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그렇기에, 대선보다 차별금지법이 먼저다.
- 국제사회도 필요하다는 차별금지법, 거대양당과 유력 대선 후보만 외면하는 차별금지법 -
‘극빈한 사람,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의 필요성 자체 느끼지 못한다.’
12월 22일, 전북 방문 행사에서 나온 윤석열 대선 후보의 위 발언에 대한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차별적인 언사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발언도 ‘차별’이었다.
윤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질문에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조건에 의해서 차별이 이뤄지면 그건 공동체 발전에 지장이기에 철폐해야 한다’면서도 ‘타인의 선택권에도 영향을 미치니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꼬리표를 붙였다.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문명사회가 받아들였지만 평등을 강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의 반복이다. 윤 후보는 지속적으로 자유와 평등은 함께 갈 수 없는 권리처럼 이야기하지만, 자유의 조건으로서 평등이 전제되어야 하고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도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윤 후보의 발언은 사실상 사회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선택’해서 ‘거부하고 차별’해도 된다는 것과 같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신이 일상적으로 어디에서 허용되는지, 누구에게 거부되고 환영받는지를 염려하고 항상 차별받을 수 있는 상태를 대비하며 살아가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으며, 결국 그것은 모두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식이다. 차별금지법은 누구도 그러한 상태에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최소한의 기준과 방법을 제시하는 법이다. 차별 하면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윤 후보도 국민의힘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지연할 이유는 없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이재명 대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 전 세계에서도 우려와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이하 ‘유엔인권사무소’)는 12월 17일(현지 시각) 언론브리핑노트를 통해 ‘국제인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다양한 사유를 망라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대한민국 국회에 촉구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특히 ‘지난 14년간 국회는 법 제정을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데 지속적으로 실패해왔다’며 ‘포괄적 평등법안의 채택은 시급하며 이미 오래전에 그 기한을 넘겼다.’고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의 촉구도 이어졌다. 유엔인권사무소의 촉구 3일 뒤에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주도로 국제앰네스티 등 30개 국제인권단체가 연명한 ‘한국 국회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의 즉각적인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이 발표되었다. 국제사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외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존재에 대한 찬반’을 끌어들이는 유력 대선 후보와 그들이 속한 정당들의 행보가 더 참담하다.
12월 13일 올해 마지막 국회가 될 임시회가 개회했음에도 거대 양당은 차별금지법 논의와 처리를 지연시키고 외면하고 있다. 양당이 구태의연한 입장을 끌수록 인권 보장의 책임을 회피한 정당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를 통해 70~80% 이상의 시민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법안이 차별금지법이다. 지금의 대선 후보들이 나오기 전부터 사회적 필요성과 공감을 얻고 있던 법안이 차별금지법이다. 이제 시민들은 정치권으로부터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의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하는 시민들과 연대하며 법 제정을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선보다 차별금지법이 먼저다.
2021. 12. 23.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