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여성가족부 폐지 강행은 평등사회에 반하는 역행!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10월 6일,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주요내용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고, ‘여성노동’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시민사회·인권진영이 수없이 비판한 것처럼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결정이다. 우리는 평등사회에 반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행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여성가족부의 정책대상이 여성, 청소년 등 ‘특정 대상’이어서 종합적 사회정책 추진이 곤란하고 부처 간 기능중복 등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점, 젠더갈등의 해소와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 추진체계 정비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다. 의안 제출이나 심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독립부처의 장관이 하지 못하는 종합정책을 부처를 없애고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성평등 실현을 위해 한 나라 안에 전담 부처를 만드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상식이 된지 오래된 일이다. 무엇보다 지난 9월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사건을 비롯한 젠더폭력 사건을 통해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의 문제는 젠더‘갈등’이 아니라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성차별 사회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와 조직개편 강행은 여성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인구정책, 가족영역의 도구처럼 대상화시키는 후진적인 정책일 뿐이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인권의 전제는 평등과 차별금지의 실현이다. 그런 점에서 차별이 곳곳에 자리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가족부는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유일한 정부 부처로서 의미가 있다. 2015년부터 정책 이념이 된 양성평등이 성소수자를 배제하자는 ‘양성’평등의 목소리로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평등권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 부처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수많은 젠더폭력 사건을 비롯해 높은 유리천장지수, 여성의 노동참여율, 성별임금격차 등 수많은 지표가 말하듯 한국의 성차별은 과거가 아닌 바로 오늘 국가가 책임져야하는 인권의 의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당연히 야당과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여가부 폐지가 추진되는 현실은 차별금지의 원칙이이 ‘나중’으로 밀리는 현재와 이어져있다. 인권의 기본 전제인 차별금지의 원칙조차 만들지 못하는 정치로 인해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밀려나고, 그 자리를 차별과 혐오선동에 들어섰다. 그러는 사이 구조적 차별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여가부 폐지안을 불러온 상황에 대해 자성하고, 유예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또한 시작해야한다. 201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여성에 대한 직접·간접 차별 및 빈곤 여성, 소수 인종·종교 그룹 및 성적 소수자에 속하는 여성, 장애 여성, 난민 및 난민 신청 여성, 무국적 및 이주 여성, 농촌 여성, 비혼 여성, 청소녀, 여성 노인과 같은 소외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교차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한국에 권고한 것을 비롯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인권시민사회와 인권진영의 외침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일(10월 15일), 전국의 여성·시민사회가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전국 집중 집회가 열린다. 윤석열 정부는 이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폐지되고 차별과 혐오의 공화국이 아닌 평등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연대하여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22. 10. 14.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