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전주시의 미:친 축제, 장애인 차별 표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미리 만나는 전주 미:친축제’에 대한 입장-
전주시청의 주최로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미리 만나는 전주 미:친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전주시는 해당 행사에 대해 다양하게 개최되는 축제와 행사를 통합해 전주의 맛(맛 미味)과 아름다움(아름다울 미美)에 빠져볼 수 있는 축제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축제의 명칭이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미치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해당 명칭을 취임 당시부터 밝히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계속 되었다. 9월 중에 진행된 행사 명칭 공모전을 거치면서도 변화는 없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미치다’의 기본 의미는 “정신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되다”는 뜻이다. 물론 비유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지나치게 심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열중하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집중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이와 같은 표현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의 표현으로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해당 축제의 공식홍보 SNS에서 사용된 “돌은자들의 파티”, “곱게 미치면 때깔도 좋다” 등의 문구 역시 적절하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적 표현은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반영되어 있거나 장애인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이 장애인 본인의 의사나 행동과 무관하게 비유대상이 됨으로써 당사자의 자존감이 훼손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장애인을 사회에서 의식·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하는 문화를 유지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혐오를 공고화해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지속시키거나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계, 학계, 법조계, 언론시민단체 등 전문가들로 구성한 ‘인권보도준칙위원회’에서 마련한 인권보도준칙의 해설 자료를 통해서도 비슷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에 대해 ‘미치광이’, ‘정신병자’, ‘미친 사람’ 등의 비하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안은 개인에 의해, 사적영역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표현행위보다 공적영역에서의 그 행위의 파급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비록 언론 보도 관련 기준이라 할지라도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기관 역시 공적표현에 있어 이와 같은 인권적 기준을 참조해야 한다.
지난 4월 언론 보도된 재판 결과를 통해서도 공적영역에서 장애인 차별 표현의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홍기찬)는 장애인단체가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특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고(국회의원)들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그 발언은 일반적인 국민들의 발언과 비교해 더욱 빠르고 넓게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개인과 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피고들의 표현은 적절치 못하고 이로 인해 장애인들은 상당한 상처와 고통,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록 재판부가 손해배상을 물어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공적영역에서의 차별표현의 문제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공적표현은 파격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향후 전주시가 축제와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함에 있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없는 표현이 그 시작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표현이 없는 지역사회가 되도록 개선해 갈 것이다.
2022. 10. 28.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