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라북도교육청은 교육현장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고 학생 ·교직원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라!
최근 남원에서 중학교 남학생 10여 명이 2019년부터 운영한 불법촬영 공유 단체대화방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또래 여학생들의 신체를 불법촬영, 공유했을 뿐 아니라 강제추행 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여교사 등 주변 여성들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성희롱하는 발언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가 8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전북 지역 내에서 이러한 성범죄가 교육 현장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진 현실에 심각하게 우려를 하며 전라북도교육청의 엄중한 대응을 촉구한다.
지역 교육현장에서 불법촬영 문제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는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에는 다수 교사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고등학생이 퇴학 조치가 되는가 하면, 올해는 동료 여학생들이 있는 탈의실을 불법 촬영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조사를 받는 일이 언론에 보도됐다. 사건화 되지 않은 사안들까지 감안하면 특정 지역과 학교만이 아니라 전라북도 교육 현장 곳곳에서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디지털 성범죄와 직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제정 8주년을 맞이하고 성폭력예방교육, 인권교육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전북교육청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지난 기간 공론화된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일상을 깊게 파고들었다. 특히 10대 여성들을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n번방’ 공론화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의 피‧가해 연령이 모두 낮아지는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성폭력은 명백히 가해자의 잘못과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온라인의 특성상 반복되는 피해 때문에 삶이 더욱 위축되고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더구나 가해자가 본인과 가까운 지인, 친구인 경우 피해자는 더 큰 상처를 입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회복을 지원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사를 비롯한 교직원 역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헌법 제32조 3항은 ‘노동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항 4항은 여성 노동자가 노동조건에 있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은 교육 현장이 노동자의 존엄함과 성평등이 보장되는 일터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교육하고 실현해야 하는 학교에서부터 존엄한 일터, 성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 피해자 중심주의 관점에서 또 다른 피해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사와 사건 파악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징계는 당연하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를 ‘범죄가 아닌’, 남성들이 ‘단순한 호기심’,’놀이문화’로 취급해왔다. 이러한 잘못된 통념과 편견으로 인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권침해와 폭력은 더욱 커졌다. ‘n번방은 판결을 먹고자랐다’는 비판은 비단 사법부에만 해당하지 않음을 환기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의 회복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도교육청의 적극적 지원책도 만들어져야 한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등의 2차 피해가 좁은 지역 사회 안에서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고 일상의 회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징벌적 대책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는 구조와 문화에 대한 성찰하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n번방’ 성착취 주동자와 가담자 중 10~20대 남성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점은 교육이 디지털 성범죄를 확산하고 공고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기에 누구라도 인권을 침해하는 주동자, 가담자, 동조자, 방조자가 되지 않으며, 성폭력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동료시민이 되어가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성차별적인 사회 환경과 강간문화 및 성착취 구조를 비판적으로 읽고 자신과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교육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 내의 위계를 강화하는 통제와 감시가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 누구라도 성폭력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공동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폭력 대책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북교육청은 지역의 페미니즘·교육·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들과 협의체를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를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북교육청이 교육현장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고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교육 현장 내에서 발생하는 불법촬영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와 연대하고 싸울 것이다.
하나, 피해자중심주의 관점에서 추가적인 피해 조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한 내실 있는 지원하라!
하나, 지역사회와 디지털 성폭력 특성을 감안하여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성평등 관점에서 디지털 성범죄 문제점과 방지를 위한 교육을 모든 교육주체들을 대상으로 긴급히 실시하라!
하나, 전북교육청 차원에서 성폭력 대응의 전문성과 인권감수성을 갖춘 대응체계를 즉각 마련하고 실행에 나서라!
2021. 6. 30.
전북지역 교육현장 디지털 성범죄 해결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