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차별적·비과학적인 전라북도의 일용직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을 철회하라!

전라북도가 ‘내외국인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시의 코로나19 진담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는 긴급 행정명령(전라북도 고시 제2021–144호)을 발령했다. 행정명령 대상은 ‘제조업, 건설업, 농업, 어업, 축산업의 사업장에서 내외국인 일용근로자를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자 및 인력을 공급하는 인력사무소 사업주(대표자)’며 오늘(5/17) 0시부터 6월 30일까지 적용된다. 전라북도의 이번 행정명령으로 전북지역의 모든 일용직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사실상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검사’와 다를 바 없는 대책이다. 우리는 전라북도의 이번 행정명령이 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일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1. 일용직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명령, 차별이고 대책이 될 수 없다.

일터는 일용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계약직, 정규직 등 각기 다른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을 비롯해서 관리자, 고용주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러스는 피부색이나 내외국인의 여부, 고용형태를 구분해 서로 다른 위험성을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업장에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만 대상으로 하는 검사 방식은 특정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지 않은 대책이다. 또한 전북도의 행정명령이 일용직 노동자들을 코로나19 감염을 악화시키는 대상처럼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의 다양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확산과 확진환자 증가세의 원인이 일용직 노동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예방을 명목으로 특정 사람들에 대한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자주 동원되며 문제로 지적되었다. 서울, 경기 등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2~3월에 외국인 대상 진담검사 행정명령을 발령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코로나19 문제에 대응하는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에서 방역을 빌미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결국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외국인 대상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표한 지자체에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현재의 감염병예방법에서 정부와 지자체장이 건강진단을 명령할 수 있는 ‘감염병의심자’라는 정의 역시 과학적, 법률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 ‘전수검사’식 행정명령은 방역효과와 무관한 전시행정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수검사를 강제로 시행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감염병은 바이러스 노출 혹은 접촉, 전파가능시기, 증상발현 등 연속적 경과를 거치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이루어진 전수검사만으로 감염병 확산을 예방할 수 없다. 또한, 확진환자의 직접접촉과 같은 감염가능성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특정 집단 무작위 검사는 검사방법의 한계로 인하여 위양성과 위음성을 높이면서 그 검사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그렇기에 지자체의 행정명령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검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될 필요가 있다. 올해 1월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가 [코로나19 대응 지침(제9-5판)]을 만들면서 ‘조사대상 유증상자’를 세 가지 항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①의사의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임상증상으로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 ②해외 방문력이 있으며 귀국 후 14일 이내에 코로나19 임상증상이 나타난 자, ③코로나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어 진단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지자체의 행정명령은 이러한 지침이 반영되어 만들어지고 시행되어야 한다.

3. 사람을 문제시하는 대책이 아니라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작년 5월 이태원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이동통신 3개 회사가 특정기간의 해당지역의 통신기록을 당시 질병관리청에 제출하고, 서울시가 이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검사를 시행하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의 강제 전수검사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시민들의 자발적 검사권 보장과 익명검사 보장의 형태가 도입되며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다. 전북도는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인권을 제한하고 유보시키는 방식의 강제적인 대책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함을 다시금 환기해야 한다.

나아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이들의 조건과 환경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대책을 만드는 것이 지금이라도 필요하다. ‘아프면 쉬기’라는 권리가 보장될 수 없는 다수의 노동자들의 상황,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 등과 같은 불안정한 노동의 조건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닌지 질문하고 대처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지자체의 행정명령이 노동자의 생존과 경제적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노동단체 및 노동자들과의 소통 또한 필요하다.

우리는 차별적·비과학적인 전라북도의 일용직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의 철회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1. 5. 17.

전 북 민 중 행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