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인권정책과 경력의 부재, 전라북도 인권행정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지난 9월 13일, 정호윤 전 전라북도의원이 전라북도 인권담당관에 임명됐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해당 보도 내용에서 신임 담당관의 시민단체 및 전북자원봉사센터의 경력 외에 인권분야와 관련된 경력은 찾을 수 없다. 전라북도의 인권행정을 책임져야 하는 인권담당관이 인권분야 경력이 없는 선거대책본부의 인사가 임명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또한 이와 관련되어 민선 8기 전라북도 도정의 목표와 과제 안에 인권분야가 부재한 상황도 문제의 지점이다.
전북 지역 인권행정의 우선적인 책임을 지는 인권담당관의 자리에 대한 문제가 이번만은 아니었다. 지난 2월 전임 전북도 인권담당관은 임기를 채우지 않은 채 개인사유로 사직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송하진 전 도지사의 선거캠프에 참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도민들의 입장에서 선거로 공석이 된 인권담당관의 자리에 인권분야의 경력을 찾기 힘든 선거본부 관계자가 임명된 것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외부에서 채용된 인권담당관실 소속 담당자들 중 관련분야 경력이 부족하거나 인권의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를 일으킨 경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우려는 현재의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취임 전후 전북도정에서 지역사회 인권증진 목표와 과제가 부재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도지사 인수위원회 때부터 현재까지 전북도정 5대 목표 및 과제에 어디에도 ‘인권’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 소수자 인권 관련한 내용이 도정 과제에 일부 있으나 선언적이거나 중요한 과제는 빠져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도민행복·희망교육 목표실현을 위해 ‘성평등 실현’이 있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는 없다. 장애인권 분야와 관련되어 장애인 탈시설·일자리 정책 등은 있으나 장애인권의 오래된 요구인 이동권 보장 과제는 빠져있다. 인권의 지역화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도의 이러한 행보는 인권행정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민선8기 전북도지사 인수위는 도정 운영 방향과 원칙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먼저 구현’의 필요성을 명시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인권실현이 부재하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으며 형식적인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장은 국가와 함께 모든 주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또한 지자체의 장이 책임을 맡고 있는 대중교통, 사회복지, 보건, 교육, 수도 등의 행정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인권제도가 있느냐의 여부만이 아니라 행정의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행정이 구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는 형식일 뿐이며, 행정의 정당성은 확보될 수 없다. 우리는 전북도의 인권행정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도민 인권보장과 지역사회 인권증진의 책임을 다하도록 지역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하여 대응할 것이다.
2022. 9. 29.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