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청소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가?
준상 (전주대/비전대 파업을 지지하는 전북학생모임 동행 일원)
- 동행은 청소노동자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원광대·전주대·전북대, 그리고 도내 고등학생들과 함께 하는 학생모임입니다.
그들은 유령이 아니다
작년 홍익대학교 경비/청소노동자 투쟁은 온 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고고한 지성의 전당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 인권적인 노동환경과 용역회사·대학본부, 그리고 총학생회장까지 삼박자(?)를 이루는 노동탄압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던 그녀들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전북지역에서도 또 다른 유령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지역사회에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전주대학교·비전대학 청소노동자들 또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월 6·70만원의 박봉과 단과대학마다 들쑥날쑥한 열악한 휴게실은 고된 일을 더욱 고되게 했다. 게다가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인 (주)온리원은 이들에게 다른 사업장에서의 부당 노동을 강요했다. 전주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온리원이 운영하는 천냥마트 업무를 해야 했다고 하니, 얼마나 웃길 노릇인가? 월마다 쓸 수 있는 휴가는 자기 맘대로 쓸 수도 없었고, 학교가 쉬는 날이나 방학 때에나 쓸 수 있었다. 휴게 공간·최저임금·월차 등은 모두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윗 분들 말씀대로 노동법에 보장된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용역업체와 학교의 한 보고서를 보면, 청소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재료비’로 기재 되어있었다고 한다. 즉, 그녀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소노동자, 한국 사회 모순의 덩어리
사람이 사람이 아닌 이런 현실들은 가까운 곳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들에서 배제된 청소년과 장애인들, 같은 일을 해도 ‘비’ 꼬리표 하나 붙어 사람 취급 못 받는 비정규직들까지. 그 중 청소노동자들은 고령·여성·비정규직의 모순으로 뭉쳐진 덩어리다.
98년 IMF 이후 한국에서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노동이 전에 비해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이 과정에서 노인들과 여성들은 가정을 나와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 지속적으로 편입되었다. 이들은 고령·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임금 노동, 청소와 요리같은 재생산 노동에 주로 빨려들어갔고 거의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
청소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동이 천대받고 무시받는 것은 한국 사회 노동에 대한 왜곡된 편견, 여성 노동에 대한 천시, 고령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의 부재, 언제 잘릴지 몰라 노동조합은 꿈도 못 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들을 고려할 때,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사회적인 문제이며 정당한 요구이다. 오히려 뼈 빠지게 일해도 한 달 70만원으로 살아보라고 강요하는 이 사회의 요구가 과도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소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들이 이런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어떻게 나아지게 할까 고민하지 못할망정, 이를 이용해 청소노동자들을 부려먹고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학생·시민을 탄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와 진리? 진정 지성의 전당이라면 청소노동자 문제부터 해결하라
전주대학교의 건학이념은 ‘기독교 정신의 구현’이고 교시는 진리·평화·자유다. 그런 전주대학교는 몇 년전부터 청소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온리원과 올해 다시 청소용역계약을 맺었다. 작년부터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온리원과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대학본부와 관련 없다고 손 사레를 치고, 지지하는 학생들의 지지플랑을 제거하는데 힘을 쏟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전주대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전주대학교와 관련이 없나? (그럼 플랑은 왜 땠나?)
온리원과 전주대학교는 몇 년째 업체 변동없이 계속 청소용역계약을 맺어왔다. 그런데 온리원의 주식 상당수는 전주대학교의 재단인 신동아학원과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자기 식구 배불리기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건학이념을 지닌 홍익대에서 노동조합 탄압과 해고를 자행한 것 뺨치는 기만이다.
청소노동자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 나의 문제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을 시작한지 50일이 넘어가고 있다. 온갖 불의를 목격하고 고발하였음에도 이들의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함께 해야 한다. 청소노동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이다. 학생들 또한 예비 노동자로서, 같은 인간으로서 연대해야 한다. 초·중·고는 포함해 대학교에도 숨 막히는 학점 노가다, 스팩 열풍과 같은 무한 경쟁의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고, 일제고사-수능-입시-취업으로 이어지는 교육체제에 학생들 또한 죽어나가고 있다.
인간을 풍부한 경험과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로봇(돈)마냥 사고하는 오늘날의 사회 현실은 청소노동자들의 현실과 멀지 않다. 나는 전북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으로서 모든 이에게 호소한다. 이제 모두 함께 나서자.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모든 불의에 맞서자. 그녀들이 웃으며 다시 빗자루를 들 수 있도록.
<평화와인권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