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인터넷신문 참소리의 호남고속 CCTV, “노동자 감시기분 들어” 기사 사진>

이 글은 인터넷신문 참소리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CCTV 통합관제센터에 대한 의심들
                                                                                - 채민(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전주시가 CCTV 통합관제센터 설립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지인을 통해 “전주시 CCTV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대한 심의가 바로 내일 시의회에서 있다고 전해 듣고서 부랴부랴 이 조례안에 비판적인 사회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조직하고 의원들에게 문제점을 전달했다. 가까스로 문제점을 인식한 시의회에서 조례안은 부결된 상황이다.

시민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이런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데 시민공청회 같은 최소한의 소통과 의견수렴은 반드시 필요했지만 전주시는 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강력범죄로 인해 자칫 휩쓸려 보이지 않은 통합관제센터의 문제점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CTV 통합관제센터?

요즘, 시민들이 CCTV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 설치목적과 관리주체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정도는 많이들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CCTV 통합관제센터는 뭐란 말인가? 관제센터 하니까 왠지 거창한 것 같고 그래서 이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만 같다.  

  CCTV 통합관제센터는 전주시뿐만 아니라 이미 타 시도에서도 설치 운영되고 있는데 바로 ‘행정안전부의 계획’에 근거한 것이다. 행안부 보도자료를 보면 CCTV 통합관제센터는 시‧군‧구에 설치된 방범/ 교통‧주차단속/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재난‧재해 감시/ 시설관리와 학교주변‧학교 내에 설치된 어린이보호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CCTV 관제기능을 하나로 통합‧연계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CCTV 통합관제센터가 설치되면 각종 범죄예방과 치안유지, 생활안전 업무 등에 필요한 모든 상황에 따른 조치를 합동으로 진행하고, 경찰 등 관련기관 간 유기적인 정보 공유 및 범죄 검거율이 향상되는 등 시민안전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CCTV 그리고 범죄

CCTV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흉악범죄들이 언론을 통해 충격적으로 터져 나오면서부터 이다. 그래서 CCTV 설치목적에도 범죄 예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권침해 소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CCTV와 통합관제센터 설치로 범죄예방, 치안유지, 생활안정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의문을 던져봐야 할 일이다.

최근 수원 여성 살해 사건에서도 보듯이 CCTV는 사전에 범죄를 막지 못하고 단지 범인을 검거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이다. 길거리에 CCTV는 늘어나고 있지만 흉악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일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오는 흉악범죄는 그 잔인함으로 공포를 더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허수아비 같은 CCTV만을 안전수단이라고 여길 것이냔 말이다.


시민들이 설치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

4월 17일, 전주시 CCTV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심의가 있던 날 한 시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CCTV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오히려 자기 동네에 CCTV 설치해달라고 난리라고. 시민의 뜻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 의원들이 할 일인데 그것을 거스를 수 있냐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CCTV를 설치해달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안전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안전’을 ‘명분’으로 행정기관에서는 CCTV 설치를 해법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안전’이지 그것을 ‘CCTV 설치를 통한 안전’이라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행정기관이 불안한 사회에 대한 해법을 CCTV만으로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실례로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에서 CCTV 통합관제센터 구축 이후 범죄 검거율이 증가한 안양시의 사례* 를 들고 있는데 통합관제센터 구축 이전에는 87%(발생:21,670건, 검거:18,909건)였던 범죄검거율이 통합관제센터 구축 후에는 93%(발생:16,821, 검거: 15,573)로 늘어났다고 한다. 21,670건 → 16,821건, 1/4에 가까운 범죄가 정말 CCTV 통합관제센터 설치로 줄어든 것일까? 18,909건→15,573건으로 검거 건수는 오히려 줄었는데도 검거율이 87%에서 93%로 높아진 건 숫자에 가려진 착시효과가 아닌가? 범죄발생 건수가 1/4로 줄고 검거율도 6%나 높아지는 이런 자료를 보면 CCTV에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느냔 말이다. (*이 데이터는 2009년 3월 통합관제센터 구축일로부터 1년까지의 자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과연 위 조사결과와 같이 범죄율이 줄어든 이유가 CCTV 통합관제센터 구축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란 의문이 생긴다. 후미진 골목이나 가로등 정비와 같은 범죄율이 줄어들게 된 다른 영향은 없었을까?

