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교사의 정치적 권리
- 노병섭 (이리여고 교사, (전)전교조전북지부장, (현)전북교육연대사무총장)
2008년 이명박정부(이하 “MB정부”라 함)가 출범하고서 전교조는 설립이후 최초로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하고 일제고사, 시국선언, 진보정당 후원 등으로 전교조 합법화이후 가장 심한 탄압과 징계를 받게 되었다. 본인 역시 2007-8년 제13대, 2009-2010년 제 14대 전교조전북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들을 거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MB정부도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MB정부가 출범한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광우병의심 쇠고기 수입 관련으로 온 나라가 촛불로 물결을 이루자 이명박대통령은 청와대 뒷동산에서 촛불을 바라보면서 진실 되지 않은 반성의 시늉을 하면서 국정을 독선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뒤이어 국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을 강행하고, 4대강 사업 진행, 용산참사 등으로 전국은 혼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교육부분에 있어서도 ‘사교육비 절반, 학교만족 두 배’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무한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이 강화되고, 가진자만을 위한 귀족학교 설립이 강행되고, 학교가 학원화되고, 사교육비가 폭증하면서 공교육의 파괴가 가속화 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5월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필두로 가족단위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까지 나서는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불길처럼 번져갔다. 이에 전교조에서도 2009년 6월 18일 전국적으로 16,172명의 교사가 참여하여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됩니다’라는 1차 시국선언을 발표하였다. 주요 요구로 MB정부는 국정을 쇄신하고,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집회, 양심의 자유와 인권 보장, 특권교육중단하고 사회적 약자 배려하는 정책 추진,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 강행 중단과 한반도 대운하 추진 중단,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을 중단하고 학교 운영의 민주화 보장, 빈곤층 학생 지원 및 교육복지 확대, 학생 인권 보장 강화 등을 통해 정부의 국정을 전면쇄신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줄 것을 촉구하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MB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함)는 시국선언 주도교사 88명을 징계, 고발하고 참여한 교사에 대해서는 주의, 경고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에 전교조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부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징계방침에 맞서 6월 28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40만 교사 서명운동 및 제 2차 시국선언’을 할 것을 결의하고 교사가 가진 유일한 힘은 ‘양심’입니다 ‘표현의 자유 보장하고 시국선언교사 탄압 중단하라“고 전국적으로 28,635명의 교사가 참여한 2차 시국선언을 발표하였다.
MB정부와 교과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간부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교사에 대한 징계는 해당 시도교육청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징계의 수위까지 정해서 지침을 내리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교육청을 압박하여 전국적으로 중징계를 감행하여 많은 교사들이 해임 등 징계처분을 받게 되었다. 당시 전북교육청에서 교육공무원일반징계위원회를 열어 2009년 12월 23일 당시 지부장이던 본인은 해임, 사무처장 및 교권국장은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당시 많은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교육감(비리혐의로 현재 도피중인 최규호)을 항의 방문하여 며칠 남겨놓지 않은 1차 시국선언 1심 판결을 보고서 결정하라는 요구에 결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1심에서 법원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자 교육감은 징계처분을 집행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당해 6월 지자체선거가 있었고 새로운 교육감(김승환 교육감 당선)이 선출된 후 2심이 진행되었는데 1심과 반대로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2012년 4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교조 대전지부 소속 교사들에 대한 재판에서 대법관 5인은 소수 의견으로 교사의 시국선언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으로......‘으로 보아 무죄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8 대 5의 의견으로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및 집시법 위반의 죄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결국 본인 및 사무처장, 교권국장이 대법원 상고도 2012년 5월 24일 기각되었고, 이후 진행된 2차 시국선언도 항소심에서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9년부터 2012년에 걸친 지나긴 재판과정에서 현 김승환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이 집행하지 않은 사안을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고 판단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교과부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했고 검찰에 기소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등 많은 시련을 겪기도 하였다. 그리고 5월 24일 대법원 기각으로 본인은 5월 29일자로 해임이 집행되고, 당시 함께 했던 사무처장과 교권국장은 정직 1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곧바로 교과부에 소청심사를 신청하고, 재판부에 행정소송을 신청하면서 본인은 이와 동시에 해임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는데 바로 받아들여져 6월 1일자로 복직하였다. 이후 학교에 근무하던 중 10월 9일 행정소송 선고 결과 해임 취소 결정이 되었지만, 사무처장과 교권국장의 정직 처분은 기각되어 현재 항소 중이다.
교사시국선언으로 4년여 동안 고발에 따른 형사 재판과 행정 처분의 징계 등의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동료 교사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연대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교사들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2012년 4월 19일 대법원은 시국선언을 주도해 국가공무원법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판결에서 교사 시국선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1항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특히,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교사 시국선언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미숙한 학생들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므로 공익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교사들의 시국선언행위는 합법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져 공익에 반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아 직무전념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직무기강을 저해하였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사들의 소수의견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시국선언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무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사법정의와 국제수준에 달하는 법리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무엇보다 ‘공무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의미하는 것일 뿐, ‘공무원의 정치적 무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즉,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7조는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더 이상 공무원·교사가 정권의 홍보도구로 동원되는 것을 막고자 신설된 조항으로서 공무원·교사가 정권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 제7조가 거꾸로 공무원·교사가 정권에 대하여 일체의 비판할 권리를 박탈하고, 그 결과 정권으로부터 어떤 독립성도 가질 수 없도록 탄압하는 근거조항이 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비판을 두려워 한 정권과 보수적인 사법부의 합작품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교사라고 하여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야말로 그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도 인정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데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물론 어떤 성역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선진문명국 어디에도 교사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표명을 한 것에 대하여 형사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전교조 4월 19일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2011. 6. UN인권이사회 역시 한국정부에 대하여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채택하였다. UN인권이사회는 이 보고서를 통하여 “공립학교 교사들도 개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가지기 때문에 교육정책과 같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특히 그것이 공적인 업무 이외에 행해졌을 때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여 줄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하였다. 또한 교원노조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제3조는 하급심 행정법원에 의하여 직권으로 위헌심판제청이 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그 존엄성을 지켜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다. 교사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교사의 정치기본권도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교사에 대한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추세라고 한다. 앞으로 교사의 표현의 자유가 정권의 입맛대로 제약받지 않고 교사의 정치기본권도 확보되어 민주주의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