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민중들은 평화를 원한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이라크의 아이들
이라크 인구 2천4백만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15세 미만 어린이들이 싸구려 폭탄인 염화우라늄탄으로 인한 악성림프종으로 바그다드의 어린이 병원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아이들은 25달러짜리의 약값은커녕 하루 한끼의 빵마저 부족한 판이다.
반면 미국은 이라크 주둔미군 14만명에게 한달에 40억달러(4조6천8백억원)를 쓰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파병할 경우 한달에 2천억원가량이 쓰인다고 하니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을 위함이 아님은 명백하다. 걸프전 때에는 대규모 유정 방화와 연합군의 열화우라늄탄 사용에 의한 오염으로 이라크 남부지역의 암과 백혈병 발병율이 7-10배나 증가했고 선천성 기형아 출산율도 4-6배 증가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예로 1991년 걸프전에서 가장 많은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됐던 이라크의 바스라 지역에서는 암사망 사례가 지난 88년 34명에서 2001년 현재 603명으로 급증했다고 알려져 있다. 바스라의 사담훈육병원의 자와드 알리박사는 "바스라 지역에서의 기형아 출산율이 1989년 10만명당 11명에서 2001년 현재 116명으로 급증했다"고 증언했다.
현지에서는 이런 후유증으로 이라크인들은 50만명 가량이 더 목숨을 잃고 각종 질병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건을 이유로 공병부대와 전투부대를 파병하는 것은 아이들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로 이라크에는 약이 없다.
이라크의 여자 아이 샬롯 앨더브란은 "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입니다"라며 "우리는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를 때 두렵"고 "우리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를 때 혼란스럽습니다"라고 했다.
이라크는 죽거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찬,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모든 외국군대가 철수되지 않으면 죽음의 그림자는 중동 전체로 퍼져갈 것이다.
살육 게이머(gamer)-미국
실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19일 한국인과 한국대사관을 표적으로 한 알카에다의 테러첩보가 입수돼 한국대사관이 잠정 폐쇄됐고 현지 대사는 제3국에 피신해 있는 전시상태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미군과 함께 일하는 자는 누구든 죽이겠다고 하는게 이라크 사람들의 지금 상황이다.
터키가 파병을 결정하자 이라크 주재 터키 대사관을 폭파시켰고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이 이라크 저항군에 납치돼 '군대를 보내지 말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공격설이 오가며 이 지역의 민중들은 언제 터질 지 모를 화약고 안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이라크 사람들은 9월 기준으로 1만여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만 최소5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상당수가 어린이와 노인, 여성 등 민간인이다.
부상으로 후송된 미군의 숫자가 미국 당국의 발표로는 1천6백명이었으나 실제로는 최소 6천여명이며 사망자는 210명에 달한다.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극단으로 갈수록 미군의 사상자 숫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대신할 총알받이로 한국군을 보내는 일은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목숨을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에 바치는 꼴이 된다.
죽인 자가 어찌 해방을 말할 것인가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리스트의 색출, 석유자본의 획득과 미국 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할 미국의 명분도 전쟁광 럼스펠드와 부시의 교언영색일 뿐이며 이들의 광기서린 폭력은 이라크주둔군에게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11월 11일만해도 바그다등서 2명의 이라크사람이 미군의 공격으로 죽었고 한국군이 파병되어 있는 나시리아에서 17명의 이탈리아 군인이 이라크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그 현장에서 8명의 이라크 사람들이 죽었다.
팔루자에서는 도로를 지나려던 미군의 탱크가 도로에 주차되어있던 자동차를 그냥 깔아뭉게고 지나가, 차안에 있던 이라크 어린이 2명이 즉사했다. 광경을 보던 시민들이 항의하자 미군들은 총으로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무차별 발포해 십여명의 이라크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최근 미국은 바그다드에서 저항세력을 색출하기 위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라크의 저항세력 하면 콧수염의 사담 후세인을 생각하지만 전쟁이 지속되면서 점증하는 불안에 이라크의 민중들은 모든 외부인들을 적대시하고 있다.
이런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파견된 부대원들이 공격당할 위기에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이라크의 민중들에게 총을 겨눌 것이다. 민중의 자식들이 파병되어 잠재된 살인자로 평생 씻지 못할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라크는 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한다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전운동가들은 한 소리로 전한다. 이라크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외세에 의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정부를 세우고 이라크를 재건시키기 위한 능력이 충분하며 미군이 가능한 빨리 이라크를 떠나길 바란다는 것이다.
모술에서 국내 일간지 기자가 만난 학계, 종교계 인사, 대학생, 일반 시민들은 모두 "외국군의 파병을 무조건 반대한다"면서 "미군을 포함한 외국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고 말하듯 이라크인들은 주둔군의 철수를 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조사기관 회사인 <조그비(Zogby)인터내셔널>이 이라크에서 지난 10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미군이나 영국군이 주둔하기를 바라는 기간'은 앞으로 2년이상은 25%에 불과하지만 반년이내(31.5%), 1년이내(34%)에 철수하길 원한다는 의견은 67%에 달한다.
'5년 뒤 미국이 이라크에 도움이 될것인가'라는 질문에 50%가 '유해'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군이 이라크의 일반시민을 어떻게 취급하는가'에 대해서는 55%가 '나쁘게 대한다'고 답했다. '국내의 치안과 질서유지와 회복을 누구에게 요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이라크군이라는 응답이 45%를 차지했고 미국과 유엔이라는 응답은 27%, 미국단독은 6.5%에 불과했다.
