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추모 호남권 탈핵행동 성명서>
대통령 당선자는 탈핵을 수용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11주기가 되었습니다.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핵사고의 재앙은 여전히 끝을 알 수 없이 진행중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남아있는 수백 톤의 핵연료 파편은 지난 11년간 끊임없이 방사성 오염수와 핵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방사성 오염수는 130만톤에 달하고, 녹아내린 핵연료 파편 덩어리는 고방사선 방출로 접근과 상태 파악조차 쉽지 않아 언제 제거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사고지점으로부터 수십 km 떨어진 곳에서는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전 세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하였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 세계는 핵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설계수명까지 운영을 보장하는 바람에 이대로라면 우리는 2080년대까지 핵발전소의 위험을 떠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더구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공론화를 진행하였고,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약속도 분명하게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수출하고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바로 잡겠다며 시작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또 다시 핵산업 지속을 위한 일방적인 졸속공론화로 실패를 거듭하며, 경주 월성핵발전소의 핵연료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강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안전성도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지역의 강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 핵발전소 부지마다 핵무덤이 될 핵연료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짓겠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다시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게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떠넘기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영구정지 결정된 두 기의 핵발전소를 포함에 총 26기의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단위면적당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입니다. 그것도 대부분 지진활성단층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월성 핵발전소에서는 부지 지하수에 수십년 간 삼중수소가 방출되고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 핵발전소 안전성 강화를 위한 수십가지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무용지물입니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대책이 수소제거장치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처럼 수소 폭발을 방지하고자, 핵발전소 격납건물내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를 설치하였으나, 오히려 온도가 상승하면, 불꽃을 발생시켜 화재가 발생하는 치명적 결함이 발견되었습니다. 외국 연구기관에 의뢰하여 이 결함이 확인되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수소제거장치가 버젓이 한빛 핵발전소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한빛핵발전소 3‧4호기는 격납건물 전체에 얼마나 많은 구멍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데도, 격납건물의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엉터리 구조건전성 평가를 거쳐 3호기는 가동을 승인하였고, 4호기 또한 재가동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4호기 마저 재가동하게 된다면 호남지역은 만일의 사고시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할 최후의 방호벽이 파열되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들은 기후위기를 기회 삼아 탄소중립에 핵발전소가 대안이라며 원전강국, 탈원전 폐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SMR 개발 등 핵산업 부흥을 노리는 핵자본의 앞잡이 노릇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를 앞두고, 원전강국을 외치며 탈원전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대책 없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면 어디에 건설할 지 대답도 못하는 후보가, 무조건 핵발전이 아니면 탄소중립을 할 수 없다면서 무책임한 핵발전을 강요하는 후보가 이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우리는 며칠 전 러시아의 우쿠라이나 자포리자 핵발전소 공격을 목도하였고, 한울핵발전소를 위협하는 울진 산불로 마음을 졸여야했습니다. 지구가열화가 불러오는 많은 사회적‧자연적 재난들은 핵발전소를 심각하게 위협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은 커녕 기후위기 앞에 더 큰 위협이 되는 발전원일뿐이며,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와 기후위기가 보내는 경고는 분명합니다. 핵발전은 현존하는 그 어떤 기술로도 위험을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핵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핵연료폐기물을 수십만년 이상 안전하게 격리하여 보관할 장소도 방법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어디에도 안전하고, 깨끗하고, 값싼 핵발전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더럽고, 비싼 핵발전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 지불하지 않은 위험과 비용은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쓰지 않을 후세대와 말못하는 생명들, 가난하고 취약한 지역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폭력이자 범죄일 뿐입니다.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핵사고를 예방하는 유일한 길은 핵발전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금 당장 핵발전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붕괴 앞에 잠재되어 있을 또 다른 핵사고의 다음 희생자는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대통령 당선자는 핵산업 부흥으로 국가를 감당할 수 없는 위험으로 내몰 일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소중한 목숨과 안전,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탈핵을 앞당겨야할 것입니다. 그것이 대통령이 해야할 입니다.
핵발전소는 고작 3, 4년의 전기 생산을 위해 수십만년, 수억년의 위험을 지구 곳곳에 무책임하게 쌓아두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핵발전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다음 세대와 말못하는 생명들에게 일방적인 고통과 희생을 전가하는 폭력입니다. 우리는 이 야만의 폭력을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야만을 선택하고, 강요하는 대통령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들의 생존 토대인 기후와 생태계가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우리가 가야할 길은 분명합니다. 죽음과 야만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길, 탈핵의 길입니다.
부실공사 노후핵발전소 한빛 핵발전소 폐쇄하라!
고준위핵폐기물 핵발전소내 저장 계획, 즉각 철회하라!
한빛 4회기 재가동 시도 당장 중지하라!
2022년 3월 10일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
(공공성 강화 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