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공항 철회 촉구 기자회견문]

새만금 신공항 계획 철회가 기후정의 실현이다

새만금의 마지막 야생생물 서식처 수라갯벌 보존하고,최전선 당사자와 생태계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계획 수립하라!

지난 9월 국토교통부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확정하며, 새만금을 포함하여 부산 가덕도, 대구 경북, 울릉도, 제주도, 흑산도 등 6곳의 신공항 건설계획을 확정하고, 경기 남부, 서산, 백령도, 포천 등 4곳의 공항 건설을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이 작은 국토에 총 10개의 공항 신설 계획을 확정, 혹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논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공항 건설에 나서는 것은 국제적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COP26의 정상세션에 직접 나서 우리나라의 2050 석탄화력발전소 전면 폐지를 약속했지만, 해외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2030년대 탈석탄을 선언한 국가들의 입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전체 전력의 36%를 석탄에서 얻고 있으며, 2050년 탈석탄은 너무 늦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자랑스럽게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한 와중에도 국제평가기관이 발표한 올 해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순위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59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모순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다. 비행기의 1인당, 동일거리 이동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단거리 노선을 폐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시민들을 중심으로 비행수치(flight shame), 탈비행(flight free)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시기에 우리는 10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수치를 모르는 국가로 남을 것인가.

특히 새만금 신공항은 짧은 기자회견문에 다 나열할 수 조차 없는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하나. 새만금 신공항 건설 계획은 새만금 기본계획과도 맞지 않는 계획이다.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서는 ‘새만금 기본계획과 공항 주변 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만금 신공항 개발계획을 구체화’하고 ‘특히 새만금 개발계획과 연계해 새만금 신공항이 적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공기 단축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올 초 새만금 위원회는 새만금호의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고 해수유통으로 물관리 전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결정은 사실상 기존의 새만금 간척 사업이 철저히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당초 1조 3천억의 예산으로도 겨우 비용편익분석 1을 간신히 넘긴 사업이었지만, 이 후 계획이 변경되고 수질이 악화되며 당초 새만금 간척사업 예산의 십수배를 쏟아부어왔다. 그럼에도 수질은 COD 기준 6등급에 머물러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가 되어 왔기 때문에 해수유통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해수유통 결정의 의미는 단순히 물을 유통시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만금 지역의 갯벌이 가지고 있는 자정작용과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수라 갯벌은 매립해 공항을 만들 곳이 아니라 새만금 사업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적극적인 보전 및 복원 계획을 수립 해야 할 곳이다.

하나. 기후위기 시대 연안습지의 가치가 재평가 되어야 한다.

갯벌과 염습지의 수질정화 과정은 탄소흡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갯벌과 염습지는 산림보다 탄소 흡수와 저장 효과가 수십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세계 해안가의 맹그로브 숲, 염생습지, 해초류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부르며 기후위기 시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며, 우리나라도 연구를 시작했다. 올 해 7월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갯벌은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있으며, 염습지는 갯벌보다도 단위면적당 더 많은 탄소를 고정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 편에서는 기후위기 시대 연안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복원의 노력을 펼치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갯벌과 염습지를 매립하여 공항을 짓는 것은 모순이다. 이미 시작된 기후재앙을 막기위해 우리가 선택 할 길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하나. 새만금은 국제적인 생물종다양성 보존의 핵심지역이다.

새만금 지역에는 국제적 멸종위기 1급에 해당하는저어새, 흰꼬리수리, 황새, 매 등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또한, 장거리 이동철새의 핵심기착지이기때문에 전지구적 차원에서 보전과 복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곳이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항공기 충돌 저감 방안에서는 폭음경보, 총기퇴치 등을 통해 조류퇴치 활동을 하겠다고 서술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들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 기관이므로 조류를 퇴치의 대상으로 보는 영향저감계획을 부동의해야 마땅하다.

새만금에는 조류 이외에도 금개구리, 흰발농게, 수달 등 수십종의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새만금에는 보호종 뿐 아니라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동진강 만경강 하구역의 갯벌이 대부분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수라갯벌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지역이 되었다. 수라갯벌마저 매립되어 공항으로 변한다면, 이들의 생존은 물론 우리 인간들의 앞날 또한 밝지 않다. 생물종다양성은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거대한 변화의 예측불가능성 속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산인 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하나. 더 이상 지역 주민들을 갈등으로 몰아 넣어서는 안된다.

새만금 일대는 지금까지도 충분히 많은 갈등과 아픔을 겪어왔다. 지역은 오랜 기간동안 새만금 사업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갈등에 휩싸였다. 새만금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온 어부들은 갯벌이라는 일터를 잃고 쫒겨나다시피 했고, 지역 공동체는 붕괴되었다. 그 것이 끝이 아니었다. 2006년 방조제가 완공된 후 지금까지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현재 2021년, 당초 계획대로라면 새만금은 이미 정부와 정치인들이 전북도민들에게 약속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공간이 되었어야 할 시기다. 그러나, 토지이용계획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이미 완료되었어야 하는 매립율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새만금이라는 지역은 온갖 사람들의 욕망과 이해관계와 얽혀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 피해는 생태계와 지역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언제까지 지역주민들의 갈등을 유발하며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공항 하나로 전북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책임질 수 없는 환상을 심어주며 지역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새만금 사업을 강행할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같은 잘못을 더이상 반복해서는 안된다.


하나.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의 사업개요에서는 '신공항'계획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본문에서는 군산공항에 대한 확장을 고려한 평가를 제시하고 있어 이 계획이 군산 미군공항 활주로 사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어왔다.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공항 부지가 미군이 오랫동안 요구한 안으로 명시되어 있는 점, 신공항과 군산공항을 연결하는 유도로 설치 사업이 추가된 점, SOFA 협정에 따라 언제든 미군의 필요에 따라 운영될 수 있는 점 등 모든 정황이 의혹을 지지하는 가운데, 국감장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질문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답변하며 군산공항 확장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전북 경제를 살릴 묘수인 것 처럼 홍보하면서 사실상 미군을 위해 수많은 생물들의 서식처를 빼앗고 지역 주민들을 갈등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2021년 현재, 인류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여있다.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어 온 수십년 동안 기후변화는 변화를 넘어 위기로, 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그 길에 새만금 신공항은 없다.

이에 수도권, 부산,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기후정의버스 참가자들은 정부와 전북도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누구를 위한 공항인가, 새만금 신공항 계획 철회하라!

새만금의 마지막 야생생물 서식처 수라갯벌 보존하라!

최전선 당사자인 새만금 어민, 농민과 갯벌 생태계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계획 수립하라!

2021.11.12

기후정의버스 참가자 일동

(탄소중립위원회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 전북기후위기비상행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