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의 노동자 인권탄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원병희(KT 민주동지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운영위원)
들어가며
사기업에서 발생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는 지능적이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침해나 차별행위를 밝혀내고 이에 대한 제재나 구제를 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은 마비되어 가고 있다. KT 인력퇴출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을 했던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일부 조사관의 태도는 조사를 기피하려는 태도까지 보였다. 조사와 대상 범위를 한정적으로 정해 놓고 소극적 대처를 하고 있는 태도가 진정인인 필자에게까지 확연히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2조에서 "인권"이란 「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ㆍ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하고 있다. 또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전과), 성적(성적) 지향, 학력, 병력(병력)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하며,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호의 대상에 노동자들의 인권은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법상의 “인권”의 보호 범위가 헌법 및 법률, 국제인권 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로 보아야 할 것이나, 사기업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하여는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30조의 조사 대상에서 대폭 축소하여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만을 진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기업 노동자 또한 마땅히 국민으로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의 침해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기업에서 발생되고 있는 인권침해행위에 대하여 당연히 국가는 국민인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노사의 자율적 합의 내용인 단체협약, 취업규칙, 각 종 합의 사항은 헌법이나 법률 그리고 인권보호 국제 조약이나 관습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높을 때, 그리고 노동조합의 자주적 단결체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때만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의 노사 합의 내용이 노동자인 인권을 보호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 더해 복수노조 도입과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은 노동자의 인권 보호 틀이 사실상 무력화 되어 가고 있데 일조를 하고 있다. 국가는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해 특별법으로 노동관계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취하고 있는 친기업적 정책들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위해 만들어진 노동관계법을 탈법화하여 기업의 노동인권 침해를 합법화시키는 수준에 까지 다다랐다.
지금의 노동관계법은 헌법 등으로 보장되어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희생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국가인권기구가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서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목적을 다하려 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1%를 위한 결론의 사례
사기업 KT의 노동인권 탄압에 대한 굵직한 사례 중의 하나가 CP(인력퇴출프로그램)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CP는 특정 노동자들(민주노조성향 조합원이나 연령에 따른 분류)들에게 스스로 KT를 떠나게 할 악의적 목적으로 각 종 인사상 불이익과 주변 노동자들과 분리 등의 지속적인 인권탄압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2002년 정부 보유 주식 완전 매각으로 공기업이었던 KT는 완전 민영화되면서, CP도 준비되었다. 그 동안 수많은 피해자는 있었으나, 피해 원인 자료가 밝혀 지지 않아 그 실체에 대하여는 소문만이 무성해왔다. 2003년 노골적인 인권탄압 사례가 발생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자들의 진정이 쇄도하였고, 전북평화인권연대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인권 사회단체가 뭉쳐 천인공노할 인권탄압에 대한 성명과 규탄, 철저 조사 촉구 활동을 벌였다. 이에 인권위원회는 현장조사 등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시간이 끌어 지면서 조사관 교체와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각하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 결정을 하였다. 민영화를 하기 위한 사전 걸림돌이었던 자주적·민주적 노조 해체 작업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진행되었고, 그 결과 KT 노동조합은 자주성이 상실되고 어용화가 되었다. 이후 KT는 노동 인권보장의 사각지대로 전락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의 정부와 KT만을 위한 비인권적 결론을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다. 헌법 제10조 ~ 제22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받았지만 KT노동자는 민영화에 따라 그러한 보호대상이 되지 못한 채 인권탄압이란 뭇매를 받아왔다. 이후 CP는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KT에서 가동되었고, 그로 인해 6만 명중 3만여 명의 CP희생자가 KT를 떠나게 된 것이라 하면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CP(인력퇴출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태도
2011년 CP프로그램이 KT 중간관리자의 양심선언과 함께 그 잔혹사가 언론을 도배하였고, 이후 1002명의 살생부 명단이 공개되었다. 같은 해 10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형식적으로 실시되었으나, CP의 실체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지어졌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노동부가 발표한 결과는 노동관계법상 ‘처벌조항 조항이 없다’ 였다. 2012년 9월 실제로 프로그램을 작성 관리한 KT본사 직원의 양심선언이 있었고, KT새노조와 현장조직(KT민주동지회)에 대한 사찰과 특정인들에 대한 조직적 관리와 격리를 지시하는 팀장급 회의 녹취록이 공개되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르쇠로 눈감고 귀 막기를 거듭하였다. 전북평화인권연대는 1002명의 살생부 피해자들에 대하여 노동인권탄압에 대한 직권조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였다. 그러나 진정일로부터 6개월이 접어들고 있으나, 조사 과정이나 계획요구에 대하여 ‘피해자가 아닌 단체에게는 제공할 수 없다’, ‘조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민영화된 사기업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 법상 “인권침해”라 볼 수 없고 “평등권 침해에 의한 차별행위”의 열거 된 내용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는 등의 담당 조사관의 무책임하고 사무적인 인권 무감수성의 답변만 되풀이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동자를 국가로부터 인권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이 아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 해서는 안 될 책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1002명의 살생부 명단자들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가인권위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가인권위는 사회적 신분이란 사람이 사회관계 속에서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지위라고 했으며, 인권위법에서 명시한 19가지 차별사유 외의 차별사유를 포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신분을 ‘개방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차별금지라는 취지에 맞는 해석으로 보고 있다. 그러함에도 장기간에 걸쳐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지 않는 다는 것은 국가인권기구에 걸맞지 않는 비난 받아야 할 비인권적 사고이다.
사기업 노동자들의 인권은 누가 보장해 주어야 하나?
사기업 노동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사기업 노동자들의 인권은 고용노동부외에는 보장 받을 수 없는 것인가? 헌법상 국민으로서 국가가 보장할 의무가 없다는 것인가?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진 국가인권위원회의 법이 공기업이 아니란 이유로 헌법의 기본적 권리인 인권탄압행위를 방종하거나 묵인하는 것을 합법적인 기능처럼 여기고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 법은 개선되어야 한다.
현장 인권 보호 및 감시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할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정상적이지 못한 가운데 국가권력이상으로 남용되어 인권 피해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사기업의 인사권을 조사해야한다. 인사권을 악용한 인권탄압에 대하여 인권 보호적 차원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재할 수 있어야한다. 그러함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친기업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기피를 계속하고 있을 때 노동자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혀질 것이다.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탄압 행위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방종하고 있는 가운데, 초헌법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KT의 CP의 피해자들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대한 응분의 조치와 국가인권기구로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지키는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