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 학생인권 보장이 생활지도를 무력화한다는 왜곡을 중단하라!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전주 한 초등학교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관련 사건이 보도되었다. 이 보도에 의하면, 해당 교사는 학생을 훈육했다는 이유로 학부모의 항의를 받고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언론과 일부 여론은 이것을 ‘교권 붕괴’라고 규정짓고 체벌의 엄격한 규제 이후 생활지도가 위축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전라북도교육청의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고, 보도된 내용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쳤는지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히려 학생인권 보장이 강화되어 생활지도가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이 사건을 근거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들을 왜곡, 폄훼하고 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와 아동학대처벌법이 학생을 보호하는 한편 교사는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교권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학생인권침해와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다. 전북교육청의 〈2021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7.9%의 학생이 교사에 의한 체벌을 경험했고, 고등학교 3학년은 무려 25.6%가 체벌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아직도 학생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학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지푸라기와 같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나서야 조례와 학생인권교육센터 등 인권을 보호하는 시스템의 존재를 알게 된다. 〈2021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의 문제를 키운다는 일각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생활지도의 근거가 되는 학교생활규정조차 학생인권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나 현장에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학생인권 침해의 범위는 포괄적인 데 반해 교사가 할 수 있는 생활지도는 모호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원칙은 이미 존재한다. 현행 학생인권조례에서도 학교 구성원의 합의와 인권의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학교생활규정을 제·개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규정개정위원회가 학생인권을 반영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실제 학교생활규정을 바탕으로 생활지도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교사 개개인의 판단 혹은 교내의 분위기나 관리자의 입장에 의존한 생활지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칙의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있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학교 내의 환경이 문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개인 간의 갈등으로 내모는 이러한 학교의 구조를 살피지 않고 인권침해 사안만을 막을 수는 없다. 평등한 학교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학생인권을 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언론에 균형 있는 보도를 요구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한 명의 주장만을 온전한 진실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고, 과도한 학생인권이 생활지도를 불가능하게 해 교권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일방의 주장만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진실을 바르게 알려야 할 언론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위다. 사건을 조사하는 교육청 역시, 언론보도 중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청이 진실규명의 절차가 잘 지켜지고 관계자들이 불필요한 비난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과 생활지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학생인권보장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 「초·중등교육법」제18조의4는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학교의 의무다. 학생 혹은 학부모와 교사의 대립적인 구도가 아닌 학생인권 보장을 비롯한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 형성을 통해 생활지도와 교육적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
2022.09.07.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성평등한 청소년 인권실현을 위한 전북시민연대(준), 전북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환 청소년위원회 (총 6개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