으며, 분과위원회로 인권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되어 의무적 설치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규정된 학생참여위와 달리 학생의회에서는 학생인권 보장의 역할이 축소될 될 수밖에 없다. 구성에 있어서도 차이를 가지고 있다. 조례에서 학생참여위는 위원 50명을 모두 공개 모집의 방식으로 하며, 소수자 의견의 반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학생회만이 아닌 현장의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달리 학생의회의 경우 학생회 추천과 교육지원청의 추천인원이 40명이고 도교육청의 공개모집이 1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선 학생의 의견이 학생인권보장의 차원에서 학생참여위원회는 학생의회와 별도로 필요한 기구다.
인권 보장 없는 학생자치 정책은 당사자를 주변으로 밀어낼 뿐이다!
학생인권 보장 기구는 다른 기구로 대체되거나 통합되는 방식으로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학생인권 보장이 충분하거나 과도한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2021년 전국의 교육청 대상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의하면 두발을 비롯한 복장 규제(치마 교복 강제 등)와 같은 용의복장 제한 생활규정이 있는 전라북도 학교는 100~200여개의 학교로 확인되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여부에 상관없이 타 시도교육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신체의 자유조차 상당수 학교에서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학생인권의 현재 주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교육청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이번 발의안을 제출했으며, 향후 교육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또 다시 학생인권보장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본적 권리인 인권보장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자치 기구를 새로 만드는 것은 학생자치를 유명무실화 할 뿐이며, 이로 인해 사실상 학생 당사자를 주변으로 밀어내는 후진적 교육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전북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발의·제정한 의결기관의 책임을 보여야 한다!
전북을 넘어서 전국의 학생과 청소년, 지역의 학교 구성원들과 도민들의 염원 속에 조례 제정운동이 진행되었다. 이런 힘을 통해 어렵게 2013년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학생인권보장을 통한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람에는 학생 당자사들이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인권의 주인공으로 학교와 교육정책에 참여하는 제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 전북도의회는 이런 시민들의 염원을 비롯해 10년 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던 본연의 역할을 잊지 말고 학생참여위를 폐지하는 전북학생인권조례 개악안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학생인권 보장과 개악 시도가 중단되도록 전북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교육시민사회·청소년들과 연대해 싸울 것이다.
2023. 2. 8.
전북교육개혁과교육자치를위한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전북지부, 성평등한청소년인권실현을위한전북시민연대(가), 성평등활동기획단바스락,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