다른 변수를 제외한 채 CCTV를 설치했더니 혹은 CCTV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했더니 범죄율이 줄어들고 검거율이 높아지는 통계만 보여주는, 그 프레임에 갇혀 속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지방 중심도시인 글래스고는 2000년 도시 미관 관리를 위해 가로등을 기존 가로등보다 밝은 푸른색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가로등 교체로 미관 개선만이 아니라 시내 중심가의 범죄율도 약 30%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례가 알려지며 일본의 나라현에서도 2005년 도심 가로등을 푸른색으로 바꾸고 순찰을 강화하자 범죄건수가 2005년 2만 1,365건에서 2007년 1만 8,299건으로 감소했다. CCTV 설치 확대가 아니라도 다른 방법들이 범죄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례 중 하나다.

만약 주민들에게 치안을 위한 방법으로 방범센터(지구대)를 설치하는 것과 CCTV를 설치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제시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당연히 ‘감시의 수단’인 CCTV 보다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범센터(지구대) 설치를 시민들은 더 안전하다고 할 것이다.  


효과 vs 효율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예산이다. 방범센터를 비롯해 다른 체계를 더 설치하고 그만한 인력을 고용할 예산이 어디있냐는 것.

일을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와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현실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예산절감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것인가? 그에 따라 예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그 누구라도 돈을 우선에 둔다면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행안부는, “지금까지는 ‘CCTV 설치’에 치중했다면, ‘통합관제센터 구축’을 계기로 앞으로는 CCTV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또 수백억대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CCTV 통합관제센터의 구축 목적이 정말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인지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설치해놓은 CCTV를 이제는 관리해야겠다는 필요성 때문인지. 다른 변수를 제외한 채 단순히 CCTV와 관제센터 설치로 범죄발생율과 검거율이 높아졌다는 통계만으로 CCTV 통합관제센터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효과적이라는 명분을 찾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더욱이 CCTV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나면 또 그에 따른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CCTV 설치로 인해 무슨 피해를 입었냐구?

CCTV가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하면 혹자는 CCTV 설치로 인해 무슨 피해를 입었냐고 묻는다. 인권침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CCTV 및 지문인식기가 설치돼서 무슨 피해를 봤는데? 라고 묻게 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정보인권의 특성은 좀 다른 면이 있다. 우리는 정보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보면 정보사회가 주는 편리함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것이 요구하는 개인정보 입력을 인권침해라고 잘 느끼지 못한다. 그나마 작년 싸이월드 네이트에서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태를 통해 정보인권에 대해 조금 인식하기 시작한 거 같다.

나도 모르는 새 내 정보가 새고 있다면 얼마나 불안 할 것인가? 실제 내가 아니어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조합해서 통장 예금을 빼가거나 신용카드를 만드는 등 나를 대신해 행세할 수도 있는 일은 공상과학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듯 내 정보에 대해 내가 통제하고 결정할 수 없는 것, 이것이 바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침해인 것이다. 실제로 이런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업자들은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다. 내 정보에 돈을 매길 수 있겠냐마는 이들은 개인정보들을 사고 팔린다.

사소하지 않은 개인 정보는 없다. CCTV는 우리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매일 매순간 우리를 촬영하고 그 정보는 어딘가에 모아지고 있다. 내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이런 영상자료들을 모으면 나의 일상적인 동선이 파악되고 국가기관이 악용한다면 금세 사찰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무슨 인권침해냐고? 최근 붉어진 ‘민간인 사찰’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어디선가 유출된 내 주민등록 번호와 헨드폰 번호 때문에 수시로 날아드는 스펨 문자 또한 짚어 볼 일이다.

개인정보는 한번 악용되면 되돌릴 수 없기에 무서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정보를 모아야 한다면 그 과정에 있어서 정보주체들의 동의와 수집과 보관 정보를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특정 다수를 무한대로 감시·기록하는 지금의 CCTV 설치와 이렇게 모아진 방대한 량의 정보를 한 곳에 집중하는 통합관제센터 설치는 분명 재고되어야 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행안부가 제시한 CCTV 및 통합관제센터 설치 이후 나타난 범죄율 감소와 검거율 상승 통계는 분명 재고의 여지를 안고 있다.

물론 방범센터 설치가 CCTV와 통합관제센터 설치보다 범죄 예방과 검거율 상승에 있어 더 뛰어나다고 말할 통계수치와 같은 근거 또한 부족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하기에 정보의 불균형에 기반 한 제한된 통계수치를 근거로 한 CCTV 및 통합관제센터 설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논쟁을 토대로 시민들이 동의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보가 유출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작년 4월 농협의 전산망이 해킹되어 파일과 기록이 삭제되고 전산망이 마비됐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보안은 없다. 예산의 효율성 이전에 CCTV와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모아지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따져보고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먼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예산과 같은 특정한 이유를 위해 시민의 인권이 일정하게 침해 받아야 한다면 이는 예산과 같은 ‘이유’가 아니라 시민들의 ‘동의’가 우선 있어야만 할 것이다.