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을 기재한다는 것은
교육유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전주지부 하윤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을 기재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이 내려왔을 때 저는 수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학교 안팎의 어른들은 이 문제를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지만, 정작 교실 안의 친구들은 소식을 들어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릅니다.

우리의 생활 기록부는 이미 철저히 대학입시 위주의 내용들로 채워졌습니다. 우리의 12년이라는 시간이 대학입시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 교과부의 이번 지침이 우리에게 새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까지 학교 교육이 지향하는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생을 놓고 벌이는 잔인한 인질극 같은 교과부의 자극적인 제도와 막무가내 강행은 학교폭력 해결이라는 명분을 뒤집어쓴 폭력입니다. 그 거대한 폭력의 그림자 안엔 소리 없이 죽어나가는 수많은 학교안의 피해자들만이 비치겠지요. 사회에서는 극악무도한 몇몇 학생들 때문에 당장에 학교가 붕괴될 듯 말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모든 학생들의 삶에 멘붕을 일으키는 것은 단연 대학 입시.
그리고 덩달아 오는 통제위주 시스템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수직으로 서있는 권력관계의 폭력적인 학교문화와 구조 아래에선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그런 학교 권력구조 형성에 일조 하고 있는 교과부 라는 최상위 권력은 학교구성원 모두에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일관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가해 학생을 색출 하는 데만 주력하는 교과부가 바로 폭력의 주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학벌사회라고 하죠.
수능과 EBS를 매치시킨 거대한 교육시장, 학교 폭력을 다루는 정부의 정책은 일부 학생을 낙인찍어 독재를 정당화했던 유신체제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학교폭력이 왜 일어나고 자꾸만 잔혹해지는 원인에 대한 성찰과 토론 없이 학교 공동체의 의견들은 묵살된 채 입다물라는 계엄령 같기만 합니다.
학교폭력을 일으키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그럼 대학 가는데 불이익이 떨어 질거야! 라고 협박하는 교과부의 태도는 폭력적인 학교를 더욱더 폭력에 길들이는 일은 아닐까요?

제 글이 어른들에겐 법에 의한 설명을 곁들인 논리적인 비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긴 글도 아니고 앞 뒤 맥락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인권을 누리고 있지 못하는 학생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제 표현이 말이 안 맞거나 거칠어도 제 생각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라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인권에서 배재된 자들은 자기의 언어를 가지지 못했다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권력자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예의 바르게 하기만을 강요당합니다. 맞으면서도 예의바르게 따져야 하는게 우리들이죠...자신의 재능에 따라 논리가 강한 아이들도 있지만 학교의 분위기에서 선생님들께 논리적이고 예의바르게 말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옥쇄이기도 합니다.

학교폭력?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린 학교에서 그런것들은 배우지 못합니다. 일상에서 힘센 사람은 약한 사람을 굴복시킬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데 대화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말인가요?
그래서 저는 거침없이 풍자하며 착한 척 예의 바른 척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운 울부짖음이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여깁니다.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폭력’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를 할 때 뭔가가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교과부가 학교한테, 교사가 학생한테, 일진이 찌질이한테 하는 모든 폭력은 상위 권력 마음대로 상대적 약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는 어느 위치이건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할수 있는 학교분위기를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때야 말로 폭력사회에서 아파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치유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회를 위해선 우리 청소년 당사자들의 인권을 보장받고 스스로가 아픔을 느끼고 수직적인 권력 관계없는 평등한 학교 분위기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하윤님은
청소년 인권 행동 아수나로 전주지부회원으로 청소년인권문제와 폭력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학생입니다. 학교 공부만 빼고 모든 걸 열심히 잘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