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법’ 발의 환영 성명서
‘학생인권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를 적극 환영하며,21대 국회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
오늘(11월 3일) 국회에서는 학생의 존엄 보장과 학교 민주주의의 주춧돌이 될 ‘학생인권법’(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학생을 겁주고 통제하는 교육으로는 ‘시민의 학교’도, 나아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고 믿어온 우리는 학생인권법안의 발의를 크게 환영한다.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생인권법은 전국의 모든 초․중․고 교육의 기본 틀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함으로써 반인권적인 학칙의 개정 기준을 제시하고, 각 시․도교육청에 학생인권침해 시정 기구의 설치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책임을 지우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학생회 법제화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올해에도 심지어 속옷과 양말의 색깔까지 규정하는 용의복장 규제와 스쿨미투로 공론화된 성폭력, 교사에 의한 언어폭력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차별에 맞서야 할 학교가 오히려 차별을 묵인하거나 때로 조장하고 있는 현실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인권과 평등을 지지하는 학생과 교사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생활규정을 포함한 학칙을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들은 정작 참여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부정의한 현실에서 학생인권법은 학교를 보다 인권친화적이고 민주적인 공간으로 만들 법적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주요 내용 ① 학생인권조례 근거 조항 마련 ② 학생인권 침해행위 금지 및 학생 징계사유 제한 ③ 학생자치활동 보장 및 학생회 법제화 ④ 학칙 제‧개정 시 학생 참여 보장 및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 참여 보장 ⑤ 학생인권옹호관 등 학생인권 침해행위에 대한 구제절차 마련
학생인권법은 또한 학생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인권을 달리 보장받는 차별적인 상황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한다. 지난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은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까지 단 6개 지역뿐이다. 지난 10월초 전교조 경북지부 등이 발표한 경북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분류될 수 있는 직․간접 체벌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학생인권조례조차 없는 지역의 자화상이라 할 만하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이라고 해서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최근 갑작스러운 한파에도 교복 위에 겉옷조차 걸치지 못하도록 한 학교들이 바로 학생인권조례가 이미 제정된 지역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조례의 규범력이 약해 ‘학교 자율’을 방패 삼아 학생인권 침해를 고집하는 학교를 변화시키기에도 쉽지 않았다.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로 어떤 교육감이 뽑히느냐에 따라 학생인권 정책이 널을 뛰는 상황도 문제다. 학생인권법은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할 교육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모든 교육청에 인권침해 시정 기구를 설치하도록 함으로써 이와 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학생인권법’은 2006년 17대 국회(최순영 의원 대표발의), 2008년 18대 국회(권영길 의원 대표발의)에 이어 3번째 발의된 법안이다. 17대 국회에서 발의된 학생인권법안은 2007년 말,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에 규정된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추상적이고도 빈약한 조항 하나를 삽입하는 데 그쳤다. 학생의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도 판단 권력을 독점한 학교에 내맡겨졌고, 학생인권 침해를 바로잡을 교육청의 책임도 모호한 상태로 남겨졌다.
법의 공백이 방치된 지난 시간 동안, 학생의 고통과 교사의 무참함 역시 계속 이어져 왔다. 멈춰선 학생인권의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한다. 코로나 시대 모두에게 마스크와 백신이 필요했다면, 모든 학교에는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다. 21대 국회는 학생인권법에 대한 조속한 심의와 통과로 학생과 교사는 물론, 인권과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민의 요구에 답하라.
2021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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