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전북지역 세무서 직장 내 성폭력 사건 선고에 대한 입장
오늘(2.2) 전주지방법원 재판부(형사제3단독)는 지난 해 7월 중순경 발생한 전북지역 세무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에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우리는 국세청이 재판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피해자 회복을 비롯해 사건해결 및 재발방지 대책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오늘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전북지역 A세무서의 지서장이 회식자리에서 신규 임용된 여성공무원의 귀가를 막은 채 술자리를 강요하고, 신체접촉 등의 추행을 자행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았다. 또한 가해자와 지속적으로 직장 내에서 마주치는 상황을 계속 겪어야 했다. 결국 피해자는 고민 끝에 사건화를 결정하고 8월에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가해자는 결백을 주장했으나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고, 가해자는 구속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 이르러서야 가해자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은 이번 재판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한 직장 내 성폭력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반복되는 직장 내 성폭력사건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 당시 국감을 통해 2022년 기준으로 5년간 국세청 본청 및 7개 지방청과 전국 세무서에서 총 13건의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건 발생 때마다 제대로 된 해결과 예방 조치의 철저한 시행, 성폭력·성차별의 조직문화에 자성을 촉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같은 사건이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국세청은 피해자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폭력의 문제가 다시금 확인되었다. 신규 임용된 피해자는 직급 격차가 큰 지서장이 가해자라는 점에 압박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직장 내에서 사건이 알려진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 속에 사건화를 주저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일말의 반성은커녕 사건 발생 다음 날에 피해자가 별 다른 일 없이 출근했다는 확인서를 다른 직원들에게 받는 등의 2차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처럼 업무상 위력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한 채 일하게 하는 힘이며, 또 다른 피해를 가하는 힘이 된다. 또한 피해자의 신고가 없거나 사건 직후 신고를 하지 않거나, 평소와 같은 일상을 사는 것을 마치 ‘성폭력이 아니다’고 여기는 통념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방지하고 제재하기 위해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해야 하고, 신고 이후에 제대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보장되는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건화를 결정하고 포기하지 않은 피해자를 지지하며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낸다. 또한 국세청이 피해자에 대한 권리보장과 재발방지 등 철저한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노동자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인권침해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권리, 피해를 말하고 해결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투쟁할 것이다.
2023. 2. 2.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북지부, 전국여성노조전북지부,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주여성의전화, 정의당전북도당, 차별없는노동사회네트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