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삶’을 돌아보자.

- 영화 ‘올리브의 색’을 보고 -

- 이준상 (인권/대안/실천/연대/ 동행)

작년(2012년) 11월 14일, 이스라엘 정부군은 가자지구의 합법정당이자 집권당인 하마스의 군 최고지도자를 미사일 공격으로 암살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인민 160여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스라엘은 사람이 자고 있던 지붕위로 공중폭격을 가했고, 미사일 방어체제인 ‘아이언돔’을 통해 하마스의 대응 공격을 방어하며 자신들이 가진 이 ‘최첨단 방어무기’를 세계 언론에 광고했다.
주류언론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계속 보도했다. 학살 직후 전 세계에서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한국에서도 여러 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이 모여 이스라엘의 폭격을 규탄하는 행동을 취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일시 휴전으로 폭격은 중단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얘기했다. 휴전이 왔지만 그것이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한 우려처럼 지금도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은 계속되고 있다. 11월 폭격 이후 12월 중순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팔레스타인 난민캠프를 폭격했다.

비극을 바라보기, 일상을 고민하기
전쟁으로 인한 비통함과 절망감은 때로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통해 타인들에게 전달된다. 폭격으로 무너지는 건물폐허와 부모를 잃은 채 울부짖는 아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는 민간인 사상자들의 모습과 숫자가 그런 것들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들은 즉각적으로 분노를 일으키고 평화에 대한 호소를 이끌어 내는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11월에 있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를 통한 정보의 전달에 찜찜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이런 이미지들은 사실 팔레스타인인들을 나와 다른 ‘훨씬 더 불쌍한 외국 사람들’로 인식하게 할 가능성이 크고, 그들의 일상적인 삶을 공감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파괴적인 상황들이 우리를 자극하는 사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의 고통을 알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롤리나 리바스 감독의 영화 ‘올리브의 색’에서는 폭격으로 인한 폐허, 피 흘리는 아이들의 울부짖음, 우왕좌왕하는 민중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감독은 오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군대와 고립장벽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아메르씨 가족의 일상을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천천히 보여준다.
아메르씨 가족의 집과 농장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고립장벽1)에 의해 두 동강이 나있다. 예전에는 산책하듯이 걸어가던 학교나 농장 가는 길이 고립장벽이 생긴 이후 힘든 길이 되었다. 이스라엘 군대가 관리하는 철조망 앞에서 그들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7-8시간을 기다린다. 가족들은 가끔 찾아오는 군인들의 살벌한 퇴거 협박에 대해 회고하며 한숨을 쉰다. 군대와 고립장벽으로 인한 조각난 일상만이 다가 아니다. 밤에는 바로 근처에 사는 이스라엘의 점령촌2) 사람들이 술에 취해 집을 향해 돌을 던지고 이에 겁에 질려하는 모습들도 여과 없이 나온다.
이 팔레스타인 가족을 보며 무엇이 가장 끔찍할지 생각해 보게 됐다. 평범한 일상에 꼭 폭탄이나 총알이 쏟아져야만 그 삶이 끔찍한 것은 아니라고, 어쩌면 폭탄이 떨어지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이렇게 내가 태어나 살아왔던 터전조차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것이고, 그렇게 나마 불안하게 이어지는 일상이 대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는 암담함과 절망감이 정말 끔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연대를 위해 한 걸음 더
팔레스타인의 고요함은 불안하기만 하고 갈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까? 팔레스타인을 향한 학살과 폭격, 그리고 그러한 파괴적인 폭력에 가려졌지만 일상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숨을 죄고 있는 점령을 끝내기 위해 연대에 대한 더 진지한 성찰과 삶에 대한 공감이 절실하다. 미디어의 자극적인 이미지들을 걷어내고 고통과 고립감을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1)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보다 쉽게 감시하면서 장벽 밖의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적으로 합병하기 위해 콘크리트 장벽 또는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등을 말한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약 절반을  둘러싸는 고립장벽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벽 건설로 출입구를 띄엄띄엄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2)점령촌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에 불법으로 또는 이스라엘만의 결정에 의해 만들고 여기에 유대인들을 이주시킨 마을이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점령촌을 확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점령촌 건설을 위한 토지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재산에 대해 강압적으로 몰수하고 있으며,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는 그것이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들은 유대인 마을을 점령촌 내지는 식민촌으로 부르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유대인들이 점령촌 부근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하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 필자소개

이준상님은 억압과 차별에 맞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전북지역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모임인
‘인권/대안/실천/연대/ 동행’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