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학생인권 보장은 교육감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다!

- 전라북도교육청은 학생인권 개선을 위한 기구를 유지하라 -


여러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후퇴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과 충남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청구하는 주민발안이 진행되고 있고,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의무와 책임’을 거론하며 학생인권조례 개악 의향을 시사했다. 2022년 12월 27일,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 가 명시하고 있는 학생인권 정책을 심의하고 권고하는 기구인 ‘학생인권심의위원회’와 학생인권 관련 학생들의 정책 참여를 위한 기구인 ‘학생참여위원회’ 관련 내용을 개정하여 사실상 기구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차별·혐오 선동 세력의 활동과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음해와 악선전이 반복되던 때부터 예견된 것이긴 하다. 최근 국회에서도 ‘학생지도권’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인권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방향의 법 개정이 이루어져 우려가 크다. 또한 아무리 예상된 바라 하더라도, 일부 교육감이나 의회 등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및 후퇴를 서슴없이 추진하는 모습에는 참담함을 느낀다.

일부 세력의 사실 호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학생인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며 심각하다. 단적으로 여러 조사 결과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수 이상의 중고교에서 학생의 개성과 사생활을 억압하는 용의·두발·복장규제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경기, 서울, 광주, 전북 등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학교에서 자기 머리카락이나 옷차림 등 가장 일상적인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 참여할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다른 권리들까지 넓혀 보면, 학생인권이 만족스럽게 보장되는 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지금 학생인권은 과잉이 아니라 부족한 상태이고, 학생인권 침해 문제는 정당한 대처와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교육자치제하에서 교육감 및 지자체가 가지는 학생인권 보장과 신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무는 한층 더 무겁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의원들이나 교육감들이 제대로 된 근거 없이 학생인권조례를 후퇴시키려 드는 것은 책무를 저버리는 태업이자 배임이다. 우리는 전북교육청이 학생인권심의위원회 및 학생참여위원회를 없애려는 것도 이러한 태업과 배임이 아닌지 진지하게 묻는다. 학생인권심의위원회를 ‘둔다’는 조문을 ‘둘 수 있다’로 개정하고, 학생참여위원회를 아예 삭제하는 안은, 학생인권 문제를 그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 사항으로 경시하고, 교육청이 힘을 싣지 않고 외면하고픈 이슈로 보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생인권은 학교와 교육의 출발점이자 가이드라인이다. 교육활동이나 학교 운영의 편의를 위해 저울에 올리고 덜어내거나 때에 따라 버려도 되는 요소가 아니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같은 구시대적 편견이나 학생인권 신장으로 학교가 무너진다는 식의 가짜 뉴스와 거짓 선동에 떠밀려서 포기해선 안 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 후퇴 계획을 철회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강구하여 교육감의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2023. 1. 15.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