한편 미국은 11월 현재 내년 6월까지 이라크 임시정부를 구성해 주권이양을 하겠다는 내용의 새로운 유엔결의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현재 이라크 주둔미군은 내년 5월까지 전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45년 세월을 숨죽여 온 이들
이라크는 1958년부터 지금까지 아랍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의해 민중들의 운명이 좌지우지되어왔다. 반정부세력에 의한 무장투쟁에 개입하는 아랍과 선진국 세력들은 이라크를 친미정권으로 때로는 친이집트 정권으로 뒤엎기 위해 수많은 살상을 해왔고 그때마다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은 폭탄과 지뢰, 굶주림과 질병에 노출되어 죽어갔다.
미국은 이라크인들의 해방과 자유를 위한다는 파렴치한 위선을 거두고 즉각 철군해야 한다. 새 유엔결의안을 통과시켜 주둔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영구적인 미군 주둔과 친미정권의 수립을 위함이다.
파병결정 하루아침에 나온 것 아니다
10월 18일 노무현 정권이 파병을 '선언'하자 언론들은 승냥이떼들처럼 달라들어 마치 모든 결정을 끝낸 듯 파병의 규모와 성격, 시기를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작태는 이미 짜놓은 판이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국 합참의장이 이미 지난 17일 워싱턴의 디펜스 포럼이 주최한 정책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이라크 파병 가능성과 관련, "그들(한국)은 그 필요성을 이해한다"면서 "그들이 그 중요성과 급박성을 이해한다고 본다"고 말한 사실은 한국정부가 이미 미국에 파병을 통고했음을 보여줬다.
국민의 의견을 들어 신중히 시간을 갖고 결정하겠다던 노무현의 발언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유엔결의와 파병결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월 17일 이라크 재건을 위한 유엔차원의 다목적군 파병을 결의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사실상 미국의 전쟁 뒷처리 비용을 각국에서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유엔이라는 국민국가의 결집체가 사실상 해체를 인정한 것에 다름아니다.
실제 800억달러의 걸프전 비용을 미국의 동맹국가들, OECD국가 뿐 아니라 세계 최하위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하는 크로아티아와 같은 제3세계에서까지 거둬내 그 정치적 경제적 실익을 획득했고 이번 이라크전쟁 비용 또한 공화당표 군수재벌에게 군사비 명목으로, 초국적 기업들에게 재건비용 명목으로 복구비를 걷어내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그 비용을 1200백억달러에서 6천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유엔의 결의는 사실상 한국군 추가파병과는 무관했고 더욱이 파병과 북핵문제를 협상할 여지가 없었으며 미국과 노무현정권은 결국 한반도의 화해무드를 표방하지만 결국 세계의 군사무장화를 위한 결단인 것이다. 그 결단을 위해 노무현 정권은 '재신임' 배짱을 튕겼다.
노무현의 기만적인 자주국방론
지난해 미국은 서해교전을 계기로 동아시아 전역미사일방어체계 (TMD)를 현실화하고 9월 노무현은 자주국방론을 내세워 국방부의 중장기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군비확보와 군사무장을 천명했다. 국방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NMD) 도입을 위해 이미 98년도부터 이같은 일정을 추진해왔다. 결국 노무현의 자주국방론은 이같은 동북아시아의 군사무장화와 군비증강을 위해 국가안보와 동북아 중심이라는 이중적 허구론을 펼친 것이다.
국방비와 전쟁(준비)비용에 연간 54조원을 퍼붓는 나라
2003년도 국방예산 23조원, 차세대전투기사업(F-X) 등 중기국방예산으로 책정된 무기구입비 30조원, 한미주둔군지원비만 직접지원비가 4천19억여원과 간접지원비 7천2백16억여원으로 1조1천36억이 소요(국방부자료에서 인용)되는 나라. 그러나 4인가족 122만원의 소득자들인 차상위계층 150만명에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이 200만명에 이르는 보건복지예산규모수준 세계130위의 나라가 대량학살 전쟁에 동참한다니 파병은 분명 미친 짓이다.
정당한 전쟁, 부당한 전쟁
신자유주의는 늘 말한다. 미국과 자본이 곧 선이며 자신들을 테러한 자들은 악의축이며 그들과 투쟁하는 것은 정당한 전쟁이며 자신들은 평화의 전사라고. 정당한 전쟁에 저항하는 것은 자유를 파괴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그러나 미국은 분명 세계 민중을 학살하는 악의 축이며 '선'의 이름으로, '해방'과 '자유'의 이름으로 곳곳에서 대량학살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전쟁터 이라크의 민중들은 학살에 맞선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19세기부터 세계를 뒤흔들어왔던 결정적 힘은 군대에서 나왔다. 그동안 미국이 세계에서 벌여 온 수많은 전쟁과 전쟁이 끝난 뒤 민중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4천억달러를 신속정예·첨단 부대로 길러지는 미국과 그들의 군대, 그들이 벌이는 전쟁, 그리고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과 윤간은 부당할 뿐 아니라 투쟁으로 분쇄해야 할 우리의 적이다.
학살전쟁, 침략전쟁은 지금 이라크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세계의 노동자·여성·어린이에게 겨눠져 있는 세계 자본의 '죽음의 칼날'을 바로 그 민중들의 연대로 분쇄할 때 평화는 가능하다.
<평화와인권연대 서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