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육사 사열과 6․10항쟁

염경석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운영위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2항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슬러 “모든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온다.”는 군사 쿠데타와 군부 독재란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자는 것인가? 권력을 잡기 위해 수많은 국민을 학살한 내란 수괴가 육사를 사열한 일련의 현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올해로 6.10항쟁 25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6.10민주항쟁 25주년 기념일을 이틀 앞 둔 지난 8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행사에 전두환은 이순자등 가족들과 5공 핵심 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육사생도들의 사열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공분을 사고 있다.

전두환이 어떤 사람인가? 전두환은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로 수천 명의 무고한 국민들을 죽이고 국가의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역자요, 군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압살한 범법자다. 이러한 만행으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납부의 형벌을 받고 있는 범죄자다.

6.10항쟁은 어떤 사건인가? 6.10항쟁은 전두환 정권의 권위주의적 권력유지를 민주세력과 시민의 역량으로 저지시킨 역사적 사건이다. 1979년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80년 5.18 광주의 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일당은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는 등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이 되었으며, 7년 단임 대통령 임기 만료를 앞 둔 전두환 정권은 1987년 4·13호헌조치를 발표하고, 야당의 창당을 방해하는 등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억압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하였다. 이에 맞선 범국민적 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비롯한 반독재 민주화를 쟁취한 민중항쟁이다.

이와 같이 육군 장성으로 나라를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을 거역하고, 적을 향해 겨누어야 할 총구를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향해 발사하였으며, 이로 인해 무고한 수천명의 국민을 살육한 반역자이자 살인마로 법정에서 내란 반역 수괴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자이다. 그런 그가 이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뉘우침이 없이 오히려 떵떵 거리며 후안무치한 초호화 행보를 하고 있다. 후안무치한 그의 행보를 보면 들추어 보면 그는 가진 돈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며 1,600여억 원의 미납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으나 자녀들의 재산이 천억 대 이상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최근엔 큰 손녀 딸 결혼식을 초호화판으로 열고, 6.10항쟁 25주년 기념일 이틀 후인 지난 12일 하나회 출신 육군 예비역 장성이 사장인 국가보훈처 소유 골프장에서 8명 경호원들로부터 호위를 받으며 호화 골프까지 친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전두환의 육사 사열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자 육사측은 육사발전기금 200억 원 달성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500만 원 이상의 기부금을 낸 인사 400여명을 초청하여 이 행사를 가졌으며, 그 초청인사중의 한명으로 전두환이 있을 뿐이라고 항변하였지만 이는 역사의식 부재 내지 헌법정신을 부정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육사측이 전두환을 이 행사에 초청한 행위는 군사 쿠데타의 주범이자 내란 살인자를 예우한 헌정질서 파괴요, 군 기강 문란을 유도한 잘못된 처사다. 대한민국 국방을 책임질 육군 장교로 임용될 육사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행위란 말인가?  
지금 우리가 상기해야 할 일은 오욕의 역사를 잃어버린 국민은 불행한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지금 우리는 4.19의거, 6.10항쟁 등 민주항쟁의 성과로 정치민주화가 되었다고 하나 경제적으론 ‘황금만능 가치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경제 권력이 정치권력을 사실상 지배하고,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모두 재벌이란 경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금권시대를 살고 있다. ‘뉴타운사업’을 통해 부동산 부자를 만들어 주고, 경제를 살려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를 만들겠다며 거짓으로 판명 났지만 경제 공약을 남발한 세력이 권력을 잡는 선거판이 그 거울이다. 우린 정치판도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부를 축적하고, 이를 대를 이어 물려 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동물이 사는 세상과 다른 이치가 지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가치가 아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선 안 된다.  

전두환과 나의 삶 : 80학번 대학생과 서울의 봄 그리고 5.18 광주 항쟁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전두환과 같은 군부세력의 탐욕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내가 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진 않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청춘과 미래를 강탈당한 피해자다.

뒤늦게 대학을 입학한 나는 대학생활 첫 날부터 선배들의 선동으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거리투쟁에 나섰다. 3월 초 각 대학이 개학하자마자 이른바 ‘서울의 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대학생들의 거리시위가 계속되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대학가를 뚫고 팔달로와 천변로를 선회하는 시가행진을 연일 반복했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좋다 좋아 / 같이 죽고 같이 산다 좋다 좋아 / 우리들은 정의파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좋다 좋아 / 전두환은 물러가라 좋다 좋아 /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은 물러가라” 당시 시가행진을 하며 외쳤던 노래 가사이다.

학생들의 가두시위가 연일 계속되자 5월 17일 전국 대학에 휴교령이 떨어지고 우린 때 이른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전두환 일당은 민중들의 항쟁을 폭동으로 왜곡 선전하고 군인을 동원하여 민간인들을 살상하는 만행을 저질러 피로서 권력을 탈취하였다. 그 권력을 이용해 국민들을 억압하고 부정축재를 자행한 이들이 전두환과 그 일당인 신군부 세력들이다. 그들의 통치하에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싫어 나는 2학년 1학기에 학교를 휴직하고 군대를 갔다. 군대도 사회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상급자들의 폭력이 난무하는 군대사회에서 우린 단지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또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그들의 만행에 우리는 젊은 날을 인격과 인권이 무시되는 암울한 사회에서 살아왔다.

최근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의 행보는 보수회귀의 정치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친일파든 반역자든 권력을 갖고 부를 축적하면 성공이라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반역자와 살인자들의 말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인식시키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깨어 있는 민중’ ‘행동하는 양심’이 역사의 진보를 만들어 간다. 6.10항쟁 25주년을 맞는 지금!  기정사실화 되어 가는 보수회귀를 막기 위해 침묵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

<평화와인권 6월호>


*염경석님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운영위원이며, 민주노총전북본부 초대본부장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지역에 진보정치를 뿌리내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