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 인권 보장의 의무는 망각한 채 노조탄압에 앞장서는 전라북도를 규탄한다!

전북도청 시설관리 및 청소노동자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에 대해 전라북도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1월 29일자로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동조합에서 도청 주변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1년 넘게 닫아놓은 청사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는 것이 해당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전라북도 인권조례와 인권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허울뿐인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행태다. 우리는 인권과 헌법상의 기본권은 망각한 채 노조탄압에 앞장서는 전라북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전라북도의 노조 고발은 그동안 일관되게 보여준 노조탄압 행정의 연장선에 있다. 2020년 1월을 기준으로 전북도청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전북도에 의해 노동조건은 후퇴됐으며 비정규직이던 시기에도 보장되던 단체협약과 노조활동을 침해받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는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요구는 불통으로 무시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로 27명의 노동자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라북도의 일부 관료들은 도청 노동자들의 도지사 관사 앞 집회를 비난하며 ‘노동조합이 전북도청을 탄압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청소노동자가 ‘피켓팅을 하지 않고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것’이 공심(公心)이라며 노동조합 활동을 비난하기 까지 했다. 광역지자체로서 헌법 제33조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할 책무가 있는 전라북도가 오히려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노조탄압에 앞장서는 상황은 송하진 전라북도지사와 관료들의 낙후된 사회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전북도의 고발 조치는 집회·시위의 권리를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태도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공유재산법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다르지 아니하고는 공유재산을 이용하지 못’(제6조)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여 행정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99조)고 규정하고 있다. 공유재산이란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가 된 부동산과 그 종물 등의 재산을 말하는데 이 가운데 행정재산은 공용재산, 공공용재산, 기업용재산과 보존용재산 등을 포함한다(제5조 제2항). 즉, 도청이라는 사무용·사업용의 건물을 농성용 천막을 설치하는 데 임의로 사용하거나 수익하였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공유재산이 그 재산적 용도에 사용되면서도 공적 이익이 아닌 특정한 사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거나 이를 통하여 수익을 얻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지, 행정업무의 수행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아무런 이익도 얻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공유재산법 제99조는 예를 들어 공유재산(행정재산)인 사무실을 임의로 임료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다. 도청 내 부지에 천막을 설치한 것이 공유재산법 위반이라면 공용재산, 공공용재산, 기업용재산이나 보존용재산 등 행정재산인 부지에 농성용 천막이라도 치는 것이 모두 공유재산법 위반이라고 평가되어야 하는 무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아가 공유재산은 지방자치단체의 소유인 점을 넘어서서 그 구성원인 주민 모두의 공적 소유라는 실질을 가진다. 공(공)용의 부지는 그것이 공적인 목적과 성격을 가지므로 오히려 공적인 이익의 추구 또는 공적 여론이 표출되는 열린 광장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정한 주장을 하는 천막을 설치하는 행위를 공유재산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지며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하지 않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집회의 자유는 어디서 집회를 할 것인지 장소를 선택할 자유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각 기관에 국민의 뜻이 전달될 수 있도록 집회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를 규정했던 구 집회시위법 제11조 일부에 대해 2018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사 주변이 마치 성역인양 집회의 권리 행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발상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해석과 적용이다. 특히 청사는 청사 노동자들의 노동현장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특히 사용자가 있는 바로 그곳에서 그것을 행사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그렇기에 항의 대상이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곳에서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집회의 권리의 핵심이다.

또한 전라북도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권리가 아닌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고 불온하게 여길 뿐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도 침해하고 있다. 전북도는 코로나19 방역을 핑계 삼아 1년이 넘도록 청사 정문을 통한 출입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만 개방하며 청사를 이용해야 할 대다수 시민들의 권리를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이 공유재산을 무단점유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전북도청이야 말로 청사를 송하진 도지사와 관료들의 소유물처럼 취급하며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헌법상의 책임을 다해야할 전라북도가 오히려 공공장소의 이용에 대한 부당한 제약과 법률 위반의 처벌을 적극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집회의 자유와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복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131주년 세계노동절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권력의 모습이 참담할 뿐이다. 그러나 정당한 권리를 제압하려는 권력에 저항하며 전 세계의 민중들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써왔다. 전라북도는 인권과 헌법상의 기본권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베풀어 주는 시혜와 선물이 아니라 보장할 의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부와 지자체는 인권과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행정력을 행사하고 직무의 수행과 관련하여 이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권력은 야만이고 폭거일 뿐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인권과 기본권 보장 의무를 망각한 전라북도의 노조탄압, 즉각 중단하라!

전라북도는 도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

검찰은 전북도의 고발 사건을 즉시 무혐의 처분하라!

2021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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