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대표가 쓰신 글로,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28호와 329호에 걸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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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과 인권
김 승 환(전북대법대 교수)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NEIS)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NEIS는 교육행정의 전자정부화를 목적으로 하고, 학교현장의 교무·학사·인사·회계·물품·시설 등 교육행정 전반에 관한 정보를 연계하여 처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정보화의 발전추세를 반영하는 유연하고 지속적인 교육정보화를 추진하는 것을 그 전략으로 삼고 있다. 종래 일선학교가 중심이 되어 학사와 교무행정에 관한 정보만을 그 내용으로 하던 것이, 이제는 교육행정 전반에 관한 정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선학교에서 수집된 정보들은 모두 시·도교육청이 관리하고, 이들 정보에의 접근이 허용된 사람들은 정보를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로 생성·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시·도교육청 서버에서 관리되는 일선학교의 모든 정보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로 생성·활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일선학교에서 수집되는 모든 정보는 입력되는 순간 교육인적자원부가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되는 것이다.
NEIS에 의해서 수집되는 정보의 양은 매우 방대하다. '교육행정 전반에 관한 정보'라는 표현이 이를 한 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우리의 눈과 귀에 매우 익은 표현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간과되기 쉬운 용어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눈은 대체로 하나의 표현 밑에 숨어서 꿈틀거리는 물체들에까지는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NEIS의 대상업무는 대영역, 중영역, 세부내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대영역은 기획, 교원인사, 일반직인사, 급여, 교육장학, 보건체육, 재정, 시설, 법인(사립학교의 경우), 기타행정으로 되어 있다(중영역과 세부내용의 소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몇 개의 중요한 사안들에 들어가 보기로 하자. 1) 출결관리와 관련하여, 교과담임은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에 대한 출결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 수업에 불참한 학생의 불참사유는 수업이 종료한 후 담임이 반별로 마감한다. 2) 성적과 관련하여, 채점이 교과담임에 의하여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진다. 3) 물품 및 교구관리와 관련하여, 학교의 모든 물품을 일일이 입력하고 그 사용내역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언제 누가 어느 물품을 어느 정도로 사용했는지가 정확하게 입력되어야 하는 것이다. 4) 보건과 관련하여, 보건교사는 학생의 개인별 건강기록을 입력해야 한다. 학생의 건강상태, 신체검사, 질병과 치료경과 등에 관한 정보를 해당 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까지 수집하여 입력하여야 한다. 이 정보는 과거의 정보를 삭제하고 최신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누적하여 입력하는 점이 특징이다. 5) 생활기록부와 관련하여, 학생 자신의 이메일 주소까지 포함하여 15개 이상의 정보가 입력된다. 놀라운 것은 학부모의 신상정보까지도 입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명, 주민등록번호는 기본이고, 학부모의 휴대폰 번호, 직업, 학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학력만 하더라도 무려 30여개 항목으로 세분화시켜 놓고 있다.
NEIS가 국민(특히 학생)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기될 수 있는 많은 쟁점들 가운데서 특히 중요한 것은 NEIS는 학생의 정보자기결정권(Recht auf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정보자기결정권이란 국민은 언제 어떠한 한계 내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를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말한다. 정보자기결정권이 효과적으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국민은 자신에 관하여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떠한 기회에 알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법질서는 정보자기결정권을 파괴하는 법질서이다. 이 때문에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은 현대의 정보처리의 여건하에서 그 인적 정보의 무제한의 수집·저장·이용·전달에 대한 개인의 보호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보호는 기본법 제1조 제1항(인간의 존엄)과 결합하여 제2조 제1항(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의 기본권에 의해서 포괄된다. 그 기본권(정보자기결정권을 말함)은 그러한 한에서 자신의 인적 정보의 제공과 이용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판례는 “사소한(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없다”는 명제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것도 정보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그것들이 수집·저장되면서 개인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끼칠 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정보자기결정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권력은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이러한 원칙은 이미 1980년에 OECD 가인드라인(Guidelines)에 의해서 선언되었다. OECD 가이드라인이 밝히고 있는 사전동의의 원칙과 목적명확화의 원칙은 각국의 입법에 그대로 반영되었을 정도로 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 되었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가권력은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수집하여 이용하고 국가기관 상호간에 주고받으며 새로운 정보를 창출해 내는 일을 하게 된다.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국가기관에 집중되는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사전동의의 원칙은 간단히 말하면 정보의 제공 여부를 정보 주체가 사전에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이다. 이 원칙은 국가가 인적 정보를 강제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NEIS가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NEIS의 어디에도 정보주체의 사전동의권을 보장하는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보의 주체인 학생의 의사를 고려하는 내용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가령 부모의 신상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의 경우, 그 주체는 부모 자신이다. 그런데 NEIS는 학생으로 하여금 부모의 신상정보를 수집해서 교사에게(정확하게는 국가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국가가 정보의 수집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NEIS는 정보주체의 사전동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NEIS는 목적명확화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목적명확화의 원칙이란 정보수집의 목적이 구체적이어야 할 것, 표현을 달리하면 망라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목적명확화의 원칙을 가리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어떠한 목적을 위하여 (정보의) 진술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어떠한 연결가능성과 이용가능성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명확성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말하고 있다. NEIS는 학생과 관련한 막대한 양의 인적 정보를 수집·저장·이용·전달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NEIS가 그 목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교육행정의 전자정부화'는 그 개념 자체가 지극히 포괄적이고 막연하다. 목적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수집하고자 하는 정보의 양이나 그 내용이 포괄적일 수 밖에 없다. NEIS에 의하여 수집·저장되는 정보를 들여다 보면, 해당 학생의 신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NEIS는 학생만을 관리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부모도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다. NEIS는 목적명확화의 원칙에도 반한다.
NEIS에 의하여 수집된 수많은 정보들은 시·도교육청에 집중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전국단위화하여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다. 정보의 집중과 자유로운 유통이 그만큼 수월해지는 것이다. 특정 국가기관이 국민 개개인에 관한 정보를 집중관리하게 되면, 정보권력분립의 원칙이 파괴된다. 정보권력분립이란 국가기관은 자신의 목적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그것도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 수집하고, 그것이 자유롭게 유통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정보를 통하여 국가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원리를 말한다.
NEIS는 또한 그 법률적 근거가 불투명하다.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행위이다. 그것이 강제성을 띠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정보주체는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강제력에 의하여 자신의 인적 정보를 국가권력 앞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이 이러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로써 정보수집의 목적·내용·기관·요건·절차·제한·권리행사·권리침해시의 구제절차 등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명확하게 규정해 놓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의미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NEIS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학생의 개인정보를, 그것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고,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NEIS는 학생 개개인을 국가권력의 관리객체, 통제객체로 삼고 있다. 정보의 주체여야 할 학생이 정보의 객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NEIS를 통하여 국가권력은 학생을 꾸준히 관리·감시할 수 있다. NEIS가 추구하는 것은 '전자정부'가 아니라 '전자감시정부'이다. 하나의 정부가 전자감시정부로 변할 때, 그 사회는 이름하여 전자감시사회(electronic surveillance society)가 되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말기인 지난 '97년, 정부는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강행하려고 했었다. 그 음모는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일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NEIS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권침해사업을 벌이고 있다. NEIS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다. 학생의 권리만 침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부모의 정보자기결정권도 침해하고 있다. NEIS는 법치주의의 원칙과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다. NEIS는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 여부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학생을 도리어 국가권력의 관리·감시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이는 결국 우리 헌법의 최고의 가치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다.
NEIS가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은 세계 최첨단의 전자감시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학생(장기적으로는 국민 모두)를 '어항 속의 금붕어'(fishbowl existence of human life) 내지는 '유리 인간'(gl serner Mensch)로 만드는 것이다. NEIS 공작은 지금 당장 파괴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